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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니체를 읽는 월요일

| 조회수 : 1,702 | 추천수 : 200
작성일 : 2010-03-30 16:48:20


  
일주일을 한 주기로 보면 요즘 제겐 일주일이 3등분된 상태로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월요일 수유 공간너머의 일본어와 루니 수업을 위해서 준비하고 번역문을 올리고,요약문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주말이 훌러덩 지나가지요.그리고 본수업을 하고 나면 토,일,월을 한 뭉치로 해서 빠져나가고

화요일,수요일,목요일,은 그 나름으로 해야 할 공부,수업,그리고 저녁에 아이들과 하는 수업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 뭉치로 3일이 지나면 드디어 금요일,2주일에 한 번씩 강남의 역사모임이 있지만 즐거운 시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시간,그리고 저녁에 대개는 음악회에 가는 날이어서

어찌 보면 가장 충전기능이 잘 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월요일 도덕의 계보학 첫 번째 논문을 읽는 날이었습니다.

미리 읽고 또 읽어도 어느 부분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그렇게 읽는 중에 아하 이것은 이런 의미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이 오는 순간의 놀라움과 기쁨도

경험을 했고,참고문헌으로 구한 책을 읽다가 내가 생각한 방식과 참 다르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그래,맞아 나도 이렇게 읽었는데 이 저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거나,그가 제시한 이 책을 읽기 위한

서브 텍스트의 구절에서 (특히 그리스 비극에 대한 설명에 끌려서 그 시기의 이야기를 다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한참 시선이 머물기도 했지요.



수업중에 두 사람의 발제문,그리고 고병권 샘의 발제문을 읽은 다음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 발제문을 들을 때는 명확했던 것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리무중상태로 빠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강자와 약자라는 번역어로 인해서 마치 니체의 이론이 적자생존의 진화론을 연상하게 한다거나

히틀러로 표상되는 전체주의의 냄새를 풍긴다거나,반민주적인 인사로 비친다거나 하는 일반적으로 오해되기

쉬운 니체와는 사뭇 다른 니체를 만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니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속에서 지금의 나를

되새김질 해보는 시간이었다는 것.

그 때 강하다는 것,약하다는 것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약함의 경우 강함으로 노력해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약함이기를 그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세지가 제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곳에 가는 과정에서 느낀 부담감,우선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인해 주로 젊은 층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에

선뜻 발들여놓기 어려웠던 이야기,그런데 그 마음을 극복하고 한 번 참석하고 나니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이 곤란한 상황이었는데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참석할 수 있게 되었던 것,그 때 무엇이 그런

마음을 추동하게 되는 것일까하는 이야기를요.

그 때 고병권샘이 정독도서관에서의 만남을 예로 들면서 우연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신기해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아주 오래 전 수유공간너머의 실험에 대한 글을 읽고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마음속에 품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매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를 빼서 쉰다는 생각을 그때는 왜 못했는지 모르겠는데요

막상 하루를 쉬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4년인지 5년인지 전의 일인데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수유너머로 공부하러 가야 하나,아니면 다른 일을 즐겁게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것인가

그러다가 선택한 것이 음악회가는 일이었는데요 그 선택에는 전혀 후회가 없을 정도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하루를 더 쉬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던 중에

2009년 늦가을 정독도서관의 보조로 강좌를 듣는 일이 가능하게 되자 아트마니아님과 상의하던 도중

고미숙선생인가,고병권 선생인가,혹은 이진경 선생인가 누구를 강사로 초빙할 것인지 (그러고 보니

다 수유공간너머의 연구원이네요) 고민하다가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정한 것이 고병권선생이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그 공간에 드디어 매주 여행떠나듯이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함께 읽는 책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정작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삶과 일치된 공부라는 그들의 방식인데요

처음에는 그 공간이 그들과 나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곳이었는데 어느 사이 그들과 나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열린 제가 그 속에서 저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마이너스 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손으로 하는 일에는 다 서툴러서 밥을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곳이

제겐 사실 상당히 부담스런 공간일 수 있는데 어느 순간 평생 피해오던 주방이 즐거움 가득한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서 주술을 걸려고 해도

늘 실패했던 일이 어느새 그런 공간으로 변신했는가는 정말 미스테리인데요 (그렇다고 당장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약자이기를 그만두거나,약함을 그만두는 것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집에 오던 시간,얼마나 신기했던지 모릅니다.




시원을 찾아가는 것,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런 식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발을 묶고 있는가,우리를 타인의 시선에 묶어 놓고 자신이 주인인 것을 방해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보는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그것이 니체를 읽는 지금 제게 해방의 메시지로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마치 신선한 에너지가 제 안에서 생겨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노니
    '10.3.30 10:18 PM

    와우~ intotheself님께서 월요일 저녁에 무슨 요리로
    수유공간 식구들에게 맛난음식을 준비했을까? 마구~궁금해져요.^^
    그곳에서 하신요리 키톡에도 올리시고 하면
    더욱 많은 분들께서 공감의 시간을 갖을수 있을것 같은데....


    자신을 제대로 보는것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묶어 놓고 자신이 주인인것을 방해하고 있는가를 제대로보기....
    공감 한표 !

  • 2. 안나돌리
    '10.3.31 8:13 AM

    요즘 제 자신을 들다보면....
    이제 일하기 싫다 놀고 싶다로 압축이 되네요~ㅎㅎㅎ

    저도 빠른 가까운 날에 인투님의 요리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능^^ㅋ
    아네모 모임때 도시락 싸 오셔도 되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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