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자녀에게 이렇게 기억되는 부모님...

ㅅㅅ 조회수 : 3,286
작성일 : 2025-09-16 21:17:42

어머니를 제주의 납골당에 잘 모셨습니다. 주변분들 불편하게 하지 말라 하셔서 지역구인 제주에 알리지 않고 돌아가신 병원 인근에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널리 알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리고, 소식을 듣고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암 말기 진단을 받고 거의 2년간 투병 생활을 하셨습니다. 병원에 계셨던 마지막 3주 동안 동생들과 교대로 간병을 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악화되는 증상을 곁에서 보며 조금씩 보내드릴 준비를 했습니다. 임종도 지킬 수 있게 자녀들이 모인 늦은 저녁에 돌아가신 걸 보면 끝까지 자식들 마음 편하게 해 주시려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여러 면에서 어머니를 많이 닮았습니다. 외모도 성격도 닮았고, 그래서 더 좋아했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하시고 교직에도 잠시 계셔서 자식을 자율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학교가 교복을 도입하려고 하자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주류처럼 보이는 삶을 살았지만 마음은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성향은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애교가 없는 첫째라 서운하셨을 일이 많았을 텐데, 중학교 이후 혼난 기억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어릴 적부터 장남으로 특별히 존중을 해 주셨고, 저도 그런 책임감으로 항상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작년 이맘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시 어머니를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이제 한 시대가 가고 제가 첫째로 동생들과 그 다음 세대를 챙겨야 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슬퍼 많이 울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책임감에 눈물을 흘리기 조심스럽네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어머니가 학창 시절을 보낸 부천과 인천을 고민했던 건 사교성이 좋으셨던 어머니에 기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서울 강남구에서 출마했을 때, 인지도가 없는 아들을 위해 양재천을 수십번씩 돌아다니며 명함을 드렸습니다. 고향 제주에서 처음 출마했을 때에는 말 그대로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선거운동을 하신 어머니 덕분에 4%의 신승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힘들어도 뒤에서 말없이 응원해 주시며 큰 힘이 되어 주셨던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1년 사이에 두 분을 모두 보내니 평소에 건강을 못 챙겨드린 죄책감과 그리움에 힘드네요.

 

부모님께서 제 어릴 적부터 꿈은 높게 가지되 마음은 깨끗이 하고, 생활은 검소하게 살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제라도 잘 지키려고 합니다.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는 바른 정치를 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병 생활 동안 의료 대란으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진심을 다해 저희 어머니를 치료해 주신 모든 의료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ㅡㅡㅡ

김한규 의원 페북 글입니다. 조금 뭉클하네요. 자녀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부모가 되면 좋겠습니다. 

IP : 211.234.xxx.18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인생무념
    '25.9.16 9:23 PM (211.215.xxx.235)

    와. 멋지고 부럽네요.

  • 2. ㅇㅇ
    '25.9.16 9:53 PM (121.200.xxx.6) - 삭제된댓글

    김한규의원님, 좋은 가정교육을 받으셨군요.
    말없는 실천과 책임감 느끼게 하는
    무거운 한마디가 자녀들에겐 최고의 가정교육.

  • 3. .,.,...
    '25.9.16 10:29 PM (59.10.xxx.175)

    글에서처럼 김한규의원이 어머니랑 미모가 판막이더라구요.

  • 4. ...
    '25.9.17 2:52 AM (223.38.xxx.32)

    김한규 의원님 글이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2025 진짜 사촌이 땅사면 배가 아픈가봐요 3 ..... 2025/09/17 2,665
1752024 강릉 비옵니다. feat.맘카페소식 16 ㅇㅇ 2025/09/17 3,110
1752023 자궁근종 수술 병원 추천부탁드립니다. 10 호호호 2025/09/17 1,451
1752022 당근을 몰랐던 내 친구 20 눈물 나게 .. 2025/09/17 3,853
1752021 오케이캐시백 2025/09/17 708
1752020 다시 태어나고 싶으세요? 13 0011 2025/09/17 2,083
1752019 권성동 구속 축하 드려요 21 구속축하 2025/09/17 3,252
1752018 한국인 근로자들 조지아 구금시설때 강제접종 4 .... 2025/09/17 3,261
1752017 조희대 제보에 몰랐던점 5 0000 2025/09/17 2,157
1752016 어제 민생쿠폰2차 못 받는 사람도 무슨 쿠폰인가 신청은 해 볼 .. 1 .. 2025/09/17 2,994
1752015 한동대 어떤가요? 11 ... 2025/09/17 2,707
1752014 정치권에서 이낙연 엮이면 필망이다 생각했으면 15 ㅇㅇ 2025/09/17 2,012
1752013 골드바 2 000 2025/09/17 1,762
1752012 고구마 삶을때 5 2025/09/17 1,827
1752011 미 자동차산업에서 대한민국 위엄ㄷㄷㄷ 8 ... 2025/09/17 2,664
1752010 내머리 맡겼던 헤어디자이너가 쉬는날 다른 디자이너한테 하면 11 미용실 2025/09/17 3,277
1752009 중국놈 구하다 죽은 우리나라 경찰분의 죽음 진상규명 해주세요. 36 .. 2025/09/17 3,414
1752008 호불호없이 고양이가 잘먹는 분유 추천해주세요 ..... 2025/09/17 569
1752007 통화스와프 요구 배경 3 공부합시다 2025/09/17 1,414
1752006 은중이와 상연이를 8회까지 보고 (스포) 18 은중상연 2025/09/17 4,347
1752005 계란찜 전자렌지에 하시죠? 15 계란 2025/09/17 2,956
1752004 한 번 부자한테 시집가면 30 ㅡㅡ 2025/09/17 16,713
1752003 지금 코레일 사이트 들어갈 수 있나요? 20 ... 2025/09/17 1,624
1752002 금목걸이 잃어버릴뻔,,, 5 유리아 2025/09/17 3,670
1752001 명절에 어전으로 동태전 대신 어묵전 9 전전전 2025/09/17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