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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 조회수 : 2,505 | 추천수 : 48
작성일 : 2008-08-14 23:19:21
저는 어린이집 주방에서 아이들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사입니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4년입니다. 제가 일하는 어린이집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있어서
초등학교 아이들도 점심을 같이 먹는답니다.

요즘 방학이라 아이들이 점심을 많이 먹는데~ 초등학교 3학년 아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냥 임의로 A라고 할게요. 이 녀석을 지켜보는 지난 일년동안 제 생각은...
'A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가야 할 녀석이었습니다.
불러도 대답 절대 안하기, 짜증내기, 고집 부리면 막무가내로 난동부리기...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반항적이고 부정적인 녀석입니다.

그래서 모두들...A는 안된다고...A는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놔두자고 합니다.
심지어 A의 엄마까지도 포기한 녀석이라고...

그런데 방학내내 A가 점심을 먹지 않는겁니다. 식당에 올라오지도 않고 점심먹자고 하면 안먹겠다고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오후에 잠깐 간식 먹을때나 올라오는데 늘 화가 잔뜩 나있어서
말을 붙이기가 참 어렵지요.

3일전 A에게 제가 말을 걸었어요
"A야, 왜 점심을 안먹었어? 방학때 내내 한번도 안먹은것 같은데..."
"먹기 싫어서요. 맛이 없어요"

옆에 있던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급식 안하고 바로 버린다고 이릅니다.

"그럼 내일은 A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 해줄게. 뭐가 먹고 싶은지 선생님한테 말해줄래?"
"없어요. 다 맛없어요"
"돈가스 해줄까? 스파게티? 아니면 카레라이스? 네가 말해줄래?"
"싫다고요. 안먹는다고요"

그렇게 A는 짜증을 확내고 사라졌어요.

다음날 점심시간에 퉁퉁 불어터진 얼굴로 A가 식당에 올라왔습니다.
"저요. 브로콜리 빼고 샐러드 주시고요. 고등어는 눈꼽만큼만 먹구요. 깍두기는 안먹어요"
"A야. 네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줄게, 먹고 싶은 만큼만 먹어. 네가 와줘서 정말 고맙구나"

A는 샐러드 두번(브로콜리 빼고) 고등어 세토막, 청국장찌개 두번을 가져다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애들이 마구 벗어둔 실내화를 정리해서 신발장에 넣어주었습니다.
오후 간식을 먹을때 제가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A가 혼자 애써서 신발 정리했단다. 너희들이 너무 흐트러놓았는데 A가 모두 정리했단다"

A는 오늘 점심에 제일 먼저 올라와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신발 정리며 유치부 아이들 식판 분리도 도와줍니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쿠간을 사두었다가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서 네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며 주었더니 무척 행복해 합니다.

A가 멋진 아이로, 여러가지 환경적 어려움에도 근사하게 자라나길 기도해 봅니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hatenay
    '08.8.14 11:50 PM

    마음이 뭉클 해 지네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예전에는 많이 혼내고 회초리도 들었었는데 요즘은 주로 작은일 하나라도 꼭 칭찬 하려 얘 쓰다보니 아이들이 변하더군요~

    A는 본인도 모르는 마음에 불만과 화가 있었나보네요..
    그걸 선생님께서 다정함과 작은 칭찬으로 녹여 주신 듯 해요~

    선생님의 기대처럼 근사한 어른으로 자라서 꼭 선생님을 기억할거 같네요...

  • 2. 노란잠수함
    '08.8.14 11:51 PM

    정말, 아름다운 내용 이네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주면서 ..

    그 아이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인정을 받는것이 필요했나봐요~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른들까지도 선생님처럼 사랑을 베풀어 준다면

    이 나라 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가 될텐데...

  • 3. 아침
    '08.8.14 11:57 PM

    저는 제 아이한테도 그렇게 못할 때가 있는데...
    원글님 너무 좋은 일 하셨네요.
    그 아이 인생에서 어제와 오늘이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될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짐작이 되어 제가 다 감사하네요.
    저도 좀 마음넓게 살아야겠어요...

  • 4. bluebell
    '08.8.15 1:02 AM

    이 깜깜한 밤에..잔잔한 감동을~~
    정말 좋은 선생님 만난 그 아이가...
    너무 다행이네요^^

  • 5. 새로운세상
    '08.8.15 9:59 PM

    아이에게 사랑이 먼지를 알게해 주었네요
    그아이도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할것입니다
    감동 입니다

  • 6. 섭소천
    '08.8.16 2:10 AM

    님...멋지십니다..

  • 7. 산.들.바람
    '08.8.16 7:07 AM

    세상을 따뜻하게 채우고...
    세상사람들 에게 희망과 위안을 채우는 것은
    몇몇 정치가나 연예인이 아니라...

    바로 원글 님과 같은 분들 이십니다!!.....^^

  • 8. 이호례
    '08.8.16 8:42 AM

    비오는날 좋은글 일고 갑니다
    제마음도 따뜻해져요

  • 9. 해바라기
    '08.8.16 9:23 PM

    원글님의 아이사랑이 따뜻해보이네요?
    부모도 하기어려운걸 님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의 맘을 움직엿네요?
    제 마음에도 님의 사랑이 스며드네요
    화ㅅㅅㅅ티ㅇㅇㅇ하십시요~~^*^

  • 10. 성현맘
    '08.8.16 10:58 PM

    님 너무 멋지세요
    마음에 상처가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붙이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모습
    멋져보입니다.

    저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네요

  • 11. 사과나무 우주선
    '08.8.16 11:12 PM

    고맙습니다.

    많은 경우에... 님같이 조금만 더 이해와 사랑으로 다가 간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훨씬 밝을 텐데요.. ㅠㅠ

  • 12. 꽃편지
    '08.8.17 12:08 AM

    A에게 좋은 선생님이 생긴 것 같네요^^

  • 13. 천하
    '08.8.17 7:32 AM

    홧팅..정말 잘하십니다.

  • 14. 로사
    '08.8.17 7:08 PM

    정말 훌륭하세요. 님과 같은 분들이 많다면 울 어린이들 정말 잘 자랄텐데...

  • 15. 노을빵
    '08.8.17 10:50 PM

    훌륭하시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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