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경하는 멘토 교수님이 갑자기 응급수술을 하셔서
한달 정도 제가 댁에 드나들면서 반찬이랑 집안일 이것저것 좀 도와드렸어요
저는 살림을 아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할 뿐인데
교수님이 ㅇ선생 집안일 잘하는거 감탄했다고, 당신 몸 나으신 뒤에도
ㅇ선생 하던거 따라하려고 노력하신다는 거예요
제가 뭘 잘한게 있나요? 했더니
키친타올이랑 물티슈 뽕을 뽑는거! 내가 그거 배웠다! 하시네요 ㅋㅋㅋㅋ
제가 일회용품 사용하는걸 무지 싫어해서 집에선 물티슈를 전혀 안 쓰는데
교수님댁엔 물티슈가 많이 있더라고요
아무튼 키친타올이건 물티슈건, 저는 걔가 생을 다할 때까지 쥐어짜내 씁니다
1단계로 야채나 싱크대 물기 터는 정도로 주방에서 가볍게 쓴 키친타올 물티슈 같은 것들
일하는 동안 한쪽 구석에 펴 모아서 적당히 마르게 뒀다가
2단계 주방일 끝날 때 싱크대 손잡이 손자국 닦고
3단계 싱크대 앞 물기나 양념 튄 바닥, 냉장고에 양념 흘린 자국 등 닦고
4단계 싱크대 하부장, 욕실 구석, 창틀이나 샷시, 현관 등등 시커멓고 묵은먼지 나오는 곳으로 마무리
저한테 걸린 키친타올은 최소 3,4단계까지 일하고 까매져야 생을 마감해요
그게 무척 쾌감이 있답니다
일회용품 사용하는 미안함도 덜고, 싱크대 문짝이나 서랍도 깨끗하고
창틀이나 현관 같이 마음 찜찜한 곳도 날잡고 각잡아 할필요 없이 구석이 항상 관리되어요
창틀청소 한다! 하고 큰맘먹는게 아니라 키친타올 버리기전에 한번 쓱
거쳐가고 버리는 정도니까 아무 부담도 없고요
굳이 끝까지 깨끗하게 닦지도 않아요 그냥 키친타올 버리기 전에 까매질 만큼만 해요
내일 또 키친타올 나오면 또하면 되니까요 ㅎ
이러면 하는일은 없이 종종거리고 다니긴 많이 다녀서 겉보기등급 부지런해보이고
하루 걸음수 많이 나오는 효과도 좀 있습니다 ㅋ 집에만 있어도 6-7000보
저는 오래전부터 하던 방식이라 별다르게 생각 안했는데
교수님한테 갑자기 살림왕이라고 칭찬받아서 기분좋아서 한번 써봤어요
날은 춥지만 햇빛은 참 좋네요 다들 좋은 오후 맞이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