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자기 얘기는 숨기고
늘 저한테 떠보듯이 물어보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날도 어쩌다 가족얘기 동생 얘기가 나왔는데
뜬금없이 제 여동생과 방을 같이 쓰냐고 물어보더군요
근데 너무 뜬금없기도 하고
제가 뭐 딱히 지방에서 상경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집에 사는데 그리고 당시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다 큰 성인끼리 방을 같이 쓸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서 (당연히 아니라는 듯이) 아니??? 했더니
그 반응이 꼴뵈기 싫었나봐요
제가 기겁을 한다고 표현하면서
같이 쓸 수도 있지! 하고 샐쭉하더군요
그때 아 얘가 지금 누구랑 방을 같이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상하지 않게
'아 나는 혼자 있는 거 좋아해서 누구랑 방 같이 못 써'
하고 말았어요
알고보니 그 사람이 지방에서 상경한지 10년 됐는데
친구네 원룸에 몇 년째 얹혀 살고 있는 중이었더군요
그럼 그렇다고 말하면 되지
괜히 저더러 여동생이랑 방 같이 쓰냐고 떠보고
눈 동그랗게 뜨고 의아하다는 듯한 반응 얻으면
혼자 자격지심에 기분 나빠서
뒤에서 저 엄청 욕하고 다니고
후려치고 깎아내리고 다니고 어떻게든 흠 잡으려고
장난 아니었어요
언제는 또 제가 어디 간다고 하니
지하철 혼자 탈 수 있지? 무시하듯이 말하는 거.
황당해서 제가
그게 무슨 소리야? 지하철을 혼자 못 타?
했더니 어물 거리면서 자기 친구 지방에서 와서
혼자 잘 못 탄다고
그거 자기 얘기였어요
아랫지방 섬에서 온 지 10년 넘었는데
아직도 자기가 지하철 혼자 못 타는 걸
그냥 자기가 나는 사실 이래서 혼자 타는 거 무서워
하면 누가 무시하겠어요? 그냥 그럴 수 있지 하죠
근데 열등감 자격지심에 무시당할까봐
자기 얘기는 숨기면서 남한테 떠보고
반응 보면서 자기 무시한다고 혼자 부들부들
그 뒤로 흠 잡고 다니고 어떻게든 후려치려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