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에 새벽 등산 시작 1주일째라고 글을 올렸었어요
그후로도 새벽에 눈이 떠지면 그냥 집을 나서서 정말 단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다녔답니다
(어제는 집 나서야하는 새벽에 비가 와서 그냥 산은 안가고 동네 걸어다닌 걸로 부족하고 아쉽지만 만족했지만...)
중간에 비가 오면 그냥 비 맞지 뭐 하는 마음으로 비맞아도 되는 체육복 차림으로 나가는데 다행히 조금 흩뿌리다 말고 홀랑 젖을만큼 비가 온 적이 없어서리...
놀랍게도 실내에 딱 도착하면 그때부터 퍼붓는 비라니... ㅎㅎㅎ
은근히 싫증 잘 내는 타입인 저는 그 사이 1시간, 1시간 반, 2시간, 2시간 10분짜리 코스를 여기저기 개발해서 아침 눈뜨는 시간,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그때그때 다른 코스를 다닌 덕분에 묘한 중독에 빠져서 저녁이면 내일 아침에 제발 비오지 마라 기도를 할 지경...
산이라고 하기에 너무 민망한 해발 114미터의 낮은 산, 비탈을 오르며 좀 헉헉대다보면 힘들기도 전에 벌써 정상에 도착해버려서 다소 뻘쭘하지만, 여름 숲을 걷는 맛이 너무 좋아 요즘 제 일상의 제일 큰 기쁨입니다
요즘처럼 비오기 전엔 뜨거운 아파트 단지를 넘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달라지는 시원한 기온이 반갑고 헉헉거리고 오르면 온몸에서 땀나면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게 은근히 기분 좋았구요
샤워하고 나서 나른한 그 기분은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쾌감을 줍니다
새벽부터 몸의 열과 삿된 에너지를 뽑아내고 나면 30몇도를 넘나드는 더위도 참을만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착해지는 기분이랄까요? 누가 시비를 걸어도 싸울 기운이 없어서 그냥 피하고 둥글둥글 넘어가고 나쁜 마음으로 뾰족해질 에너지가 없어진다는게 요런 기분일까 하는 아주 희한한 상태가 되는게 재미있어요
제가 걷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의외로 걷는 동안 명상과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숲길이 그래서 가장 좋지만, 의외로 좀 힘든 등산을 할 때도 머릿 속과 몸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면 지나간 내 행동과 말을 뒤돌아보고 뉘우치는 시간도 갖고, 그러지 말아야지,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곱씹어 보기도 하고... 그래서 착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
1주일차에는 그닥 변화가 없었는데, 이렇게 3주를 하루도 안빼고 2시간 이상 걸어다녔더니 확실히 뱃살도 등살도 좀 정리가 된 게 육안으로도 차이가 나기 시작하긴 하네요. 옷태도 좀 변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뭐 이건 노린 건 아니니까, 그치만 변화는 변화네요
새벽 아침 해가 아까워 시작한 새벽 등산이었지만, 참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어요
하지에서 추분까지 이제 20%쯤 지났으니 새벽 해는 점점 줄어들 거고 9월 하순 추분까지는 어떻게 새벽 등산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아쉽게 내년 4월 이후까지 기다려야하나 벌써부터 아쉽네요
많이 걷는 거, 등산하는 글 올리면 무릎 걱정하는 분들이 꼭 나타나는데요
무릎 걱정하는 분들은 걷는 방법을 좀 바꿔보세요
내가 걸을 때, 발목, 종아리, 무릎으로 힘주고 걷는지, 허벅지, 똥배, 궁둥이로 걷는지...
제가 혼자 터득한 건, 제대로 잘 걸으려면 궁둥이와 허벅지, 배로 걸어야 무릎에 무리없이 운동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걸을 때, 내 궁둥이의 대둔근이 개입되는지 확인해보세요. 궁둥이로 걸으면 저절로 허벅지와 복근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걸으면 장거리, 장시간을 걸어도 무릎, 발목에 크게 부담이 없을 겁니다.
궁둥이로 걸으면서 등산같이 경사진 곳을 오르면 심지어 등근육까지 걷는데 개입하는 걸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평지 걸을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거예요. 등산이 괜히 전신운동이라 하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답니다.
빨리 급히 걷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내 몸의 어떤 근육들이 움직이나 들여다 보는 재미, 생각보다 쏠쏠해요.
모쪼록 물폭탄 구름이 빨리 우리나라를 지나가서 더이상 비 피해 없기를 손꼽아 소망하고요.
더불어 매일 새벽 제 소소한 즐거움도 계속 할 수 있도록 살포시 그 기도에 숟가락 얹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