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한지 30년이 되었으니 집에 있는 시어머니께 받은 그 주전자는 60년도 더 되었겠네요
제가 결혼할 당시 시어머닌 안계셨고 시이모들이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일들을 주도하셨는데
폐백할때 사용할 은주전자를 해오라고 하시더군요
그걸 어디서 사나 고민하던차 폐백실에 문의해보니 다 있으니까 준비안해도 된다고해서
그냥 폐백실에 있는걸 사용했어요 이모들 표정은 좋지 않았죠 감히 니까짓게 해오라는걸 안해와..대충 이런 느낌을 받았고 전 왜 그렇게 그 분들을 어려워했는지...
신혼여행 다녀오니 시이모께서 넌 안해왔지만 너희 시어머니가 결혼할때 해온 주전자라며 소중히 간직하라는 말과함께 은주전자를 주셨어요. 이 놈의 은주전자 안해왔다고 이모들께 찍히고 남편한테 도대체 저런거는 왜 해야하는거냐며 싸우게 만든 애증의 물건이라 쳐다보기도 싫고 필요도 없어서 창고로 직행하는 신세였지만 그래도 어머님 유품이고 하니 이사할때마다 이고지고 다니게 되더라구요
이사할때마다 한번씩 보게 되면 그 때 일이 떠오르고 한 숨 한 번 쉬고
색이 변해있으니 은닦는 세제로 한번씩 닦기도 했던것 같아요
기억이 가물 가물 하네요....
그 이후로 20년 가까이 꺼 내 볼 일이 없다가
오늘 금값 은값이 올랐다는 글을 읽다 불현듯 그 주전자가 생각이 난거예요.
평소엔 게으르고 뭐든지 미루는 성격인데 벌떡 일어나서
창고를 뒤져서 찾았어요.이렇게 빨리 뭘 찾으려 일어난건 뭐가 먹고싶어 냉장고 뒤질때 밖에 없었는데
저도 깜짝 놀랐다는...찾고보니 우리나라 전통 주전자가 아닌 터키 같은 나라에서 흔히 보는
목이길고 장식이 있는 뚜껑이 달린 그런 모양의 주전자였어요
너무 오래전에 보고 첨보는거라 이런 주전자였나 갸우뚱 했지만 주전자라곤 그거 밖에 없으니 맞긴 할거예요.
손떨리게 무겁긴 또 왜 그리 무거운지 보물 꺼내듯 주전자를 꺼내서 사진을 찍어 쳇 gpt에게 물어봤어요
이거 팔면 얼마나 나올것 같아?쳇지피티 왈
그냥 갖다 버리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요
은도 아니고 은도금이라 돈으로의 값어치는 제로에 가깝고 은세정제로 닦아도 오래되서 다 벗겨질것 같으니 버리는걸 추천합니다.라네요
그냥 허탈해서 헛웃음이 나오면서 은주전자 해오랄때 그게 다 나중에 니 재산이 되는 거라던 이모말씀이 생각나네요. 저는 오랜 시간 그 주전자가 전부 은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나봐요.
은연중에 이정도 크기면 언젠간 큰돈이 되겠지란 막연한 기대도 있었던것 같구요..
막 방치되어 있던 주전자를 오히려 곱게 다시 싸서 창고가 아닌 재활용장에 버리려고 밖에 놔 두었어요
두서없고 결말이 황당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가 힘드네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