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생각만 해도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었는데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생활비를 한번도 거르지 않고 냈고(정확히 반반씩 내고 살았어요) 인물이 출중하다는 것(결혼식날 저희 친척들이 신랑 연예인이냐고들 물어봤으니. 지금은 아니지만 또래중에서는 눈에 띄는 외모는 맞아요) 외에 장점은 찾기 어렵고 단점은 밤새도록 얘기할 수 있을 정도지만 이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유사시 119 불러줄 정도의 수고는 할 하우스메이트 딱 그 정도에요. 맞벌이고 생활비 평생 반반 부담하고도 살림을 전적으로 혼자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것도 이제 화나지 않고요.
아이는 태어난 순간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고 키우면서 힘들었지만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는데 사춘기 지나면서 원수가 되었다가 이제는 데면데면해요. 성인이 된 이 아이에 대한 감정은 걱정과 염려가 90프로 이상이고 순수한 애정은 거의 남지 않았어요. 엄마라면 자식이 어떻게 굴어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낀 적도 있지만 이 아이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강도나 빈도에서 압도적이라 처음의 순수한 사랑은 이제 사라지고 없네요.
인생 참 뭔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