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남 사는 농부입니다.
농부에게는 크게 두 번 노점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은 결혼하기 전
1980년대 초반 경기도 안산시 개발초기 안산에서였으며
두 번 째는
애들이 분당에서 고등하교를 다니던 2000년대 준반 분당에서였습니다.
두 번의 기간은 각각 2 년 여로
이미 완성된 도시에서는 기존노점상들의 노골적인 방해와
시와 구청의 단속으로 노점을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기존노점상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시청과 구청의 단속을 피하는 노우하우만 익히면
생각보다 수익이 짭짤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분당에서 노점을 생각하게 된 것은
분당에 여럿이 거주하는 형제들를 포함해
26일 오후에 형제들 모임이 있어
토요일인 25일과 26일 낮 동안 가져갈 고구마를 팔고
식사를 겸한 형제들 모임에도 참석하기 위한 겹 목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체 차에 고구마를 한 차 가득 싣고 가게 되었습니다.
고구마중 일부는 박스포장을 하고
일부는 박스에 담지 않고
컨테이너상자에 담겨 있는 그대로 싣고 가
kg단위로 저울로 달아 팔기로 준비했습니다.
원래는 24일 금요일 택배준비를 일찍 마치고
금요일 오후 일찍 출발하려던 예정이
금요일 일이 꼬이는 바람에 금요일에 출발하지 못하고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4시 28분에 일어나
근처에 있는 자생미나리를 베어오니 5시 30분이 넘었습니다.
다시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집을 나선 시간이 5.48분
도중에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목적지만 분당 서현동에 도착하는 시간을 10시로 예상했습니다.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평택 - 안성간 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진행해
기흥까지는 별 문제없이 주행했는데
기흥에서부터 수월. 신갈인터까지 정체가 심해
서현동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2분 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걱적은
제가 기대하는 장소에 다른 차들이 주차해 있어
제 차를 댈 곳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이 제가 주차하려던 곳은
마치 저를 기다리기라도 한듯이 비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차를 주차하고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가 일일 노점을 하려던 곳은
분당시범단지에서 애경플라자(구 삼성플라자)와
지하철 서현역을 가는 고가도로의 입구로서
평소에는 노점차들과 애경플라자나 가까운 상가를 찾는 차들로
주차공간을 찾기 어려운 지역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몸시 혼잡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곳은
분당신도시가 개발되던 시절부터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아주머니(지금은 할머니가 되셨음)들이
직접 농사지으신 채소들을 가지고 나와 파시던 곳으로
그날도 4분의 할머니께서 채소를 팔고 계셨습니다.
이제 선별해 박스에 담은 고구마와
선별하지 않은 채 컨테이너상자에 들어 있는 고구마를 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아뿔사!
손님이 한분도 없네~
아~
이거 오늘 장사를 망치는거 아닐까?
은근히 걱정을 하는데 시간이 흐르고...
30분 정도 지나 첫 손님을 맞았는데
바로 옆 상가에서 부동산을 하시는 40대 주부셨습니다.
그분께서 사가신 고구마를 바로 쪄 이웃분들과 나누어 드시고서는
고구마 맛이 너무 좋다시며 이웃분들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그 때 부터 불티가 나기 시작하는데
제가 손을 쓸 새도 없이
찾으신 아주머니들께서 직접 고구마를 비닐봉지에 담으시느라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가
좋은 고구마를 골라 담으시려는 아주머니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
하마터면 바로 옆에 있는 우성아파트를 훌라당 태워먹을뻔 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아닌 사실이
119소방차가 출동할뻔 했었다는 사실과 함께 속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갈 때와
처음 시작할 때 우려와는 달리
2일을 예상하고 시작했던 분당에서 노점이
준비해간 고구마가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아쉬움이 남을만큼 성황을 이루는 바람에
월요일 탁송할 택배준비를 위해
다음 날 있을 형제들과 모임도 사양한 채
밤길을 도와 내려왔습니다.
장사를 하는 동안
찾아주신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 아저씨(할아버지) 여기서 날마다 했으면 좋겠다" 하시며
"또 언제 오세요?" 하신 분둘이 적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과외소득은
애결플라자에 근무하시는 맘들께서
"모임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 또 오실거냐?"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 택배준비를 오전 중에 마치고
오후에는 다시 분당으로 노점을 하러 갈 예정입니다.
노점!
남들의 이목과 자신의 체면 때문에 쑥쓰러워 그렇지
생각보다 재미가 솔솔하고 수익도 짭짤합니다.
혹시 자신이 의사아 관께 없이 타의에 의해 실직을 하시거나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해 고생하시는 분이 계시면
노점을 한 번 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용기와 패기
친절과 진심에서 나오는 친절에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갖추시면
웬만한 직업 못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이들 고득학교 다니는 동안
50평 남지한 밭에 채소를 재배해
노점에서 팔아 아이들 학비를 대고 생활를 할만큼
남의 시선과 체면만 버리면
이처럼 마음 편하고 쉬운 일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상 해남 사는 농부의 분당에서 노점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