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누가 돈빌려달라고 하면 형용하기 어려운 이상한 감정이 올라와요.
주로 전화로 빌려달라 하던데,
진짜
이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공격당하는 기분?
내가 우습나? 이런 기분에 가까운 듯해요.
직업이 아주 확실한 경우에는 억단위로도 빌려준 적은 있어요.
전화상이지만 아주 공손하게
어디에 쓸거고 언제 돌려줄 수 있고 이자는 얼마 주겠다 이렇게 확실히 말하니까
공격당하는 기분도, 내가 우습나 이런 기분도 안들었고
무엇보다 직장이 좋고 고정수입이 있으니,
최악의 경우에는 직장 가서 깽판치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기에
돈을 빌려줬었죠.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볍게 심지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돈있음 빌려줄래? 이런 얘기 들으면
저 깊은 곳에서 진짜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한 감정이 슥 올라오더라구요.
심지어 가족인데도 그랬어요.
나중에 힘들게 받거나 아예 못받고 강탈당할 수도 있겠다는 좀 싸하고 드러운 기분?
이런 감정 뭘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