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호수공원이 있어서 자주 걷기운동을 가요
어제 주말이라 아이와 함께 걷기운동을 하는데
앞서 가시던 아저씨가 풀숲 근처에서 뭔가를 한참 보시더라고요
그렇잖아도 평소 시야가 넓은 저희 아이도 저기 풀숲가에 뭔가가 있다고...
가까이 가서 보니까 황조롱이(인줄 알았어요)가 무언가에 공격을 받은건지 날개만 푸드덕 거리면서 날지도 못하고 계속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러다가 데구르
굴러떨어지고 있더라고요
119에 연락을 해서 보호종인 황조롱이가 다친채 발견되었다고 혹시 구조팀이 오실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안타깝게도 주말이라서 출동팀이 없다고 하셨어요ㅠㅠ 안내받은 시청에서도 또 공원사무실, 단골 동물병원과 근처 동네 동물병원에 전부 전화로 구조요청을 해도 역시나 주말이라서, 혹은 고양이와 강아지 외에는 진료를 못하셔서..등의 이유로 모두 힘들다는 안내를 받았죠
나중에 사진을 찍어서 자세히 검색을 해보니 이 녀석이 황조롱이가 아닌 부엉이더라고요
전 막연히 부엉이, 올빼미를 엄청 무서워하는 사람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제 눈앞에서 부엉이를 본거였어요 아주 작은 새끼 부엉이던데 눈이 노란게 생각만큼 무섭지않고 오히려 귀여웠어요
왜 하필 어제가 주말인건지...ㅜㅜ
사람들이 구경을 하느라 뛰어오니 새끼부엉이가 놀라서 그런 몸상태임에도 살겠다고 몸부림을 치다가 풀숲 산기슭으로 데굴데굴 날개를 쫙 편채 막 굴러떨어지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더라고요ㅠㅠ
노란눈에 까만 눈동자가 겁에 질려서 이리저리 흔들리던 모습도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고요
새를 위해서 기도해보긴 또 난생 처음이었네요
밤엔 기온이 더 떨어질텐데
쪼꼬미 아기부엉이가 밤새 무탈하길,
월요일에 누군가에게라도 빨리 발견이 되어서
꼭 회복이 되어 어딘가에 있을 엄마곁으로 훨훨 날아가길 기도했거든요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앞구르기를 하며 대책없이 굴러떨어지는 모습과 눈빛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어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