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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사는 법 - 아이즈 와이드 셧

| 조회수 : 2,115 | 추천수 : 89
작성일 : 2010-07-12 11:44:07
[아이즈 와이드 셧 - Eyes Wide Shut]


감독 스탠리 큐브릭 / 출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 색채 2000년작 / 러닝 타임 159분


지금은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이며 이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 스필버그 감독이 완성한 "A.I."를 계속 구상하고 있던중 급작스럽게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라든지, 공포영화의 영원한 고전인 "샤이닝"이랄지, 혹은 월남전을 소재로 다룬 영화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게 인간성의 변화가 환경과 학습에 의해 잔혹, 엽기, 광포, 황망으로 흘러가는 과정과 필연성을 건조하게 그려낸 수작 "풀 메틀 자켓"에다가 공개된지 20여년이 지나서야 자국인 영국에서 비로소 개봉 금지령이 풀렸는가하면 30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계속 수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걸작이다, 졸작이다의 해답없는 변증론을 이끌어낸 문제작 "클럭웤 오렌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빼어난 영화들을 연출해온 그이기에, 그가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당시 헐리웃 최고의 (지금은 이혼했지만) 스타 부부를 캐스팅해 극비리에 만들기 시작한 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은 이미 제작 발표때부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후반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쯤에 사망하고 말았고 나머지 편집은 톰 크루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된 상태에서 마쳐져 공개 되었다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사람들은 '시시하다'는 투의 감상을 유행처럼 토해냈고 평론가들도 그의 유작에 대해 공개전 관심에 비해 극단적인 냉소로 등을 돌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고 대만에서 수입한 DVD로 봤는데 이 대만제는 지역코드도 우리 나라와 같이 3번인데다가 한글 자막도 지원되며 우리 나라 개봉시 잘렸던 부분 다 들어갔고 결정적으로 여성의 음모와 성기가 드러난 부분도 다른 국내 출시 타이틀처럼 CG처리를 하지 않은 원판이기에 저처럼 필름에 손질한 영화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것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억울천만의 사건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쁘레따 뽀르떼(국내 개봉 제목은 "패션쇼")의 라스트 씬...
모델들의 배꼽아래에서 마치 우주 유영하듯 둥둥 떠다니는 빨간 하트를 잊을 수 없습니다. -_-;;;
실제로 그 장면에서 그 빨간 하트가 사람들의 조바심난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외설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심의위원들은 아직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찌하여 심의 위원들은 털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일반 관객들은 털을 보면 타락한다고 생각하는지...
단지 터럭을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로 또한 생각해 본다면,
외국인들은 완전한 누드 장면이나 털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인종이며 한국인은 그걸보면 머리가 죄 이상해지는 인종이란건지...;;;;

결정적인 예를 한가지만 더 든다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예수(윌렘 데포우)가 십자가에 달린 장면을 보자면 일본에서 사온 LD로 봤을때는 벌거벗겨진 예수의 성기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 되어 있었고 (일본도 우리 나라처럼 영화에서 직접적인 성기와 음모 노촐은 불법입니다.) 영국서 사온 비디오에는 그냥 다 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외설적으로 보인 것은 모자이크 처리된 일본판이었습니다. -_-;;;

각설하고,
영화는 실제 부부이기도 했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뭐...지금은 이혼했지만~)의 부부생활을 담담하고 일상적으로 그려내다가 사건이 시작되는데...
직업이 의사인 빌 허포드(톰 크루즈)와 앨리스(니콜 키드먼)는 비교적 부유한 중상류층 생활을 하고 있고 결혼 9년째에 7살 난 딸이 하나 있고 서로를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파티에서 돌아온 어느날,
부부는 평소 적당한 선에서 일탈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마리화나 였고 이 마리화나를 하나 피우면서 서로의 가슴속에 은밀히 묻어둔 모험과 배신의 이야기가 비집고 나오면서 잠깐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앨리스는 마치 모범답안을 줄줄이 외워놓는 듯한 빌을 경멸하며 솔직해지라고 다그치고 빌은 자신이 배신당한 듯한 기분에 자기 환자중의 한 사람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와 버립니다.
그날 밤,
빌은 길을 걷다가 창녀를 만나기도 하고 오랜 친구를 만나 비밀 조직같은 그룹의 은밀한 파티에 잠입해 들어가기도 합니다.
다음 날, 전날 밤에 있었던 일들이 계속 잘못들어간 늪이었고 일은 자꾸만 꼬이기도 하다가 다시 모범생같은 일상으로 돌아오고 부부는 서로 한번씩의 배신과 한번씩의 서로에 대한 애증을 확인하고 해핀지 언해핀지 그냥 엔딩합니다.

내용은 이게 답니다.
그러니 어쩌면 시시하게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듯한 구성과 짜임새로 뭔가 있는 척 하다가 지리멸렬하게 끝난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쩌면 큐브릭 감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영화가 서둘러 끝났다고 툴툴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아마도 어쩌면 감독 자신도 이런 엔딩을 바랬을지 모릅니다.
해답은 바로 관객의 몫이라는,
영화가 사람들에게 줄수 있는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큐브릭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가 바로 이렇게 관객들에게 서비스 해왔고 그가 영화를 만드는 철학이 바로 이런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영화의 어느 한부분이라도 손질을 가하거나 제목을 바꾸거나 하면 아얘 그 나라에서 개봉조차 안시키는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한가지 예외가 있는데 우리 나라서 개봉한 "풀 메틀 자켓"은 국내 개봉당시 제목이 "메탈 자켓"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관련법에 외국어가 세단어 이상 반복되지 못한다는 웃기지도 않은 법이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우리 나라에선 이렇게 예외적으로 개봉되었고 웬일인지 큐브릭 감독은 그냥 지나갔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큐브릭 감독이 한글을 잘 몰라서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근거없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는 자기 영화를 온전하게 보고나서 관객들이 그 온전한 상태에서 자기 영화를 평가해 주기 바라는,
모든 영화 감독들의 꿈을 그 삶을 통해 거의 다 실현한 사람인 것입니다.

이처럼 부부는 한몸이지만 결국 각각의 독립된 인격체이기에 각자의 마음속 은밀한 부분의 모험이 밖으로 표출되면 상대는 혼란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은 비단 부부만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그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관계에서 드러나는, 보이지 않는 사건들의 연속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기기묘묘한 인성의 대비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정말이지...
스탠리 큐브릭다운,
지극히 그 사람다운 최후의 작품이 아닐지...

요즘엔 이런거 하면 좀 웃기지만 레너드 말틴 식으로 별점을 주자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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