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제 곁을 떠났습니다.
한 사람이, 한 생명이, 하나의 세계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이 사실을...
아, 이렇게 철이 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사이 벌써 모낼 준비가 다 되어 가네요.
올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초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할머니가 가꾸신 화단에는 금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아주 화려한 꽃이에요.

그 금낭화씨 두어개 바람에 날아가
지금은 비어있는 축사의 지붕 밑과 벽 틈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 좁은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물을 먹고 어떻게 햇볕을 보고 있는지...
도대체 가늘고 여린 흰뿌리 부벼넣을 흙이 단 한 줌이라도 어디 있는지...
매일 보고 또 봐도 신기하고 놀랍고 또한 감사합니다.

그 맞은편 할머니방 외벽에는 전에 연통이 달렸던 구멍이 있었습니다.
작년 어느날 후투티 한 마리가 그 구멍에 새끼를 까서 봄철 내내 키우다가
여름에 떠난 일이 있은 후,
할머니는 사다리를 놓고 그 구멍을 막아놓으셨습니다.
올봄,
후투티는 그 구멍을 기어코 뚫고 또 알을 까놓았습니다.
마치 큰 쥐가 들락거리는 양, 할머니방은 시끄럽습니다.
누가 오면 다락에 고양이라도 키우는 것인 줄 압니다.
"알 까놓은 걸 어떡하니. 새끼 칠 때까지(새끼가 알에서 깨어 스스로 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낮에 어미 후투티가 제 입으로 배설물을 물고 밖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들의 냄새를 차단하고 새끼들의 보금자리 위생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여전히 꽃이 피고, 새들이 알을 까고, 새벽 집앞엔 충충한 안개가 번집니다.
살고 죽고 살고 죽고 살고 죽고...
걱정해주시고 기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찮았던 작은 것들이 너무도 소중해지고
목매며 동동거리던 일들은 왠지 부질없어지는... 요즘입니다.
인우둥은 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