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948017
말 예쁘게 하는 아들 이야기 올렸었는데 자주 올려달라는 분들도 계셔서,
오늘은 딸 이야기 올려볼께요.
중3올라가는 딸.
베이비시터가 오래키운 탓인지 어릴때 선택적함구증 의심으로 미술치료 언어치료를 오랫동안 받았어요.
시터의 만행을 제가 늦게 알고 부랴부랴 퇴사하고 6세부터 직접육아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하고,
어디가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하는 성향입니다.
그런 아이가 마음이 참 깊어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뻐요.
이번 연휴 전에 제주도 다녀오면서 양가 선물을 제가 모두 챙겼고, 식사하면서 나누고 헤어졌는데
엄마가 전화해서, 알려주시길 슬그머니 오더니 딸아이가 작은 손거울을 건네면서,
할머니 다음번엔 제주도에 같이가요. 이 거울로 예쁜 할머니 얼굴 자주자주 보세요. 하더래요.
자기 용돈으로 양가 할머니와 외숙모(저희 올케) 작은 손거울을 샀었나봐요.
올케에게도 아이들 얼굴만 보지마시고 외숙모 얼굴도 자주 보시라며 줬다고...
방학이라 점심시간에 집에와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급하니 부실하게 먹는데,
꼭 반찬 한가지라도 같이 먹으라며 제 밥수저 위에 올려주거나 맛있는 반찬을 남겨서 주거나 해요.
연휴가 길기도 길지만 양가 딱히 명절을 챙기는 곳이 없어서 간단히 보고 집에서 무슨 코로나때처럼 모여서 보드게임, 윷놀이 등등 하면서 외식 한번 안하고 지냈는데 보드게임하는 중에
우리 가족은 무인도에 떨어져도 재밌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동생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그게 모두 엄마가 애써주는 덕분이라고, 엄지척을 해주더군요. 조금 지루한 중에 기분이 좋았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에 근무하는 직종이라 돌아가면서 순번이 와요.
이번 연휴 중에 걸려서 출근했는데 딸아이가 엄마 잠깐 나와봐요. 라고 톡이왔길래 나갔더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흑임자라떼를 사왔더라구요. 컵 홀더에 엄마 사랑해라고 삐뚤빼뚤.
올 겨울 내내 딸아이가 겨울 점퍼에 넣어주는 핫팩이 너무나도 따뜻했어요.
원래 핫팩 환경오염이라고 잘 안쓰는데 난방 잘 안되는 화장실 갈때 어찌나 소중한지. ㅎㅎ
엄마 오늘 이 잠바 입을 꺼예요? 라고 묻길래 응! 엄마 겨울 롱패딩 그거 하나임? ㅎㅎ
하고 말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머니가 늘 따뜻해서 보니 아침마다 딸아이가 핫팩을 넣어주더라구요.
처음엔 무겁고 싫었는데 올 겨울 내내 너무 따뜻하게 지냈어요. 덕분에..
너무 소소하지요?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눈이 오네요...
명절동안 애 많이 쓰신 우리 82님들,,
따뜻한 차도 한잔 하시고 오후는 좀 더 평안하신 시간이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