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늘 가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되지 않아서 못 가다가
별려서 시간을 낸 날,참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정조의 흔적을 만난 날,
평생 볼 수 있는 마음에 드는 책들을 구한 날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연주,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약소한 그런
제 마음을 확 가로지르면서 열어젖히는 그런 연주를 만난 날이기도 합니다.
특히 베토벤과 브람스의 바이얼린 협주곡은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가락 하나 하나에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실황 중계를 보고 있으려니 연주자의 표정속으로 제가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전혀 새로운 곡을 만난듯한 이상한 기분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에 용돈을 거의 다 써버려서 찜찜하긴 하지만
평생을 두고 볼 책과 음반을 산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글을 아침에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지요.
이상하게 창덕궁에 가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그동안
어제는 길을 나서기 전에 문득 창덕궁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지하철을 탔지요.
도착하니 열시입니다.
15분과 45분 이렇게 한 시간에 두 번씩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관람이 가능하다고 해서 기다리니
의외로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창덕궁에 유일하게 있다는 남자 가이드,(원래는 중국어 가이드라고 하는데 오늘은 한국어 가이드를 하게 되었다는 )를 따라
열명이 채 못 되는 사람들이 인정전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를
다 도는데 약 한 시간 20분 남짓 시간이 걸렸는데
무엇보다도 정조 시대의 규장각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방각본 살인사건과 열녀문의 비밀에서 만난 백탑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곳은 한 번 오고 말 곳이 아니라 철마다 다시 오고 싶은 곳이로구나,그리고 가을이 오기 전에라도
다시 와서 특별코스로 비원을 제대로 보는 2시간짜리 관람을
신청해야지 하는 생각도 했고요.
나와서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기본요금이 1900원이나 되더군요.
놀라서 물어보니 기사분이 어느 동네 사는 사람이길래
기본요금을 모르나 의아해하네요.
월요일 수업시간에 교보문고에서 미술책 할인 행사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해영씨는 모더 아트에 관해서
그리고 이수희씨는 what great painting says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특히 이수희씨는 책을 두 권 샀다고
한 번 보고서 그 책을 수업시간에 할 수 있는지 보라고 해서
기대를 갖고 책방에 도착했는데
그 책들도 좋았지만 제 눈길을 끈 것은 우선 가우디였습니다.
제가 구한 것보다 판형이 훨씬 큰 책이
할인이 많이 된 가격으로 나왔더군요.
고민하다가 우선 그 책 한 권
그리고 그림과 설명이 좀 더 자세한 후앙 미로,피카소
그리고 초상화에 관한 책 한 권을 샀습니다.
(이제는 미술사에 관한 책보다는 한 화가에 대해서
깊이 읽는 그런 책에 더 끌리는 중이라 )
외국어 서적부 밖에서 그 책들을 구해서 택배로 주문해놓고
안으로 들어와서 구경을 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곰브리치 미술사가 원서로 3만원이 채 안 되는 값으로
살 수 있겠더군요.
지금 갖고 있는 책이 오래되고
번역본이라 그림이 한 페이지에 여러 점이 들어있기도 해서
보기에 불편한데 원서에서는 제대로 한 점씩 설명이 되어 있어서 고민하다가 그 것도 마저 구했지요.
오랜 세월 읽을 책이니까 하면서요.
그리고 선 자리에서 웬디 수녀가 전 세계에 있는 작품중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75점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을
하나씩 유심히 구경한 다음
베니스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한 아주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보고 나니 이제는 허리가 아픕니다.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blue2.jpg)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bowlerhat.jpg)
일단 핫 케익 한 장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조금 쉰 다음
우리 말 책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나중에 볼 책들은 메모를 하고
생산적 책읽기 50.닭이 봉황이 되다
이 두 권은 지난 번부터 눈여겨 보다가 그래도 아직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 구하고
권삼윤이 새로 쓴 이탈리아 기행에 관한 글
옛 공부의 즐거움.그리고 사마천,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
이렇게 총 다섯 권의 책을 샀습니다.
마지막으로 음반점에 가니
나 좀 들어보라고 유혹하는 많은 음악중에서
두 개의 디브이디를 구했습니다.
하나는 remembering 뒤프레 (1995년이 그녀가 태어난지 50년 된 해라고 하더군요,그녀와의 만남에서 영혼의 즐거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전의 그녀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습 장면,그리고 연주 장면을 중심으로 만든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디브이디인데
활기찬 모습과 첼로와 하나가 된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제 오늘 보고 또 보고 하는 중이지요.)
또 한 장은 이작 펄만이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협연하는
베토벤과 브람스 바이얼린 협주곡인데요
정말 수도 없이 음반으로 들었던 그 곡들이 살아서
펄펄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 밤 그 곡을 눈을 화면에 박고 보느라
다른 글을 쓴다는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요.
화요일의 나들이로는 참 과용을 한 날이지만
그래도 우연히 생긴 쌈지돈을 다 털어넣어서
구한 책과 음악으로 한동안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회에 못 간다고 늘 애석해하고 있었는데
한 밤 중 어두운 마루에서 온갖 표정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연주하는 이작 펄만을 보고 있으려니
이것으로도 족하다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흘러 넘치더군요.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jmportrait.jpg)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handa.jpg)
키리코의 작품인데요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란 제목입니다.
그런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네요.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cgrinder.jpg)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thehatmakes.jpg)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pofas.jpg)
어제 하루의 일정이 다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집에 와서 새록 새록 들어보는 음의 세계에
풍덩 빠지는 연주가 가장 인상적이네요.
오늘까지,아마 한동안 매일 그렇게 연주회에 간 기분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시험기간인데도 집중이 되지 않는 아들의 문제는
옥의 티로 남아있지만 이것은 제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견디는 것이 아니라 조금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요.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sp1930.jpg)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infinitedivisib.jpg)
아침에 후앙 미로의 그림을 보러 들어왔다가
우연히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놓은 곳에서
놀고 있는 중입니다.
![](http://www.surrealist.com/art/regular/larueferou.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