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평생을 이 고민을 하고 살았나봐요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하지않을까.....
이런말을 하기에 제가 징그럽게도 나이가 많아요.
등 토닥임이나 머리 쓰다듬을 받아본 적이 없고
기본적인 도덕교육이나 매너를 알려준 적이 없고
다그치고 혼내고 얼음보다 차가운 냉랭함 뿐이었어요.
첫생리대를 제가 수퍼마켓에서 샀었고 가슴이 커져도 브래지어란걸 헤야되는지 몰라서 그냥 다녔는데 보다못한 다른반 담임선생님이 엄마 모셔오라했어요. 숙제라는걸 성실히 해야하는지 몰랐는데 숙제 안해서 엄청 맞았어요 선생님한테. 엄마아빠 다 불려가셨어요 사립초등학교인데. 그 후도 숙제하라고 하신적이 없고 같이 책펴고 앉은 기억이 없고 전 그냥 자주맞고 선생님들이 저를 포기했던거같아요.
네살즈음부터가 인생 기억의 시작인데 그 후 거의 모든 기억이 그래요. 너무 춥고 무섭고 외로운 삶이었다고할까요?
둘째라 눈치는 엄청 빨라서 혼나지 않을 정도의 임기응변하는 기술만 엄청 늘어나는 삶
공부도 성실하진 않은데 벼락치기 몰아서 하고 엄청 잘했어요. 똑똑한거죠 머리는. 수능치는날 아침에 주차장 내려갔는데 친구네 차가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엄마가 그
차에 그냥 저 태워서 보내시더라구요. 그랬어야만하는지....
어느순간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면 거기에서 헤어나오는데시간과 에너지가 엄청나게 낭비되어요.
운좋게 좋은 사람들사이에 묻어 사회생활도하고 좁지만 깊은 친구관계도 유지해요. 그렇지만 항상 마음이 비어있네요.
천사같은 남편을 만났고 세상에서 저런 따뜻함을 처음 느껴봐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남편을 리드해서 결혼했어요. 머리로 생각한건 아닌데 그 어떤 온기로도 대체가 안되는 따뜻함이 있어서 저절로 그렇게 됐어요. 비혼주의자였는데 하늘이 선물주신 것같은 따스함이었어요.
지금은 늦은 나이에 해외에 살고 있고 넉넉한 삶은 아니라서 그냥저냥 오붓하게 알뜰하게 살아요. 딩크이구요.
제가 하지 않으면 엄마가 1년에 한번도 전화를
하지 않으십니다. 전화드려도 안받거나 카톡 읽씹이거나 그래요. 누가봐도 악마같은 소양을 가진분은 아닌데 언제나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가 최우선이세요.
친오빠가 있는데 자주 연락않고 왕래없는 저를 냉혈한 취급하고 딸로써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네... 남녀차별 많이 받고 자랐구요. 오빠한테는 나쁜 감정 안갖고싶어요. 그런 부모아래에서 태어난거는 오빠 잘못은 아니니까
아부지 편찮으시고 영국여왕같은 시어머니 계신 부잣집의 노예같은 며느리 삶.... 제가 그런 엄마는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노력 많이했어요. 똑똑하고 예뻤던 전문직 여자가 그렇게 전락한 삶을 가엾게 보려고요.
멀티플레이를 하며 딸에게 사랑 느끼게 해주기엔 당신의 에너지가 너무 한정적이었구나 생각하며...
이제 연세도 많으시고 병환도 있으셔서 그래도 어떠신가 궁금도하고 일상생활도 들어드리고 싶은
마음 있잖아요. 그땐 그때고 부모님 늙으시면 자식들이 다 어느정도 져드리고 봐드리고 하잖아요. 악마같은 부모도 많은데 그런분은 아니셔서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몫을 하느라 다 서로가 힘들구나... 생각하고 사는데
비가 잔뜩 내리는 오늘 마음이 좀 힘드네요.
저는 자식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라 그 마음을 모르겠어서 여쭤봐요.
제가 엄마를 더 이해하고 더 용서해야할까요?
결핍에서 벗어나보려 오랜시간 공들였지만 잘 되지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