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저에게는 극진했어요.
가정불화와 파탄, 이혼과 재혼이 이어졌기 때문에
가정 내부가 매우 불안정했는데
오빠는 밖으로 튀어나간 반면
저는 해맑고 순하게 적응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그래서 아빠에게 저는 유일한 희망이었을지도요.
암튼, 아빠는 그 가정의 휘모리 장단 속에서
저에게 와서 용돈 쥐어주고,
불러내서 밥 사주고,
90년대초 10만원 하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청바지 사주고
거의 저에게 큰 소리 안내고 저를 지켜주셨어요.
친엄마가 바람나서 집을 나갔고,
새어머니가 들어왔고,
다시 그 분이 십몇년만에 이혼하여 나갔고,
노년에 아버지는 다시 재혼을 하셨죠.
친엄마와 살 때는 두어번 피 뿌리는 폭력이 있어서
(물론 엄마가 바람이 나서 매우 빡친건 알지만)
저의 일생의 큰 트라우마가 되었고,
새어머니와 새새어머니는 나중에 보니 좋은 분들이었는데
아마도 아빠의 '이빨'에 속아서 결혼한 것 같아요.
돈도 없는데 있는 척,
젠틀한 척....
아버지가 재혼을 두 번 결정 할 때는 다 저와 떨어져 살던 때였으므로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아버지는 자기 밥해줄 여자,
돈 가져와서 가정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해줄 여자가 필요했더라고요
아빠의 착해보이는 인상에 아마도....
자기 입이 너무 소중하고, 입성이 매우 중요한 분이고요
본인은 40대 이후로는 돌아가실때 까지 백수.
여자들을 이용해 먹은 것 같아요.
그러고도 살살 바람핀 것 같은게 두어 번 저에게 포착.
세번째 부인의 간병을 극진하게 받으며 돌아가셨죠.
세번째 부인도 착한 분이고 아버지보다 열몇살이나 어렸고
본인이 싱글맘이라
아버지에게 돈 갖다 바치고 그래도 가정이라고 꾸려보려고 노력하신것 같아요
노년 재혼이라 저와는 거의 상관없이 지냈고요
상을 치루는 마지막날,
그 새새어머니에게 제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감사하다....그랬더니
아버지가 참 자기 좋은거만 하고 이기적인 사람인건 맞는데
그래도 사랑했고, 행복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했으면 좋으련만
장례 다치르고 정리하는데
새새어머니의 딸이 나타나서
저에게 악다구니를 얼마나 치던지..
니 아버지 때문에 우리 엄마가 얼마나 개고생한줄 아냐.....
아버지와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자식으로선 회한이 있지만,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빠가 했던거..
소소하게 못되게 굴고, 여자들 무시하고,
자기 입만 중요해서 맨날 먹을거 타령하고
요리 못한다고 새엄마 무시했던거 생각하면...
너무 싫어요.
그래서 지금도
여자앞에서 권위적으로 굴고,
여자를 애교나 피우고 요리나 해주는 사람으로 아는
그러면서 밖으로는 로맨티스트이고 착한 남자인척 하는
그런 남자들이 참 하찮게 보여요.
부모가 사람으로서 진실되지 않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게 슬퍼요
그런데 내 안에서도 그런걸 많이 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