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에서 자랐고, 지금 가정 이루고 잘살아요. 23년째.
이혼 말고도 엄청 문제가 많았죠.
부모 가출에 폭력에 재혼에 삼혼에 새어머니들에...
이혼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서로 헤어져 사는게 더 낫다고 결론나면 서로 예의지키고 헤어지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가야 이혼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언어적, 감정적, 신체적으로 오가는지
초등학생인 저는 그게 다 실시간으로 느껴졌고
극한의 공포를 느꼈어요.
어른들끼리 알아야 하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알아버렸고요
부모가 그런 오염된 것들로부터 자식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들도 이혼이 처음이라 너무 서툴렀고
너무 감정적으로 압도되었던 터라 우리 남매는 고스란히 노출되었죠.
그리고, 너무 명백한 싸움이 있는데도
언어로 정리해주고 자녀를 안심시켜주지 않고 모호한채로 회피하고
아무일도 없는 척 하며, 아니면 상대 욕을 죽어라고 했죠.
그럼 자녀는 그 형편없는 부모로부터 내 반이 왔구나 싶어서
실존적인 무가치함을 느껴요.
게다가 이혼 과정의 폭력적 상황 노출로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고요.
이혼하고 나간 후 순식간의 단절이 좋은 줄 아세요?
버려진 느낌 지대로 받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것은 정말 자기 존재의 위협이고요.
세트로 있던 친척들이 일거에 척결되는데
꿈을 꾼 것 같아요. 현실감이 없어지죠.
실생활은 그대로 삽니다.
저도 아주 잘 살아서, 학교도 잘가고, 공부도 잘했어요.
심지어 성적이 더 올랐는데요.
제 안은 썩어들어갔어요.
그것이 성인이 된 후 인간관계로 나타나서
버림받을까 두렵고, 그래서 먼저 거절하고,
트라우마 상황이 재현되면 무의식적으로 얼어버리고,
과잉반응하고
아이들도 과잉으로 보호하게 되고요.
그래서 결혼생활 자체가 매우 피곤한 면이 있어요.
에너지를 많이 쏟아요.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괜찮습니다. 저도.
남편도 저의 이런 속속들이 심정은 잘 몰라요.
말하기 너무 복잡하고, 괴롭고 수치스러우니깐요.
이제 50을 바라보며 저의 과거, 성장기와 지금까지의 관계를 돌아보니,
부모의 이혼, 헤어짐 그 자체에서 상처 받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의 폭력과, 자신의 감정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투사하는
미숙한 부모,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아 모호한 불안을 남기는 부모,
부모와 자녀의 분리된 삶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
자기들의 관계는 끝나도 부모로서의 애정과 책임은 끝까지 다해줘야 함을 모르는것,
그것이 큰 상처입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분명히 자녀의 결혼과 이후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쳐요.
저는 그걸 치유하느라 반평생 보냈어요.
저는 제 인생이 그래도 떳떳해요. 주어진 밭에서 열심히 살아냈으니.
내 자녀가 이혼가정의 사람과 결혼하려 한다면
다른것이 걱정 안되고,
그들의 이혼이 인격적이었나, 자녀를 존중했나..그걸 볼거에요.
그리고 각각의 부모와 개별적으로 편한 관계를 맺고 있나...그거요.
돈은,,,자기가 벌면 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자기 배우자는 자기가 선택하는거라 생각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