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중 장남인 저희 큰애가
워낙 착하고 순하기만하고 다른사람에게 피해도 안주고 둥글둥글 좋은 성격입니다. 너무 모난데가 없어서 오히려 휘둘리지요. 다른 사람 말에 별 생각없이 동조하고... 약한 타겟이 되기가 쉬워왔어요. 잘 웃지만 유머센스도 없고 욕도 안하고 얼굴이 동그랗고 체구가 작아서 그랬던거 같기도해요. 운이 나빠서 자신과 어울릴 비슷한 학생을 못만나서 그랬을 수 있구요. 본인이 그런 친구들에게 매력을 못느꼈을수도 있겠구요.
저도 학생들 다루는 직업이라 제 아이들을 어느정도는 객관화해서 볼수 있는 위치인데
저희아이는 그저 매력이 좀 없을뿐 그렇게 표준편차에서 떨어지는 아이는 아니거든요. 그냥 흔하고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초등은 무난히 보냈는데,
코로나있던 중등은 학교를 다니는둥 마는둥하면서 가끔 나갈때마다 약간 치이는 인상을 받았고
고등은 나름대로 무난히 다녔는데 2학년때 인성이 안좋은 그룹에 (대학진학할 생각없이 약간 막사는) 무시당하는 스탠스로 지내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해서 집에와서 울기도 꽤 울었어요..
담임선생님께 아이나 저나 각각 상담도 했었고. 담임선생님 판단에는 심한정도는 아니라며 아이가 견딜수 있도록 계속 지지해주셨어요. 그냥 남고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긁어부스럼 만들면 더 힘들어진다고 하셨죠. 저는 그게 뭔지 잘 몰랐지만 저희 남편도 같은 입장이어서 일을 키우진 않았는데,
추후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둘째의 사회생활과 교우관계를 보니 별일은 아니다 싶긴했어요.
당시에도 자퇴를 시킬까 학폭을 걸까 혼자 고민도 했지만 본인이 버텨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길지않게 그냥 지나가긴 했구요,...
그 이후 제일 행복한 학창시절이었던 고1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고3때 같은반이 다시 되면서
(고2담임선생님이 신경써서 반배치해주신것 같기도해요..)
고3되던 해 아이가 생기도 돌고 친한친구 그룹도 생기고 공부도 열심히해서
친한 친구들 모두 인서울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죠. 학교에서는 예상못한 ㅎㅎㅎ
목표한것을 이루고 스스로 위너가 되면 결국 아무렇지 않아지고 지난일이 된다... 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은 잘 지내요.
근데..
한번씩 생각이나요.
게시판에서 학폭사연이나 아이가 밥먹을때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읽을때면
제 마음에 있던 상흔들이 같이 깨어나는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 대학신입생으로 심할정도로 몰입하면서 모든 행사와 사람사귐에 너무너무 재밌고 신나게 지내고 있는 아이를 볼때면
지난 아픔들을 지우고자 애쓰는 것 처럼 보여 마음이 짠할떄도 있고요...
내가 어떻게 키웠길래 아이는 그런 아픔의 흔적들을 지니게 된걸까 마음이 안좋기도하고...
(둘째는 놀랍도록 핵인싸에요... 그냥 타고난거라고도 생각하지만 장남과 차남의 양육방식 영행의 차이는 있는거 같아요)
큰 아이에게 내심 미안하기도 해요. 그냥 나는 내 최선을 다한건데... 아무리 최선이라도 시행착오를 아이가 겪게 한것 같고. 그래요..
어제 작은아이가 이야기하더라고요.
큰아이를 힘들게 하던 놈 동생이 작은아이와 아는 사이거든요.
니네 형은 대학교 재밌게 잘 다니냐고 우리 형은 재수를 하긴하는데 그냥 지낸다고...
자기들끼리는 뭐 더 다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옛기억과 연관된 관계가 건드려질때마다
둘째도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고 (형은 왜 그랬대? 하는...)
저도 그때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픈...
큰애는 어제도 학교행사와 축제등으로 인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눈부신 날씨에 좋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게 기특하고 장한만큼
혹시나 이전의 상처로,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어떤 실수를 하고있진 않나 그런생각도 들고...
아픔없이 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한번씩 마음이 찡할 때가 있네요.
그냥 출근전에 속풀어보고 싶었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