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인선입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대검(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이 이규원에게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사전에 지시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봉욱 민정수석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봉욱의 이런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수사과정에서 “출국금지 과정에서 저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취지의 봉욱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대로 봉욱의 저에 대한 사전지시가 있었다면, 긴급출국금지가 위법하다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재판받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지시를 한 봉욱이어야 했습니다. 봉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전지시 사실을 부인했고, 검찰도 이를 눈감고 지시를 받은 저만 기소했습니다. 뭐 이런 법이 다 있나요?
봉욱이 김앤장에서 호의호식하는 동안, 한 젊은 검사는 4년 반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세월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봉욱이 민정수석이라는 중책을 맡으려면 임명장을 받기 전에 저에게 사과는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분이 검찰개혁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인지를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후르시초프도 왜 전에는 스탈린 욕을 안 했냐는 질문을 받자 “무서워서 그랬다”고 답했다지요. 저는 그저 사람답게 사는 법,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