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 용기 내어 적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저는 삼남매 중 첫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 역할은 늘 ‘참는 사람’, ‘중간에서 조율하는 사람’이었어요.
부모님은 각자 사정으로 정서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그 사이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책임을 떠안고 자랐습니다.
특히 여동생과의 관계가 오래 문제였습니다.
9살 어린데,
어릴 때도 감정을 다루지 못해 얼굴을 할퀴거나,
머리채를 잡거나,
저를 ‘언니’가 아닌 ‘너’로 부르며 무시하는 행동이 자주 있었어요.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해 누구도 제 자존심이나 상처를 대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생이잖아” 라는 말로 넘어갔던 기억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최근 연락이 닿았을 때도 여전히 제게 쌓인 분노를 그대로 쏟아냈습니다.
SNS에 저를 비꼬는 글을 쓰고, 손절 선언까지 하더군요.
저는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결국 연락을 끊고, 번호도 차단했습니다.
마음 한쪽이 허전합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생일에 안부 묻고, 명절에 같이 밥 먹고,
가족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관계요.
그런데 우리 가족은 늘 서로의 감정에 휘둘리고,
책임은 회피하고,
상처는 미루고 덮습니다.
엄마는 늘 피해자의 자리에서 불만을 이야기하고,
아빠는 갈등을 피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동생들은 각자 힘들고 외롭지만,
그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를 향해 쏟아내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시간이 지나 관계가 달라졌던 분들,
어떤 선택이 덜 후회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가족이지만, 모든 가족이 건강한 관계는 아니라는 걸
이제야 인정하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