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 아들은 말이지~" 이렇게 시작되는 엄마의 꾸중처럼, 한국에게 늘 실력과 품행 면에서 완벽한 '엄마친구 아들'은 일본인 듯하다. 일본에 대한 묘한 경쟁 의식 때문에, 한·일 비교 논리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수단으로 유용할 때가 많다. 실제로 한국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을 일본이 가진 것은 틀림없다.
쇠고기 파동에서도 일본은 여지없이 엄마친구 아들로 등장했다. 월령(月齡) 20개월 이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일본 정부의 '똘똘함'은 한국 정부의 '어벙함'과 비교되면서 또 한번 엄마친구 아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에서 광우병 소가 지금까지 무려 35마리나 확인됐음에도 "일본은 전두(全頭)검사를 한다"는 한마디에, 확인된 광우병 소가 3마리에 불과한 미국보다 더 강직한 엄마친구 아들로 위치를 다졌다.
하지만 비교당하는 '엄마 아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촛불을 든 사람들에게 '황금률'처럼 간주되는 '20개월 이하'는 수정될 것이 확실한 기준이었다. 미국의 '전면 개방' 요구는 일본도 같은 강도로 받고 있다. 한국이 덥석 받아들인 전면 개방 약속이 별 탈 없이 갔다면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했지만, 한국에서 난리가 난 '덕분에'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다. 엄마친구 아들이야말로 지금 수전 슈워브 앞에 한국의 '촛불' 사진을 들이밀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2001년부터 실시해온 전두검사도 사실상 끝난다. 일본 정부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검사에 무작정 세금을 쓸 수 없다"는 논리로 월령 20개월 이하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 국고 보조를 8월부터 중단하기 때문이다. 소를 살림 밑천으로 삼고 있는 지방정부가 "우리 돈으로 계속하겠다"고 속속 선언하고 있지만, 일본의 전두검사는 과학적 이유가 아니라 안전을 선전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광고탑(塔)'으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전면 개방까지는 절대 안 받아들였을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또 한번 한국 정부의 머리 위에 엄마친구 아들의 올곧은 무용담이 쏟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친구의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국민 건강" 운운하면 피식 웃을 것이다. '국민 건강'이란 이상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관료주의의 속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2001년 광우병 소를 발견하지 못한 수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이중삼중으로 책임을 분산시킬 때까지 결정을 안 내리는 일본 관료가 쇠고기 문제에 몸을 사리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료가 권력의 정점까지 지배하는 일본에선 정치적 책임을 떠안을 존재가 없다. 한국도 일본처럼 관료가 지배했다면, 애당초 '전면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 초기의 강력한 대통령 권력이 정치적 결단을 내렸기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물론 결단은 깨끗한 실패로 끝났다. 관료주의의 신중함을 앞세우는 것이 백 번 좋았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납작 엎드려 눈치를 살피는 엄마친구 아들의 '완벽 비법'을 마냥 배우라고 할 수 없는 한계가 엄마 아들에겐 분명히 있다. 엄마친구 아들은 미국과 FTA를 안 해도 부자로 살 수 있지만 우린 그렇지 못하다는 점, 엄마친구 아들은 쇠고기 대신 값비싼 무기를 사줄 풍요가 있지만 우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혼낼 일도 아니다. 힘내라, '엄마 아들'.
-선우 정, 조선일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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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엄마 아들....
이런글 저런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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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월24일자 중에서...[특파원 칼럼] '엄마친구 아들'의 진실-
tods |
조회수 : 1,446 |
추천수 : 56
작성일 : 2008-06-24 18: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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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티파니
'08.6.24 8:28 PM제가 긴가민가 하는데 이분 조선일보에서 강단있는 글을 쓰던 선우 휘의 아들로 알고 있어요..
이웃나라 일본과 우리의 실정을 비교하는 글을 아주 맛깔나게 쓰더군요..2. 솔이아빠
'08.6.24 9:46 PM==========================================================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혼낼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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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고) 사과했잖아. 그러니 이제 일 잘하도록 좀 두고보자.
뭐 이런 내용입니까?
역시 조선일보네요.3. 천~사
'08.6.25 10:52 AM내 아들이면 쥐어박기라도 하지...
4. 상카라
'08.6.26 4:03 AM - 삭제된댓글역시 조중동스럽긴 매한가지군요...
쉬운 말을 일부러 어렵게 비비꼬아서 헷갈리게 만들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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