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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의 임종과 방문진료 현실 고민하는 의사 글

조회수 : 3,063
작성일 : 2025-10-11 22:14:43
연휴 시작과 함께 다리 절단면에서 고름이 쏟아지던 내 환자는, 다시 방문한 이틀 후 결국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상황이 점점 안좋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연휴 하루는 드라이브를 핑계 삼아 멀리 동쪽으로 달려 두 할망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명절 당일과 연휴의 마지막날, 한 분씩 임종 소식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병원에 입원했으니 좀 나아지겠지 싶었던 내 환자는, 패혈증 단계로 접어들며 점점 안좋아진다는 소식이다.
.
방문진료의 무게를 실감하는 연휴였다.
지속적으로 돌봄이 필요하고, 돌봄이 각자의 집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연휴는 방문진료하는 의료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함께 방문간호를 하는 재가선터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돌보는 노인들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 상황을 직접 보아야 하는 입장에서, 연휴는 오히려 묶인 족쇄를 더 무겁게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집안 일로 섬을 떠나야했던 간호사는, 수시로 보호자와 동료 간호사와 나와 상황을 주고받아야 했다. 나는 휴진일 아침 일찍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러 병원에 출근해야 했고, 임종하신 할망 가까이 사는 간호사는 고인이 된 육체를 수습하는데 도우러 가야 했다.
.
집에서의 돌봄, 집에서의 임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도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독려하는 중이다.
의료진과 재가센터의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포함한 모든 돌봄의 행위는 어쩔 수 없이 노인의 임종기로 이어진다.
아직은 국가의 제도가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나의 존엄을 지키는 생의 마무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생의 흐름은, 그 흐름을 옆에서 살피는 손길은 자연스럽게 생의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둘 사이의 괴리를 겨우 메우고 있는 것은, 돌보는 이의 마음과 서로간의 정이다. 제도는 제대로 된 책임이나 보상을 해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연휴 내내 우리의 수고는, 이제껏 돌보아왔던 마음과 환자의 가족들과 형성된 라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
노인돌봄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일본은, 방문진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역마다 응급대기를 하는 의료진들과, 집에서의 임종을 돕는 의료진들이 있다.
체계화된 방문진료 제도로, 돌봄 손길 자체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
러니 방문진료에 좀 더 많은 의료인력이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의 방문진료와 돌봄은 제대로 된 보상보다 방문의료인과 돌봄인력의 마음과 인정에 의존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노인돌봄에 의료인력이나 돌봄인력들이 발을 잘 들이려 하지 않는 이유다.
개인적 상황에서 단순히 생각해도, 편안한 실내 진료실에 앉아 오는 환자만 보고 쉬는 날 깔끔하게 쉬며 보내는 것이, 덥고 추운날 차를 몰아 환자 집을 찾아가고, 변화하는 환자상태에 노심초사하며 불편한 마음을 쉬는 날을 보내는 것보다 휠씬 낫다.
.
의사 입장에서 이런 방문진료를 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신념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일 뿐, 수익을 위해 방문진료를 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연휴 내내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수고’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 연휴를 말하자면, 나 외에도 직접 간호와 돌봄을 해야 했던 수많은 돌봄인력들, 그리고 쉬지 못하고 업장을 운영해야 했던 수많은 자영업자들, 그리고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쉬지 못했던 수많은 노동력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런 수고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시 방문돌봄의 영역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자면, 돌봄의 끝은 돌봄받는 이의 임종이고, 그래서 돌봄과 집에서의 임종은 현재의 제도가 만들어놓은 것처럼 분리될 수 없다.
이 연속선상의 삶의 흐름이,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돕는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제도가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노심초사를 두고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을 직접 움직여야 했던 간호사들이 있었다. 수고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IP : 218.159.xxx.2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25.10.11 10:15 PM (218.159.xxx.28)

    https://www.facebook.com/yongwoong.jeon.7/posts/pfbid02Jk5RGvZPJbd2Q22e4wNkmT1...

  • 2. ㅇㅇ
    '25.10.11 10:23 PM (116.121.xxx.181)

    이런 문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듯요.
    일본은
    가정에서 임종이 거의 정착된 거 같더라고요.

    병원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게 슬프죠.

  • 3. 원글
    '25.10.11 10:26 PM (218.159.xxx.28)

    우리나라도 가능한 현실적인 제도 마련되길 바라며 이 글을 가져왔습니다.
    많이들 보셔야 현실적인 제도 마련하자는 여론 형성되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요

  • 4. ㅇㅇ
    '25.10.11 10:28 PM (116.121.xxx.181)

    정치 글은 아니지만
    워커홀릭 이재명 정부가 이 글을 보기를 바랍니다.

  • 5. 원글
    '25.10.11 10:31 PM (218.159.xxx.28)

    네. 이 정부가 이 부분에 많은 진전을 이루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국민의 수준이 자신들의 삶을 이끌 정부를 선택한다고 봅니다.
    우리들 역시 계속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며 여론을 만들고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상한 샤우팅들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 가리워지지 않도록이요.

  • 6. 재택사
    '25.10.11 10:42 PM (117.111.xxx.254)

    일본도 아직 재택사(자기가 살던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 정착되지는 않았습니다.

    15~20% 수준이라더군요.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높지요.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4486

    놀랍게도(?) 우리나라도 재택사 비율이 16%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게 스스로 선택에 의한 것보다는 병원에 갈 수 없는

    의료낙후 지역에 의한 것이긴 하지요.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4/01/SWKH4VIPABAGXMGIEG...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에 사는 이들은 아파트 거주가 워낙 많아서요

    이게 의외의 벽이 됩니다. 시신을 처리하는게 쉽지 않거든요.

    엘리베이터에 세워서 나르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곤돌라를 쓸 수도 없지요.

    아울러 집에서 임종할 경우 경찰이 와서 확인을 해야합니다.

    자연사라는 걸 입증해야하니까요.

    그러다보면 그런 여러가지 번거로움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병원을 택하게 됩니다.......병원에서는 의사가 사망진단서만 떼어주면 되니까요.

    물론 재택요양이 일반화가 되고, 지역 주치의 제도가 자리 잡으면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그 환자를 계속 돌보던 주치의가 바로 사망진단을 하겠지만

    점점 지역의사가 없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쉬운 일은 아니죠....

  • 7. 노인돌봄
    '25.10.11 10:44 PM (121.200.xxx.6)

    대통령이 국민신문고를 수시로 살피신다고 들은듯 해요.
    국민신문고에 올리면 좋을 글이에요.
    제발 정부 차원에서 가정임종을 논의하면 좋겠어요.

  • 8. 원글
    '25.10.11 10:46 PM (218.159.xxx.28)

    아파트에서의 재택사 후 사망한 분을 밖으로 모시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119에서 담당하고 경찰이 집으로 와서 자연사나 병사라는 것을 바로 확인합니다.
    펌글 내용처럼 지역의 방문진료 의료인을 늘리고 그들이 오직 봉사 정신으로 일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게 먼저 일 것 같습니다,.

  • 9. 일본은 세금엄청
    '25.10.11 10:47 PM (211.48.xxx.45)

    일본은 세금 엄청내요. 노인복지는 일본이 잘 돼있죠.

  • 10.
    '25.10.11 10:50 PM (116.121.xxx.181)

    전 다른 기사에서 봤는데 일본에서 가정 임종이 정착된 줄 알았어요.
    아직 아니군요.
    애고. ㅠ

  • 11. 낙동강
    '25.10.11 10:53 PM (210.179.xxx.207)

    2019년 할머니가 집에서 돌아가셨고
    호스피스 추천받은 이후 집에서 모신 경우라 계속 병원과 소통이 있었어서
    집으로 엠뷸런스가 오고
    병원으로 모셔서 장례를 치뤘는데요.

    그런데 집에서 돌아가시면 경찰이 오고 의사들이 검사하고… 꽤 골치아파 진데요.

    그래서 집에서 모시던 분도 위독하면 병원으로 옮긴다고… 저희 할머니 모시고 간 엠뷸런스 기사가 집에서 돌아가신 분 모시는 건 몇년 만이라고 했어요.

    법이 까다로운데 이걸 완화시키면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

    얼마전에 뵀던 완화의료 전문 의사께 들었네요. 노환으로 몸져 누워 저절로 곡기를 끊었다가 사망하고 싶어하던 그 분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갑자기 나타난 가족 하나가 환자가 원한 연명 거부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 12. Re: 원글
    '25.10.11 11:24 PM (117.111.xxx.254)

    아니요, 시신 운반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우선 119가 와서 고인이 사망했으면 사망확인은 119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게
    인도합니다. 그럼 경찰이 와서 자연사인지를 확인하죠.
    여기서 119와 경찰의 역할은 끝이고 시신운반은 유가족이 장례업체에 연락해서 옮겨야해요.
    그 과정이 최소한 한두 시간 소요됩니다.

    그리고 시신운반할 떄 엘리베이터를 쓰는 데 낮이면 엘리베이터를 잠시 통제해야해요
    시신을 세워서 운반해야하기 때문이고, 아이들이 보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슬리핑백 같은 특수처리된 백이어서 안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게 시신이라는 건 알수있죠.
    현관에 도착하서 운구차량에 싣는 과정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보게 됩니다.
    물론 죽음은 자연스러운 생로병사의 과정이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모든 과정을 아파트에 살 경우 다 겪고 처리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 13. 워커홀릭
    '25.10.12 12:00 AM (67.177.xxx.45)

    이재명 정부가 워크홀릭이구요? 예능홀릭 아니고요?

  • 14. ㅇㅇ
    '25.10.12 1:15 AM (211.251.xxx.199)

    워커홀릭
    '25.10.12 12:00 AM (67.177.xxx.45)
    이재명 정부가 워크홀릭이구요? 예능홀릭 아니고요
    =======
    워크?홀릭이 뭔지 모르나보네
    알콜홀릭은 당연히 알거 같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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