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년전에 도서관에서 독서강의를 한 일이 있어요
초등 3학년이었던 석봉이에게 만화책부터 쉽게 접근을 유도하여
나중에는 수준높은 책도 속독이 생겨 금방 읽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5,6학년때에는 한달에 200권이상의 책을 읽어댔는데
우연히 도서관장님께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다독상을 주시면서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던 거였어요
그때 강의를 들으셨던 한 자모께서(뭐라 칭해야좋을지....)
작년에 도서관직원들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셨나봐요
제가 강의할때의 직원들이 모두 바뀌어서
전에 근무하셨던분들께 문의하여 간신히 연락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책을 잘 읽지않는다면서
제가 도서관에 갈때 시간을 맞추겠다면서 책좀 추천해달라하셨어요
이 엄마는 꽃집을 하는 분이었는데
무언가 얼굴에 그늘이 보이긴했지만 별다른 말씀 없으셨고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갈때마다 만나서 책을 골라드렸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저희집에 아이를 놀러오게하고 싶다고하시더군요
그때 한창 석봉이가 반항기라서 누가 오는거 싫어할게 뻔하고
시간도 잘 맞지 않아 곤란하다고 거절했습니다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나서 놀러오게하려고 했던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며칠전에 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큰아들때문에 너무 걱정이 되어 도움좀 받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아이 정서에 문제가 있어서 심리검사 받은뒤 복지관에서 미술교육을 따로 받았는데
좋아지긴했지만 교육이 끝나니 막막하다면서 마음이 너무 심란하여 제게 전화하신거래요
석봉이가 초등 3학년때 정서장애가 있었던걸
독서강의때 말한 일이 있어서 제게 연락하면 도움이 될수도 있을거라 생각하셨나봐요
전문가에게 도움받을 일을 제게 하나하나 말씀하시는데
제가 이론적으로나 뭐 아는게 있어야지요......
문제는
아이가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뭐든지 소극적이고
혼자만의 세계에 많이 빠져있다고 합니다
집중력부족, 자신감부족에 몹시 산만하고 사회성도 없으니 혼자 어울릴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중 1인데 학원끝나고 집에오면 티비와 컴퓨터만 좋아한다면서
성적도 걱정이지만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라서 아이의 심리상태에 더 신경쓰였나봐요
엄마와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집에서 엄마를 피하기도 한답니다
도대체 아이가 어떻게해야 바뀔지 걱정이라고 합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혹시 남편분이 성격이 많이 급하냐고 물었더니
전에 급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아이와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더 이야기좀 해달라고 했더니
성적이 중간 이하라서 걱정이래요
그래서 성적표를 받아오는날 아이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냐했더니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라고 하셨대요
.
.
.
.....................................................................................................................................
에구... 모든 원인은 엄마에게 있었네요
아이는 그것도 나름대로 공부하여 얻은 결과인데
그 결과가 부족하다고 엄마가 먼저 말을 하니 아이가 엄마를 피하는거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성적이 이러면 안된다는건 엄마보다 아이가 먼저 잘 알고 있는 일이지요
그런 아이에게 엄마가 힘이 되어주지못하고
결과에 대해 엄마가 걱정되어 말을 하는데 무슨 자심감이 생기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하고 칭찬듣고 싶어하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결과에 대해
남과 비교하여 책망을 들었을때 그 책망을 듣고 정신을 차리면 다행이지만(이건 엄마가 원하는거죠...)
사람심리가 어디 그런가요?
못한다고 하면 더 하기싫고
나에 대해 부족하다고 부모가 못을 박으면
어느새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뭐를 하든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요
칭찬까지는 못하더라도 아이가 힘들게 공부한 결과는(설사 힘들지 않았더라도...) 인정을 해줘야지요
제가 석봉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일화를 몇가지 말했습니다
예전에 성적이 10등대였었는데 30등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아이의 걱정해하는 모습이 제 눈에 보이는데 뭐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수고했다고 그만하면 잘한거라고. 네가 공부한 결과이니 너스스로 잘 알겠지만
성적은 떨어질때도 있고 오를때도 있는거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기 죽지 말라고 했어요
눈치를 보니 성적이 그리 떨어지고서도 계속 아이들과 뒤로 놀러다니면서
저에게는 항상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정말 공부하는거냐고 뭐 하러 다니느냐는 그런 말 안했어요
한동안 집에서도 컴터게임과 만화영화만 보는데
저역시 엄마이기에 속이 많이 타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과 속상한걸 아이에게 그대로 표현한적은 없었어요
계속 놀더니만 그 다음 시험에서는 60등을 하더군요 ㅠ.ㅠ
그래도 수고했다고, 네가 열심히 해서 나온거니 속상해하지말고 힘내라고 말했어요
너는 더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더 잘 할수있는 아이니
엄마는 아무걱정없다고 너를 믿는다고....
아무튼 얼굴에 아무표정 짓지않고 생글거리면서 말을 했는데
순간 내가 지금 연기를 하는건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이 정도면 그래도 잘하는거니까 그런말이 나온다구요?
하지만 석봉이가 초등 3학년때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30~40점짜리 시험지를 갖고와서 눈치보면서 제 앞에 내밀었었지요
그때마다 저는 아무 표정없이 이런말을 했어요
문제읽어보고서 정확하게 아는건 제대로 써서 다 맞추었냐고.
그거야 당연하니 그렇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줬어요
모르는걸 틀리는건 당연한거고 아는걸 맞춘거는 잘한거라고
아는걸 일부러 틀리려고 다른 답으로 썼다면 그건 잘못이지만
알고있는걸 다 맞추었으면 그게 시험 잘 본거라고 말을 하니
아이가 배시시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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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성적에 대해 엄마가 먼저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잘못한걸 잘못했다고 하면 막 화를 낸다고 이럴땐
어떡하냐고 묻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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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주변에 분명히 있을거예요
하지만 효자는 장모아들이고 불효자는 내 아들이라는 말이 있지요 ㅎㅎ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맞서지 말고
아이가 더 잘못을 하도록 내버려두는게 오히려 나중에 더 반성을 하게 만드는것같아요
저역시 석봉이가 반항할때 잘못을 이야기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한 부분을 고치려 생각할때에는
그 잘못을 반복하더라도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그 잘못때문에 제가 속상하고 피해입더라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여기서 중요한거 하나...
사소한 잘못을 잘 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실수는 거의 용납을 하지 않으려고하지요
엄마가 자기에게 한 실수를
큰 잘못으로 여기며 반항을 하며 크게 화를 낼때가 있을거예요
찬스는 바로 이때!!!!
그래 일단 엄마가 이건 잘못한거다라고 사과를 충분히 해요
그러고나서
난 지금 이거 한번 잘못한건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면서 화를 내냐고.
이건 엄마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고.
나는 네가 A라는 잘못을 했을때 너에게 그러지 말라고 두번정도 말을 했는데
너 그때 화를 크게내고 그 잘못을 4~5번 반복을 했다
네가 그렇게 해서 나는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았다
하지만 내가 참아도 너는 그 잘못을 계속 하더라
너의 그 잘못으로 나는 이런이런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고 넘겨왔는데
어떻게 너는 엄마의 작은 잘못을 이렇게 큰 일로 만들어 화를 내느냐....
이렇게하면 아이는 금방 수그러들어요
그런 잘못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나쁜 버릇은 없애려고 노력하지요
엄마에게 몇 번 죄를 지은 죄인으로 만든뒤
나중에 엄마에게 대들었을때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요목조목 하나하나 설명하면 아이는 꼬리를 스르르 내리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거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일이 있을때마다 소리지르고 서로 화를 내면
아무런 해결이 나지 않고 둘 사이에 마음의 담만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자존심을 잊어버리고 차분하게 대처하다보면 내가 원하는대로 해결되는거 같아요
아이키우는거 정말 공짜로 얻어지는건 아니더군요
어떨때에는 내가 지금 수도승인가하는 착각도 하게 됩니다 ^^
오늘도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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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원인과 해결은 내마음속에 있거늘....
석봉이네 |
조회수 : 1,463 |
추천수 : 65
작성일 : 2009-08-08 19: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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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앤 셜리
'09.8.13 1:35 PM정말 좋은 글입니다.
두고두고 기억하겠습니다.
아직 딸래미 하나이고 4살이지만
점점 대화로 소통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는 중이였는데
석봉이네님 글을 읽어보니
제 모습 반성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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