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투표도 사전투표의 일종인데?
2026.06.21.
투표지 부족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힘당이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당일투표 이틀과 부재자투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한동훈도 이에 동조했다. 조선일보도 이를 좋은 대안인 것처럼 찬성하는 사설을 썼다.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 이틀, 선거불신 해소방안 될 수 있다>
https://www.chosun.com/.../06/20/LDQ2YLIS6NGAXL5EAPAN4YFLYM/
그런데 국힘당이나 한동훈, 조선일보는 부재자투표도 일종의 사전투표라는 사실을 모르고 마치 현행 사전투표 대신에 부재자투표를 시행하면 현행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것처럼 말한다.
부재자투표도 투표 후 본투표까지 4~5일 정도 간격이 있는 것은 현행 사전투표와 마찬가지다. 모든 유권자는 동등한 환경에서 투표해야 하는데 본투표 유권자와 부재자투표 유권자 간에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현행 사전투표와 다를 게 없다.
부재자투표 후 본투표 전 후보 신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부재자 투표한 사람은 이런 사정 변화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본투표에 임박해 후보 단일화 같은 일이 벌어지면 사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도 똑같다.
본투표 이틀 중 첫째 날은 사실상 사전투표에 해당되어 위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본투표 첫째 날 후보가 사퇴하거나 단일화 하면 첫째 날 투표자의 투표는 사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국힘당 안은 이런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 또는 득표수가 똑같이 나오는 경우가 현행 사전투표에서 보다 부재자투표에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사전투표율보다 부재자투표율이 낮아 한 지역의 부재자투표수가 적기 때문이다. 그 때는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를 용이하게 하려고 부재자투표를 도입했다고 더 난리를 칠 것이다.
투표와 개표 사이 기간이 길어지는 데 따른 문제 역시 부재자투표도 현행 사전투표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부재자투표지(봉투)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관·이송하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다면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부재자투표는 투표지를 우편으로 주소지 선관위 로 보내게 되고 본투표일에는 개표소로 보내야 한다. 우체국이 그 관리를 맡는데 선관위나 투표 참관인이 감시할 수 없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다 본투표일의 첫째 날도 투표함과 투표록 등 선거 관련 서류들의 이송과 보관이 필요해 현행보다 사건, 사고 발생의 여지를 더 늘리게 된다.
위에서 살핀대로 부재자투표는 현행 사전투표가 갖고 있는 문제를 모두 다 갖고 있는데다 현행 사전투표에는 없는 문제도 갖고 있다.
부재자투표는 신청자에게 투표지와 봉투를 우편등기로 보낸다. 본인이 수취하지 않으면 송달이 안 되고, 선관위가 주소지를 오기하거나 신청자가 주소지를 잘못 입력하면 오배송되어 전달되지 못한다. 투표지가 사전에 유출되기 때문에 복사되거나 위조되어 부정에 이용될 수 있다.
제일 심각한 것은 절차가 까다롭고 귀찮아 본투표(당일투표)를 하기 힘든 유권자들이 부재자투표를 이용하지 않고 선거 참여를 포기하기 쉽다. 현행 사전투표제는 본투표 하듯이 신분증만 들고 사전투표소에 가기만 하면 투표를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부재자투표는 신청을 해당 선관위에 해야 하고, 투표지와 봉투를 등기우편으로 수취해야 하며, 투표지와 봉투를 들고 부재자투표일에 부재자투표소를 찾아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부재자투표율이 낮아 부재자투표가 마지막으로 시행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부재자투표를 한 일반인(군인, 경찰, 선거 종사자 제외)이 15만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선에서 관외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약 4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부재자투표가 얼마나 불편한지 알 수 있고 현행 사전투표제가 부재자투표제에 비해 투표를 쉽게 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참정권을 얼마나 신장시켰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부재자투표를 부활하고 본투표를 이틀을 하고 투표소에서 개표를 하게 되면 선거업무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고 선거관리가 복잡해 선거관리 부실이 더 발생할 수 있다.
부재자투표소를 읍,면,동에 설치하는 것은 현행 사전투표소와 똑같지만, 부재자투표 신청을 받고, 부재자투표 신청자에게 해당하는 투표지와 봉투를 인쇄해 발송하는 업무가 추가 발생한다. 부재자투표 신청은 했지만 부재자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현행은 사전투표 이틀, 본투표 하루지만, 부재자투표 이틀과 본투표 이틀로 늘어나 선거관리 시간이 늘어나고 인력이 더 필요하다.
개표도 투표소에서 바로 하게 될 경우는 지금보다 훨씬 관리가 힘들고 부실이 더 늘고 부정의 여지를 더 넓혀 주게 된다.
지금은 251개 개표소에서 집중, 집단 개표하지만 투표소에서 개표하면 투표소를 현재보다 늘리지 않더라도 현재의 당일 투표소만 개표할 경우 전국적으로 14,000개소의 개표장에서 개표해야 한다. 각당 참관인들을 개표소마다 투입할 수 없고, 일반 참관인들이나 언론의 감시도 훨씬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하려면 지금보다 투표소(개표소)를 더 늘려야 하는데, 대만 기준인 투표소당 선거인을 1천명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의 선거인이 약 4천4백만 명 정도이니 44,000개의 투표소(개표소)가 필요하다.
251개소 개표장만 감시, 감독하는데도 개표 부정 의혹을 수도 없이 제기하는데 44,000개소에서 개표할 경우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이 가만 있겠는가?
251개소에서 개표된 사항을 집계, 입력해도 오류와 실수가 발생하는데 44,000개소의 개표결과를 합산, 입력할 경우 완벽하게 처리될 수 있을까?
현재는 지역 선거구(지역 선관위) 단위의 251개소에서 개표하기 때문에 개표상황표를 토대로 개표장 현장에서 개표결과가 집계되어 당선자가 결정되어 공표되지만, 44,000개소에서 개표가 이루어지면 44,000개소에서 개표된 결과를 합산하여야 하기 때문에 개표소 현장에서는 누가 당선되었는지 알 수 없고, 지역 선관위가 소관 개표소(투표소)들의 개표 결과를 전달 받아 합산, 집계한 후에 당선자를 확정해야 한다.
이번에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빚은 송파구의 본투표 투표소는 146개였다. 송파구의 선거인수는 565,368명임으로 투표소에서 개표하려면 투표소가 565개로 늘어야 한다. 투표소당 선거인 수를 2,000명으로 하더라도 283개소가 된다. 이번 지선에서 송파구의 개표장은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1곳이었다. 국힘당 개정안대로라면 283개소 투표장에서 개표가 이루어져야 한다. 283개 개표장의 개표결과들을 부재자투표, 거소투표를 개표하는 개표장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달, 집계, 합산, 입력 과정의 오류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개선하자고 하면서 관리부실이 더 발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말이 되는가?
투표지 부족으로 참정권 침해를 받았다면서 투표지 부족이 애초에 발생할 수 없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부재자투표를 부활하자는 것이 개선책인가?
부재자투표와 본투표 이틀, 투표소 현장에서 개표가 현 제도가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국힘당과 한동훈, 조선일보는 설명해 보라.
그리고 당신들이 제안하는 제도가 선관위를 개혁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설명해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