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크면서 육아는 다른 형태로 나를 지치게 한다.
어릴 때는 잠을 못 자고 몸이 힘든 육아였다면, 지금은 아이들의 교육, 성장, 생활습관, 마음까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육아가 되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쏟아붓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걸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이 학원이 아이에게 맞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오늘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었다며 서로 투덜거리고, 늦게까지 잠들지 않는 아이를 보며 "오늘은 내가 해볼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운동하기 싫다고 버티는 아이를 보며 나 혼자 속상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농담 한마디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둘이 함께 방법을 찾아간다면.
병원 예약도, 학원을 알아보는 일도, 무엇을 먹일지, 무엇을 입힐지, 남는 시간에는 어떤 취미를 경험하게 해줄지까지.
설령 그 모든 일을 결국 내가 다 한다고 해도, 하루의 끝에서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편하게 나눌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다를까.
그 사람이 나만큼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실 그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나만큼 생각할 사람은, 결국 아이들의 아빠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나는 그 빈자리를 다른 누구로도 채울 수가 없다.
몸이 힘든 것은 견딜 수 있다. 돈을 벌면서 홀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수많은 싱글맘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감사한 것이 많다. 경제적인 부담을 혼자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마음은 다른 문제다.
이 긴 터널을 지나가는 동안, 그저 정서적인 동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같이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하루를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
말이 통하고, 괜한 말다툼 없이, 아무 말이나 편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일까.
그래도 내일이 오면 나는 또 내 몫을 살아낼 것이다.
감사한 것이 많은 삶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크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불평으로 남기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오늘만큼은,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쌓여 있던 외로움을 글로 적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