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부터 정리하자. GMO를 일컫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다. 글자 그대로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체'라는 뜻이다. 유엔 등 국제협약에서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살아 있는 변형 유기체)라는 용어도 널리 쓴다. 유전자라는 대목을 빼버리고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GMO에 반대하는 이들은 Modified(변형된) 대신 'Manipulated'(조작된)를 사용한다. 지금도 언론은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각이다. 변형과 조작, 이 현격한 차이가 지금 GMO가 놓인 현주소다.
그동안 GMO 연구는 이처럼 '위해성 주장→반박→미궁'에 빠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안전하지 않다고도,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의 저자 김훈기씨(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의 지적처럼 지금보다 더 장기적이고 엄격한 생체실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
현재 GMO 수입 업무 전반을 관할하는 것은 식약처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하면서, 종전에 여러 부처와 나눠왔던 GMO 수입 업무를 식약처로 통합했다. 식약처 산하 '유전자변형식품 안전성 심사위원회'(심사위원회)는 GMO 식품의 수입 승인 여부를 관장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김해영·김형진 교수는 10년간 계속 위원을 맡았다. 김해영 교수는 경희대 생명공학연구원 교수이며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사업단 GMO 단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는 김형진 교수는 GMO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GMO 사업과 무관한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송기호 변호사는 '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GMO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직을 장기간 맡는 것이 정의로운가'라고 지적했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공개를 거부하는 데에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법이다. (식품위생법 제12조의 2항)
쉽게 말해 GMO를 원료로 했더라도 가공 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식용유다. 옥수수든, 콩이든, 유채(카놀라)든 기름으로 바뀌면 세포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는 원료가 무엇이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원료를 '수입산'이라고만 표시하면 그만이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은 완전히 '합법'이다.
이뿐 아니다. 식약처 고시는 '구멍'을 또 하나 만들어주었다. 어떤 식품이나 첨가물에 사용된 재료 중 5순위 안에 드는 재료가 아니면, GMO 표시를 면제해준 것이다. 결국 각종 소스, 수프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복합된 식품의 경우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치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