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히 길이 길어서 바쁘신 분께는 미리 죄송합니다.
금요일 퇴근후 운동도하고 우리집 동앞까지 갔다가 집거실 불이 켜져있는걸 보고 집앞 롯데리아로 걸어나와서 햄버거를 먹어요.
지난주에 안심돈까스를 주문해놨는데 자기가 등심만 먹는걸 몰랐냐며 넌 주문을 참 못하는거 같다고 한게 기억나서 같이 밥 같이 먹고싶지 않아서요. 단순히 이런 이유가 다는 아니고 그동안 수십만개 쌓인 여러가지 이유에서겠죠.
남편은 롯데리아 햄버거를 싫어해서 같이 못먹는 메뉴죠.남편은 안먹는 음식이 많아요.순대국밥이며 곱창이며 추어탕도 곰탕도 고등어도 낚지도 오징어두요.더 많아요
결혼 20년차 맞벌이 부부고 아이낳고 산후 휴가말고는 직장을 못쉬어봤어요.
남편이 지방발령이 났을때 임신했을때 였는데 친정에서 직장다니면서 출산하고 남편이 서울에 복직할때까지 친정신세를 지고 친정부모님이 아이들을 키워주셨어요
연애때는 자상하고 의식있는 남자인척하더니 결혼해보니 약한체력과 게으름으로 그리고 사회생활이 일순위라며 아이 아파도 휴가한번 일찍 퇴근하는 일도 없고 주말에 데리고 놀이터 한번 데리고 가는법이 없어서 친정남동생이 그런역할을 해줘서 지금도 아이들은 외삼촌을 좋아해요. 내직장생활도 힘들고 에너지를 다쓰고 온다는걸 무시하고 제가 출장을가든 늦게 들어오던 관심이 없었어요. 한번은 싸우고 얼마있다 제가 해외출장을 갔는데 호텔이며 비행편이며 끝까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더군요.
한창 애들 어리고 멘탈이 힘들땐 그냥 친분이 있는 직장동료 남자가 일이 너무 많아서 괜찮냐고 그냥 안부만 물어만봐줘서 눈물이 났어요. 누군가 제 안부를 걱정한다는게 고마워서요. 우습죠.
남편이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을 당하고 개인사업을 시작하지 5년인데 뭘하는지 수익이 나고 있는건지 얘기를 안해줘서 몰라요. 초창기 제가 사업을 반대했다고 자기 기운빠지게했다고 얘기하고싶지 않다고하더니 아이들이 돈이 한창 많이 들어갈때라 제가 많이 힘들어요.제가 죽기살기로 남편이랑 졸혼할거라 일을 열심히 해서 아직 직장은 어찌어찌 다니고 있어 월천을 받지만 집안일에 직장일에 아이 교육에 신경쓰는것도 모두 힘들어서 어떨땐 다 놓고 싶어요.
이런 남편이랑 왜 지금까지 사냐구요? 아이들이 성인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예요. 다행이 제일이 있고 상담도 받았고 저를 단단히 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저한테 집중해서 살면서 집에서 평일 낮부터 거실에서 티비 붙잡고 있는 남편한테는 최대한 싸우지 않을 정도만 의사소통을 하고 살았는데 큰 복병이 나타났어요.
시어머님이 치매진단을 받으실 것 같아요.이 정도인줄은 몰랐는데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모시고싶다고해서 제가거절했저더니 같은 단지로 모시고 왔어요. 아직 정식 치매진단은 아니신 상황이라 데이케어를 받으실 상황은 아니신데 길을 잃어버리신다거나 통장만쳐다보고 돈이 없어졌다는둥 이상한 말씀을 하시곤하세요.
저희 친정엄마가 한동안 많이 편찮으셨는데 전화한번 드리라고해도 남편은 아이들 다 키워주신 친정 엄마 상태 한번을 궁금해 안했어요.
시어머님은 저한테 항상 잘해주셨는데 막상 남편이 전화드리라는둥 시간날때 식사를 챙기라는둥 하니 남편이 너무 미워서 말도 안꺼내고 싶구요.
즐거운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집앞을 뱅뱅 돌면서 들어가기 싫어서 방황하는 사춘기애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