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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 끝에 대학 추가합격한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네요

윈디팝 조회수 : 4,124
작성일 : 2025-02-15 18:30:06

대학 추가합격으로 반수 끝에 인서울 대학 성공했네요.

 

딸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많은 기대를 하며 키웠죠. 초등-중등은 전교등수는 도맡아했고 각종 수행도 너무나 뛰어났고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졌어요. 중학생 때 별명이 '전 전교1등'이었는데, 전교1등하던 애가 1등을 놓치자 애들이 1등 아닌게 신기해서 붙여줬다나요... ㅎㅎ

 

고등학교를 지역 명문고로 가서 이제 자기 꿈을 잘 펼칠 줄 알았지만, 대입 결과는 무너졌습니다. 소위 '등록금만 내면 가는 대학' 하나에만 겨우 붙었어요. 저도 실망했지만 본인은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하지만 실망할 새도 없이 아이는 고교 졸업도 하기 전에 쿠팡야간알바를 뛰며 대학 진학할 자금을 스스로 마련했죠.

 

저는 아무런 화도 낼 수 없었고 할 말도 없었어요. 감수성 많은 십대 시절에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고 친척집을 두 군데나 옮겨다니며 컸고, 탈선 없이 잘 자라준 것만도 고맙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도 이혼한데다 사회적으로 억울한 일을 겪고 직장마저 잃었는데 건강도 악화되어 요양생활하는 제 입장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어요.

 

작년 여름, 산좋고 바다좋은 지방사립대에 다니는 아이를 갑자기 찾아갔어요. 이렇게 먼 거리를 그 몸으로 어떻게 왔냐고 놀라더군요. 요양원은 언제 나왔냐는 말도 함께요.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 한 잔 놓고 오랜만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정상가정도 무너지고 경제적으로도 곤궁해졌지만 아이는 성적장학금 받고, 국가장학금 받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고, 기숙사에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역 축제에 나가 합동공연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는데, 참 밝은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제 원망을 전혀 하지 않아서 고마웠구요.

 

반수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된 집도 없이 단칸방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하며 홀로 공부했어요. 학원 다니거나 인강 들을 돈도 없어 예전 과외선생님이 자기 아이디를 빌려줬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지방거점국립대학 두 군데와 인서울 한 곳 대학 합격증을 들고왔네요. 

 

아이는 사립대학을 택했습니다. 명문대학은 아니고 그저 인서울일 뿐인 대학이지만, 저는 자기 힘으로 묵묵히 해준 아이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더군요. 내가 경제적 여력이 됐다면 입시공부에만 전념해 수능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줬을텐데… 아마도 평생 마음의 빚으로 남겠죠.

 

이번 주말에는 주변 스테이크 식당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아이가 고급 스테이크 한번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IP : 49.1.xxx.18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드려요
    '25.2.15 6:32 PM (58.29.xxx.142)

    정말 대단한 학생이네요

  • 2. ..........
    '25.2.15 6:33 PM (211.36.xxx.8)

    축하합니다. 너무 착하고 대견한 아이네요. 앞으로 본인 인생을 멋지게 펼쳐나갈 아이예요. 응원합니다

  • 3. ...
    '25.2.15 6:35 PM (219.249.xxx.58)

    참으로 멋진 아이네요
    어머니도 어서 쾌차하시길 바라고
    아이의 앞날을 응원하며 기도해요

  • 4. 훌륭
    '25.2.15 6:35 PM (175.208.xxx.185)

    정말 축하드립니다. 아이가 정말 착하고 찐이네요
    어머님도 애쓰셨습니다. 맛있는거 사주시고 칭찬 많이 해주세요.

  • 5. 축하합니다
    '25.2.15 6:35 PM (106.101.xxx.185)

    뭘해도 잘 될 아이네요. 기특하고 대견해요.

  • 6. 대견
    '25.2.15 6:52 PM (59.7.xxx.64)

    축하드립니다 기특한 아이네요 앞으로 잘 될거라 생각합니다

  • 7. ㅇㅇ
    '25.2.15 6:53 PM (121.175.xxx.23)

    단단하고 건강하고 씩씩한 따님이네요
    앞으로도 걱정없이 뭐든 잘해낼것 같아요

  • 8. 원글님
    '25.2.15 6:53 PM (122.43.xxx.190)

    어머니 사랑이 탄탄해서
    아이도 잘 자랐을 겁니다.
    축하드려요.

  • 9.
    '25.2.15 7:07 PM (175.197.xxx.81)

    축하합니다.
    눈물이 핑 도네요.
    어머니도 쾌유하시고 따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길요
    앞으로는 모녀분 행복한 일만 남았네요~

  • 10. ..
    '25.2.15 7:07 PM (1.233.xxx.223)

    아이가 정말 대단합니다.
    많이 지랑스러워 하세요.
    이런 딸 또 없습니다.

  • 11. 축하합니다:))
    '25.2.15 7:26 PM (118.235.xxx.243)

    대견하네요.
    따님과 원글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길 바래요.
    앞으로는 많이 웃는 날만 있길요.

  • 12. ...
    '25.2.15 7:26 PM (121.153.xxx.164) - 삭제된댓글

    아이가 참 대단하네요
    긍정적인 성격 생활력 인내력 활동적이고 단단한 모습에 놀랍니다
    요즘 아이들 부모 도움받고 힘들고 어려운일은 안할려고 하고 극 이기적인 생활 많이하는데 댁의 아드님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고 행복하시겠어요 맛난거 좋아하는거 많이 사주세요

  • 13. ㅇㅇ
    '25.2.15 7:29 PM (14.5.xxx.216)

    축하드립니다
    아이가 정말 기특합니다
    앞으로 좋은일만 있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14.
    '25.2.15 7:33 PM (58.29.xxx.183)

    원글님도 아이도. 열심히. 사셨군요,
    인서울이 참. 힘들지요,
    원글님도 고생이 많으셨어요,
    오늘은 멋지고 맛있는 식사를 자녀분과
    함께하시는 좋은날 되세요,
    원글님의 건강과 자녀분의 앞날. 축하드려요

  • 15.
    '25.2.15 7:56 PM (124.54.xxx.37)

    성공할거에요 생활력도 대단한것같고 의지도 대단하고..

  • 16. ..
    '25.2.15 8:06 PM (221.138.xxx.235)

    정말 축하드립니다! 더 좋은 일만 두 분께 계속 되길 기원합니다

  • 17. ...
    '25.2.15 8:27 PM (211.234.xxx.184)

    축하드립니다!!!
    따님 정말 칭찬해주고 싶네요.

  • 18. ...
    '25.2.15 9:29 PM (112.148.xxx.80)

    와... 아이가 어쩜 이렇게 대견한가요.
    이런거 보면, 정말 아이들 간섭 안하고 믿어주고,
    어느정도 부족한 상황속에서 자라면 자립과 독립의 힘을 기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 경우에는 이미 공부재능이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재능을 못펼치고 살기도 한다구요.
    축하드립니다. 눈물이 다 나네요.

  • 19. 축하드려요
    '25.2.15 9:35 PM (211.254.xxx.116)

    더더욱 값진 합격증입니다 축하드려요

  • 20. hj
    '25.2.15 9:56 PM (182.212.xxx.75)

    축하합니다. 대견한 아들이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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