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피로하여 중간에 끄고 잠을 자려던 순간
갑자기 남자 주인공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침대에 누워서도 한동안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주 가끔씩이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정신이 멍해지면서 이런 것을 무슨 증세라고 해야 하나
당황스럽네요.
오랫만에 방안의 오디오 안에 들어있는 음반을 바꾸어 끼고서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약간은 비감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쉽사리 잠이 오지 않습니다.
누구지?
이름이 그렇게 중요하나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지
그렇게 위로를 하면서 음악에 마음을 실어 봅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깨어서
마저 영화를 보았지요.
그제서야 그 이름이 기억납니다.
모간 프리먼이었구나
왜 그런데 어제 밤에는 그렇게도 까마득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제서야 그의 성에 생각이 미칩니다.
프리먼이라
그러면 해방을 기뻐하며서 새롭게 만든 성인가 보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주의 경계를 넘어서
생일파티에 갑니다.
주유소를 거치고 나서 어두운 밤에 운전을 하다가
호크(모간 프리먼)가 데이지에게 부탁합니다.
잠깐 나갔다 오겠노라고
소변이 급하다고 하니 데이지가 묻더군요.
주유소에서 왜 일을 보지 않았는가라고
그러자 호크가 흑인에겐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대답하니
데이지의 말이 걸작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참아보라고요.
호크가 대답하지요.
나는 이런 일마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는데
인종차별이란 거창한 구호보다도
그런 장면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가를 느낀 명장면이더군요.
제시카 탠디의 연기는 까밀라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깐깐하고 자기 중심적인
유태계 할머니가 흑인 운전수와 알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인데
어제 오늘 새로 본 영화는 정말 새롭네요.
가느다란 맥으로 대강의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스 짐머만의 영화 음악도
데이지의 집 주변의 풍광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도
좋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가를
다시 생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방에서 조용히 숙제를 하고 있는 아들덕분에
저는 밖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이런 한적한 시간에
그림을 보자고 마음먹고
뒤적이다가 라울 뒤퓌의 그림을 골랐습니다.
이 그림은 특히 마티스의 영향이 느껴지는 그림처럼
보여지네요,제겐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블루가 마치 저를 유혹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진도,다도해
제주도,변산
이런 지명들을 소설속에서 자주 만나면서
마음속에 이미 불이 당겨진 상태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이 그림은 한 가족의 나들이를 그린 모양입니다.
캐슬러 가문이라고 되어 있네요.

이 그림도 같은 제목인데요
다른 느낌이 재미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아들이 몸을 뒤틀고 나옵니다.
숙제가 너무 많다고 짜증이 났군요.
사실 조금씩 나누어서 해야 할 분량인데
오늘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늘 아침에야 시작하니 당연히 짜증이 나겠지요?
일단 입을 열면 설교가 되기 쉬우니
제 마음을 달래려고
심호흡을 합니다.
그림 보기는 오늘은 여기에서 마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