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는 눈을 하고 있으려니 안되겠다 싶어서
몸 동작을 크게 해서 운동을 좀 했습니다.
그랬더니 몸이 서서히 깨네요.
존 레논에게 헌정한 음반을 틀어놓고
노래를 들으면서 남관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왜 그가 이제까지 그렇게 제 눈에 띄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면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이지요.

이 작품의 제목이 피난민이로군요.
민족에게 커다란 상처였던 전쟁
그것이 개개인에게 가한 고통은 각자의 몫으로 오래 남아있었을 것이고
그 고통이 당연히 화가를 비껴가진 않았을 것인데
화가마다 그것을 형상화하는 방법이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푸른 색이 인상적이라 오래 기억될 것 같네요.


화요일마다 미술관에 가면서 느끼는 것은
갈 때마다 늘 새롭게 눈뜨게 되는 것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실 음악에 비하면 미술관 관람은 취미생활로도 별로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어서
문화생활에 대해 갈증을 느끼지만 돈이 들어서라고 미리 움츠릴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그림보러 다니는 일이기도 하지요.
광화문까지만 가면 그 주변에 볼거리가 널려있어서 발품을 팔면
그냥 즐길 수 있는 것도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뭔가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도전이 되지 않을까요?
요새 자주 만나게 되는 유영국님의 산입니다.


한 몇 년 사진찍는 일에 진전이 보이고 나면
그림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네요.
아는 분이 화실에 다니는데
저보고도 함께 하자고 권하더군요.
그 분은 도서관의 미술사 수업에 들어와서
본인이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보는 것도 좋지만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여 딸의 미술선생님에게
자신도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노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게 가끔씩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군요.
그래요?
영광입니다.
그런데 길을 제가 열어준 것이 아니라
제게 오히려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요?
그런 관계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머니 교실을 통해서 알게 되는 작은 기쁨중의 하나이지요.

가끔씩 생각났다는 듯이 선생님 그림 배우러 함께 가지요라고 권하는 그녀에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그러나 마음이 정해지면 그 때 이야기하겠노라고 그렇게 말하고
미루고 있는 것
그러나 언젠가는 한 번 꼭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바로 화실에 가보는 것인데요...



유영국님의 그림이 한없이 많네요.
다른 화가들은 이미지 베이스가 너무 모자라서 아쉬운데
더 보려고 하는데 미술숙제를 마친 아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여러 명의 가수들이 부르는 존 레논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림을 본 새벽 시간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