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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

| 조회수 : 1,038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5-07-28 02:40:55
여름 방학 -안도현-  
      



오이밭 지나 옥수수밭 사이
두 노인네 사는 외갓집이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짐 자전거 타고 온 날은
끓는 물에 어김없이 닭을 삶던 집
감꽃이 떨어지면 감꽃을 주어 먹던 집
오늘은 마당가에
풀 뽑던 외할머나보다 먼저
외할머니 눈물이 그러그렁 마중 나옵니다
아이구 내 새끼 오네
남조선 천지에서 시 제일 잘 짓는 새끼
그러나 얼마나 떨리는 일인지,
끝없이 쓸쓸한 줄을
외손자가 쓴다는 시가 무엇 하나 적시지 못하는
가엾은 냇물이라는 걸 모르시고
내 솔담배 한 개비 외할머니 드리고
외할머니 청자 한 개비 내가 받아
불붙여 맞담배 피우는 것이
우리 첫 인사입니다
외할아버진 못둑 밑 논에 피사리하러 가시고
닭없는 닭장 옆에서 늙으신 외할머니
어제는 재너머 고추밭 매러 갔더니
소짝새가 소짝소짝 그렇게 울어대더라
우리 안서방 일찍도 북망산 가서
남겨둔 처자식 보고 싶어서
저리 소짝새 되어 우는갑다 생각하니
외할머니 맑던 하늘이 또 눈물입니다
외할머니는 우리 어머니 낳아 시집 보내고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우엄마
    '05.7.28 11:34 AM

    정말 시원스레 비가 내립니다.
    시도 좋고 영화장면은 새롭습니다.
    예전에 영화볼때 느꼈던 찡함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 2. intotheself
    '05.7.29 1:25 AM

    안도현의 시를 읽다보니

    문득 그의 다른 시를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래서 시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등록을 하고 이런 저런 시를 읽어보고 나오는 중입니다.

    그 중에서 한 편 골라본 시 함께 읽어볼래요?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3. 경빈마마
    '05.7.29 7:22 AM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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