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친하게 지내는 지인분인데 언젠가부터 불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저는 넉넉하지 않아서,
만나면 밥값은 늘 그 분이 내시고 저는 커피를 사는 식으로 지내왔어요.
가끔 제가 밥값을 내기도 했지만, 항상 뭔가 신세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꼭 보답하고 잘해드려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몇 년전에 그 분이 대만 여행을 간다면서 저 대만 친구 좀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셋이서 단톡방도 만들어졌고, 저 없이도 서로 왕래하면서 둘은 저 없이도 꽤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얼마 전 대만 친구가 한국에 오면서 대만친구 지인의 부탁으로 디올백 구매를 도와주게 됐어요.
그 지인분이 성수 매장 예약까지 해 주고 같이 가주었죠.
매장에서 이것저것 보여달라며 시간이 꽤 걸렸고 해외 송금까지 겹쳐 대기 시간이 길어졌나 봐요.
그때 그 분 애인도 함께 갔다가 지쳐서 많이 화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분이 저한테 전화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대만 친구의 친구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써야 하냐? 나 사람 사람 많은 곳 가는 거 싫어하고 매장에서 그렇게 오래 있는 것도 싫어하는데 그 친구한테 말 좀 하라는 거예요.
불편했으면 본인이 직접 말하면 되는데, 왜 굳이 저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미 둘이 충분히 친분이 쌓였는데, 이런 민감한 이야기는 왜 저를 시키는 걸까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러고 있다가 그 분 집들이에 저와 대만 친구, 그 분 지인 등이 초대해서 갔습니다.
다과 먹으며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연애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분이 제 과거를 다 꺼내더라고요.
사실 저는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사별한 경험이 있고, 그때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했습니다. 12년 만에 겨우 다시 연애를 했는데 그마저도 2년 만에 헤어져서 지금 심리상담을 받고 있어요.
그 분은 이 모든 걸 알고 계세요.
그런데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제 동의도 없이 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셔서 너무 당황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먼저 연락하지 않고, 셋이 있는 단톡방도 확인을 안 했어요.
제가 한동안 조용히 있으니까 대만 친구가 먼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서, 잘 지낸다고 답하고
단톡방을 열어보니 그 분 애인이 팔이 부러졌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알았는데 괜찮은 지 물어야 할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그런데 부상 안부는 답하지 않으시고 저의 모든 말에 "무슨 일 있어?"만 계속 말하더라고요.
연락이 뜸했던 게 신경 쓰이신 것 같기도 했는데 저는 그냥 "아니요, 바빴어요"라고만 하고 쾌유를 빈다는 말로 마무리 했는데 억지로 끊어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