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로 평생 살았어요.
물론 미모로 돈을 벌 만큼 예쁜 건 아니고요.
그냥 한 반에서 제일 예쁜 정도
한 과에서 제일 예쁜 정도.
연예인 해볼래. 제안 몇 번 받은 정도.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예쁘다는 말을 할 때 불안했고
예쁘다는 칭찬이 싫었어요.
나한테서 예쁨이 사라지면 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그런 의심은 남편한테도 있었어요. 남편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한테 예뻐서 결혼했다고 했어요. 어쨌든 나를 책임진다고 하긴 했어요.
그런데 남편하고 살다가 제 좋았던 직업도 남편이 싫어해서 관두게 됐고
일은 계속하는데 대출해서 남편 사업에 보태주고 등등 계속 가난했어요.
나이가 들어서 이제 더 이상 예쁘지 않는데, 남편이 나를 계속 책임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옛날에
사람들이 나를 더 이상 예쁘다고 하지 않을 때도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져야지.
생각하면서
독한 마음을 먹고 직업을 구했을 때
그때를 떠올리면서 지금 다시 노력해요.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고요.
남편이 없어도 살 수 있을 만큼
내가 많이 베풀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 한 몸은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내가 늙고 아프고 예쁘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돈이더라고요.
그리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기타 다른 것들 뭐 재능이나 내 생각이나.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들
예쁘기 때문에 더 불안했어요.
그런 칭찬들이 불안하게 했어요.
이제 안 예쁘니까 사람들이 그런 말을 덜 하니까 조금 편안해요.
사람들이 아직도 제 몸매를 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그러는데 같은 농담을 해도
이렇게 안 먹으니까 마르지 등등등
이제는 신경도 안 써요. 말랐으나 살쪘으나.
어차피 이쁘나 못생기나 다 늙는 거
주머니에 얼마가 있고 연금이 얼마가 나오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이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예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50대는 악착같이 벌어모으렵니다. 그동안 벌었던 것들은 자식 키우는데 다 썼고. 남편은 자산을 하나도 모으지 않았으니. 자기 인생 살겠다는 남편이랑 이혼하고 저 혼자. 제로에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