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렇게 오래 기다릴 줄은 몰랐어요.
서울서 가느라 꼭두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도 도착해보니 이미 줄이, 줄이
아주 이루 말할 수 없이 길었어요.
그래도 놀란 점은 참 성심당은 그런 대기줄 관리도 잘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 피해가 안 가도록 하는게 눈에 보였고 그건 일단 관리에 사람을 많이 써요.
그건 돈이죠. 인건비.
그래서 기다리는 사람 줄에 괜한 새치기도 발생 안하면서 사고도 없이 관리하는 점이
보였고
이건 그냥 저한테 든 생각인데 뭔가 그런 일처리나 전반적인 거기 분위기가
저는 신자는 아니지만 카톨릭식의 평화로운 좀 고요하고 점잖은 일처리 분위기
같은 게 어디서나 느껴졌어요. 물론 물건 파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 일처리에는 좀 거기만의,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곳에서
전체를 지배하는 좋은 분위기랄까 그런게 느껴졌어요.
표방하고 소리치는 종교 따로, 돈 벌 때 행동 따로인 것때문에
실망도 많이 하는데 거기선 적어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근데 제가 기다리고 있을 때는 어떤 20대 아가씨가 잠깐 기절하느라 쓰러져서
깜짝 놀랐어요.
119 부르려고 했고 뉴스 나올 뻔 했는데
다행히 본인이 빨리 정신 차리고 괜찮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어요.
장시간 그것도 밖에서 추운데 기다리다보니 잠깐 정신을 잃었나본데
같이 갔던 일행이 그 아가씨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누가 지나가려는 줄 알고 다닥다닥 붙어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가 움직이려면 약간이라도 몸을 비켜줘야 움직이기 쉽기 때문에
비켜주느라 그런건데
몸을 트는 바람에 그 아가씨가 바닥에...
안 그랬음 잡아 줬을텐데 하여튼 그랬구요.
빼빼 말랐던데 말라서 그런가 금방 정신 차리긴 했지만 사람 쓰러지는 걸 첨 봤어요.
그렇게 오래 기다리다 보니 주차비가 진짜 엄청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제까지 거기 서 한번도 주차비는 안 내봤는데
왜냐면 아무리 거기서 뭘 사도 2시간 안에는 다 해결 하니까 주차비
낼 일이 없었는데 어제는 진짜 오래 기다려서 케익 받아오다보니 주차비 폭탄 맞았죠.
거기다 톨비하고
사람 많으니 받아서도 케익 안 쓰러지게 조심조심 차까지 움직여야 하고 보냉백에 넣고 빼고
무엇보다 기다리는 시간 생각하면 2배값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배신하지 않는 가성비에 맛도 좋고
그 많은 사람에도 일하는 분들 친절해요.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한 몇 시간 그냥 서 있다보니 드는 생각이 궁금했던 건 도대체 저 많은 케익을 어떻게 만드나 싶은 거에요.
어제 잠시만도 1000개는넘겠다 싶은데 저걸 23일부터 25일까지만 한다고해도
저 많은 케익은 만약 만들면 어디다 놓으며 저 많은 딸기는 어디서 오나
어제 케익 받으려고 서 있는데 아주 그냥 딸기 냄새가 어디선가 진동을 하더군요.
약간 나이 있으신 제빵사분 말로는 거기 일하는 분들이 약 1800여명 된대요.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만든다고 하니 그럼 가능할까
그래도 사가는 나는 한 명이 2-3개라 해도 그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진짜 일을 죽도록 해야 겠구나 싶더라구요.
근데 케익 말고 본점에는 본점대로 빵이 또 종류별로 있으니
참 말 다했죠.
어쨌든 누군가를 위해서 사다 드렸는데 우리 시어머님은 이거 알라나 몰라요.
밑에 어떤 분이 쓰셔서 참 생각난건데 임산부를 위해서는 또 따로 줄을 만들어서
그 사람들은 빨리 빨리 사갈 수 있도록 하더군요.
얼마나 좋아요. 임산부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고 싶은 케익 사가서 가족과 함께 하세요 이건데
그걸 위해서 따로 줄 만들어 주던데 그런 것들이 바로
약자 배려, 같이 사는 공동체 이런 거창한 말의 구체적인 실현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좋아 보였어요.
사실 그 줄 안 만든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사겠다고 돈들고 서있는데 나는 그냥 팔면 그만인데
그럼에도 그 줄은 따로 만든 건 신경을 썼다는 거잖아요.
가족이 임산부랑 같이 있긴 하던데 어제는 그 임산부 줄도 진짜 길었어요.
누군가는 또 욕할라나요? 임산부가 무슨 케익 먹겠다고 줄을 서고 미련하네 이런 식으로?
나쁜 인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