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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말하는 TSMC 모델, 고급인력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합시다>
어쩌다가 NVIDIA가 그리고 TSMC가 이렇게 여야 정치권을 달구나 싶습니다. 대학생 시절 용산 전자상가에서 부품사서 컴퓨터 조립할 때 그래픽카드 꽂던 기억이 생생한데, 대선주자들 입에서 오르내리다니, GPU가 화두이긴 한가 봅니다.
정치인의 은유를 은유로 받지 않는 것은, 정쟁화를 위한 의도적 ‘모름’이겠죠. 설마 진짜로 모른다면 문해력을 키워야 합니다.
NVIDIA보다는 저는 TSMC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논쟁이 되고 있는 세금 운운 부분은 옆으로 좀 떼어놓고 말하겠습니다. (제가 강연을 할 때마다 말하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로 갈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래서 (가칭) 로봇세 등, 세금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요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겠습니다. 법안으로 준비 중이거든요)
정치권에서 NVIDIA와 함께 소환되고 있는 TSMC 모델,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TSMC를 봐라, TSMC도 처음에 나라에서 투자하여 키운 회사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차’ 싶었거든요. 초기에 대만정부의 자금이 들어가서 큰 회사는 분명히 맞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모델이 지금 상황에서 좋은 레퍼런스임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이야기를 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죠. 그것은 바로 고급인력입니다. 그래야 수익을 어느 정도 담보할 가능성을 올리거든요. (그래야 언젠가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돌아갈 수익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TSMC의 창업자는 모리스 창이라는 대만계 미국인입니다. 모리스 창은 어릴때 미국으로 건너가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합니다. 이후 실바니아 일렉트로룩스에 취직해 3년간 일을 하고 TI, 즉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로 이직해서 TI를 세계에서 가장 큰 집적회로 기업으로 올려놓습니다. 이후 스탠포드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GI,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로 이직해서 COO로서 일했습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그냥 스팩의 나열 같네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모리스가 습득한 지식과 경험은 다음과 같이 요약이 됩니다.
모리스는 TI 재직초기, 트랜지스터 생산라인의 수율을 단자리에서 25~30%까리 올려놓았습니다. 즉, 불량품만 생산하던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의 비율을 확 낮추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생산라인에서의 혁신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반도체 가격체계 변화를 통해 ‘학습곡선 가격 책정’ 모델을 발굴해냅니다. 많이 생산할수록 수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파악한 결과죠.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올려냅니다. 이러한 모델을 현업에 적용하고 결과물까지 내 본 경험이 있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현장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기업 성공을 이끌어낸 경험을 갖춘 사람이죠.
이러한 모리스를 대만에서는 소위말해 나라에서 투자를 하는 TSMC의 초기 CEO로 모셔옵니다. 저는 TSMC의 성공에는 이 부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즉, 지금 우리가 국가에서 자금을 투입해서 무언가를 설립할 때 진짜 전문가 영입을 하지 않으면 그 성공보장은 요원하고, 결국 세금낭비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원래 이야기가 나왔던 국민이 취할 이득 이야기도 할 수 없게됩니다. AI 이야기가 막 나오니까, 뭔가 만들긴 하는데, 세금 왕창 쏟고 몇년 뒤 흐지부지되면 안되겠죠.
TSMC의 운영을 대만정부에서 직접 했다면, 과연 현재의 TSMC가 나왔을까요? 라는 질문을 해본다면 우리가 ‘TSMC봐봐, 거기도 나라에서 투자했다니까’,라는 말 다음에 꼭 붙여야할 말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나라 예산을 투입한다면 그리고 그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운영과 전략에서 정부의 입김은 최소화하고 ‘전문가’, 그것도 진짜 현장에서 해당되는 일을 해본 ***경험 만랩 전문가***가 필요하다라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유니콘 기업 미스트랄도 딥마인드, 메타 AI 등에서 이미 인정받은 인물들이 창업을 했고, 일본의 유니콘 기업 사카나도 구글과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만들었습니다. 현업에서 벌어지는 온갖 잡다한 경험을 바탕으로한 인사이트로 무장한 사람들이 일궈낸 결과입니다.
저는 진정한 인재가 대한민국에서 그 재능을 한껏 펼치고 대접받는 그런 세상 꿈꿉니다. 특히 과학기술계 출신이 더 이상 한국을 등지고 떠나지 않는 그런 사회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정치권의 언어에서 튀어나온 NVIDIA, 그리고 TSMC 이야기가 그런 세상으로 가는 관점의 변화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j1TM25QBZyjUKCG3onsMrG6MVo1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