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이야기 1]
요즘 언론에서 연일 캄보디아 관련 뉴스로 시끄럽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교민들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 중인 캄보디아인들까지 모두 분개하고 있다.
‘범죄도시’…
캄보디아인들은 한국인 지인들에게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런 식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라며 항의 문자로 도배 중이다.
교민들 사이에서도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양국 교민들은 아무 죄가 없다.
그럼에도 요즘 언론 기사와 그 댓글들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캄보디아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마치 ‘위험한 나라에서 동포를 등치는 사람들’로,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인들은 ‘자국이 부패하고 한국인을 공격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오해받고 있다.
이제 문제의 본질을 다시 상식적으로 보자.
예천 출신 대학생의 사망은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한국 사회에서 어느 누가 22살짜리 대학생에게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을 주겠는가?
‘텔레마케팅’, ‘인터넷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에서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 조직’일 가능성을 떠올렸어야 하지 않을까.
캄보디아 교민들은 지금 미칠 지경이다.
거의 대부분이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온라인 카지노’임을 알고 넘어오지만, 막상 와보면 중국 갱단이나 조선족 조직에게 붙잡혀 실적을 못 내면 짐승처럼 취급받는다.
그래서 탈출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대사관 직원들도 미칠 지경일 것이다.
기사에서는 대사관이 자국민 구출에 소홀했다며 비판하지만,
실상은 ‘불법을 저지르러 온 자들’을 그래도 자국민이라 최선을 다해 구출하고 송환하는 중이다.
대사관 경찰영사와 담당 주무관들은 밤잠도 못 자고, 주말도 없이 구출 작업을 한다.
작년에만 400여 명, 올해만 150여 명을 구출해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대사관, 한인회, 한인구조단, 교민들…
이들도 사람이다.
때로는 짜증이 나고, 화가 치솟는다.
새벽에도, 주말에도 구해달라는 연락이 온다.
그중에는 “미안하지만 제발 살려달라”는 정상적인 사람도 있지만,
“너희가 당연히 나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 돈도 못 내주느냐”라며 적반하장인 사람들도 있다.
별의별 인간 군상이 다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이다.
문제는 대사관에 이들을 본국으로 보낼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가족에게 연락해 비행기 값과 벌금을 내고 나가지만,
대부분은 그런 돈조차 없는 막다른 인생들이다.
한국에서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캄보디아로 넘어와 사기에 가담하려다 실패하고 붙잡힌 경우가 많다.
여권 분실 신고서 작성 : 약 $100
대사관 여권 재발급 : $60
비자 만료로 인한 벌금 : 하루 $10 (1년 불법체류 시 약 $3,600)
비행기 편도 : $300~500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인당 $1,500 이상이 든다.
이런 사람들을 지금까지는 한인회장, 대사관 직원, 뜻있는 교민들이 자비로 도와왔다.
한인회장이 무슨 돈이 있다고, 공무원들이 무슨 급여가 많다고...
자기 급여의 20~30%를 이런 사람들을 위해 쓰는 걸로 알려져 있다.
부족한 금액은 교민사회에서 십시일반 모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한인회장 등 뜻있는 분들이 그동안 자비로 쓴 금액만 30만 달러(약 4억 원) 이 넘는다. 초기에는 중국 갱단에게 “한국 사람 빼돌려 보내지 말라”며 살해 협박도 받았다.
지금도 그 주변인들은 혹시 해를 입을까 노심초사한다.
작년 KBS가 처음 보도했을 때는 캄보디아가 ‘무법천지’처럼 묘사됐다.
이후 일부 기자들이 실태를 파악하면서 ‘피해자들도 완전히 순수한 피해자는 아니다’라는 점을 언급하지만,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은 한국 국민들을 오해하게 만든다.
어제 조선일보는
“캄보디아에 여행 다녀온 박항서, 납치당할 뻔”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내용을 읽어보니, 캄보디아에서 여행 잘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던 중, 베트남 택시 안에서 납치 위기를 겪은 이야기였다.
이건 정말 ‘미친 제목’이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 교민들에게 돌아왔다.
또한 한국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인들의 자존심은 심하게 짓밟혔다.
이제 그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
‘순수한 피해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무지했거나, 무지를 가장했거나,
혹은 자국민을 속여 돈을 벌겠다고 가담한 사람들이다.
죄는 밉지만, 사람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 돕는다.
하지만 교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이들은 한국에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경찰 조사를 받고,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캄보디아에 사는 교민들은 죄가 없다.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인들도 죄가 없다.
주기적으로 현지 실태를 알리는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