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야망
거기 파주댁이 나오죠. 남능미님..정말 딱 파주댁 그 자체..
파주댁이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젊은 나이부터 고생고생하면서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흘러흘러 와서
술집을 열어요.
그 시절에 가장 무시당하고 천하게 취급받던 여자에요.
그런데 대책없이 착하달까 허당이랄까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돈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주니
떼인 돈도 많고요. 그래도 그러려니 하면서 술 팔면서 하루하루 살아요.
그러다 태수엄마가 급전이 필요해서 이 파주댁을 찾아가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요.
태수엄마가 가난하고 못 배웠어도 강단이 있어서
남한테 아쉬운 소리 못 하는 타입인데
파주댁한테 급전 좀 빌려 달라고 어렵게 말을 떼는데
글쎄 파주댁이 고민 1도 없이 네 빌려드릴게요 합니다.
그러자 태수엄마가 기가 차서 ..자네 돈 많이 떼일만 했겠네...하죠.
그리고 태수엄마가 서울갈때 파주댁도 춘천을 뜨고 같이 올라가서
온갖 형태의 밥집을 해요. 둘이 엄청 고생하죠.
그리고 가게를 열어요 춘천옥..
거기에 파주댁 돈도 투자가 되어 있고요.
처음에 태수엄마의 그 괄괄하고 소리지르고 면박 주고 하니까
술먹고 주사 부리면서 귀여운 반항도 해보고 하면서
어쩃든 그 집 식구처럼 삽니다.
그 사이 파주댁은 버는 족족 태수엄마한테 맡기고 태수엄마는 그 돈을 악착같이 불려요.
그후 춘천옥이 어마무시하게 잘되고 태수도 초반 엄청 고생하지만 사업이 술술 풀리고 사장님을 넘어 회장님이 되고 태준은 우여곡절끝에 그룹 회장이 되고요.
그런데 어느날 파주댁이 선언을 하죠.
고향 파주로 돌아가겠다고요..
사연인즉슨,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이 떠돌이로 술팔러 전국 돌아다닐때는 다들 부끄러워 아는체도 안 하더니
돈 좀 벌었다는 소문이 파주에 나기 시작하니까
연락을 해대고 노후는 파주에서 보내셔야지 왜 거기서 객식구로 사냐고 한다고..
그 말이 뻔한 말인것도 아는데 그래도 고향으로 가고 싶다고..
그리고 파주에 가서
교육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이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적 혜택을 줘요.
즉 젋어 남편 사별하고 자식없이 떠돌면서 술팔러 다녔던 가장 천한 여인이
마지막에는 고향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됩니다.
80년대에 김수현 작가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냈을까요
정말 이거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김수현은 그 시절 고대 졸업한 초초초 엘리트 여자인데
가장 천한 여자를 가장 위대하게 그려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