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드라마 추천 1위가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주영우)라고 해서, 나도 오늘 틀어놓고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자체는 딱 1화부터 벌써, 한국의 외상의료의 현실, 이국종 교수가 옛날부터 피를 토해내듯 외쳐 왔던, 그런데 아직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그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를 모티브로 해서 나왔던 작품이 이게 처음이 아니다. 얼른 떠올려지기는 이선균 이성민의 '골든타임'이 있다. (메디컬 드라마 중 내가 최고작이라고 꼽고 싶은 작품)
외국 (분쟁지역)에서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던 백강혁 (주지훈)이 한국의 '상급 종합병원'에 교수로 취임하면서 이 드라마가 시작된다. '김사부'와도 통하는 스토리다. 이런 면에선 좀 걱정된다. 주인공의 '신의 손'을 강조하고 자꾸 영웅시하는 건 이미 김사부가 시즌3까지 울궈먹을 대로 울궈먹은, 그 판을 또 한번 벌이겠다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증 외상센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병원 시스템' vs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척박한 외상센터'의 구도로 가고 있고 그런 대비를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이 영화나 드라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같기도 하다.
그런데 기존 의료 집단의 속성 즉, 의사들이 외면하고 지원하지 않고 사명감으로 남은 몇몇이 몸빵하다 판판이 깨져 나가는, 그래서 그 사명감 가진 몇명을 기껏 드라마에서나 영웅화시키는 이런 거 (무한 반복...) 대체 왜 그렇게만 가는지, 그거에 대해 좀 얘기할 때가 된 것같다.
의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중증 외상 안 한다는, 그리고 병원들은 맨날 적자 심하게 나는 그 중증센터 거부한다는, (혹은 하는 시늉만 낸다는) 그게 왜 그렇게 되는지 뿌리를 아무도 얘기 안 한다. 나는 그게 답답하다.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 병원 외상센터에서 물러나면서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를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대 병원에서 하는 얘기들, 숨만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고. 자기를 팔아서 국가 예산을 년 60억이 넘게 따내고 그 돈은 외상 센터에 투자 전혀 않고 돈 나오는 엉뚱한 곳에다가 쳐박고 있는 게 아주대 병원 재단이라고. 그리고 아주대 병원장은 이국종 교수한테 쌍욕을 해 대고 사직서를 받아들였다. 비단 아주대 병원뿐일까. 다른 곳도 비슷할 것이다.
이 중증 외상의료의 문제, 응급실 뺑뺑이의 문제, 응급의학이 초저인기과가 된 문제, 아무도 외상 의학을 전공 안 하려 하는 문제, 병원들은 전부 기피하는 문제, 이 모든 것은 한국에서 "공공 의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비단 의료뿐이 아니다.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공공의, public의, 비영리 사업의" 이런 것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을 안 한다.
병원 자체가, 원래가 공공의 성격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도. 병원은 그 사업 내용의 특성때문에 늘 공공에 기여를 하고, 공공은 병원에 지원을 하고 있어야 한다. 병원이 공공성을 가질 수록, 더 적자가 나야 한다. 의료라는 사업은 영리사업일 수가 없다. 그런데 비영리사업이라면, 막대한 시설비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항상 국가/지자체 예산이 들어가고 있어야 맞지 않는가.
왜 의료인들은 공공 의료병원을 가기 싫어할까? 정부가 공공 병원을 향해, "너희는 왜 또 이렇게 적자가 많이 났어? 왜 사업을 이렇게 밖에 못해?"라며 투덜거리기 때문이다. 공공 병원은 적자가 나야 잘한 것인데 말이다. 봉사하고 사람을 살리고 영리에 신경쓰지 말라고 공공 의료가 있는 것인데, 그걸 흑자를 내라는 건 그건 말인가 방귀인가. 그러니 공공병원들도 수익을 내는 의료만 자꾸 하려 하는 것이다. (서울대 병원 포함) 건강검진이나, 비급여나, 이런 거에만 몰빵하고, 1년 내내 돈을 꼴아박아야 하는 중증의료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진짜 중증의료센터가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다. 외국인 노동자, 일용직 근로자, 배달 노동자 등등. 이런 사람들이 중증 외상을 당하면, 그걸 살리기 위해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걸 하기 싫다는 것이다. "중증외상센터"같은 드라마 열 개를 더 만들어도, 지금 이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럼 왜 정부 높은 곳에선 맨날 응급실 뺑뺑이 대책 마련하라고 떠들면서 실제로 운영은 이따우로 하고 있을까? 기재부에서 예산을 절대로 안 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기재부만큼 웃기는 곳이 없다. SBS의 모회사인 태영 건설같은 데가 자금 경색이 있다는 시그널이 보이면 곧바로 몇 천억이상 엄청 돈을 풀 것같은 태세를 취해 주고, 고금리, pf 문제로 부동산 경기가 죽으려 하니 건설회사들 살리겠다고 아파트 신규분양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다. (이게 돈을 푼다는 거랑 똑같은 소리다.)
그래 놓고 공공의 병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 감염병 판데믹에 대비한 병원, 중증 외상 센터에는 50억 100억 아니 단 돈 몇 푼조차 너무 쓰기 아까와서 죽으려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때에도 똑같았다. 아니 더 심했다. 코로나 대유행 시국이 한창일 때 적십자 병원같이 몸빵하던 공공 병원에 지원 다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거길 지키던 의사, 간호사들은 지쳐서 나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기재부는그런 곳에 돈 풀긴 죽기보다 싫어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말했듯, 부자를 위해 돈을 푸는 건 투자라고 생각하고, 빈자를 위해 돈을 쓰는 건 소비(낭비)라고 보는 것이다.
얘기를 하자면 한이 없다. 중증 외상센터를 보면서 나는 자꾸 이국종, 아주대, 공공의료, 코로나 19, 그리고 모피아들 고위 경제관료들이 기업인들과 결탁한 기재부로 연결되면서 아주 괴로워진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검찰청 해체같은 소리 참 많이 한다. 나는 거기보다 훨씬 한 100배는 더 필요한 게 기재부를 해체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제 행정이야 말로 아주 근본부터, 완전히 환골탈퇴해야 한다. 대한민국 자체가 기업들-언론들이 돈 갖고 장난치라고 존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설국열차의 뒷칸에 타 있는 사람들에겐 벌레로 만든 식량 이상의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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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혁 쌤 보기드물게 깨인 진보 성향 의사죠.
기재부도 어마어마한 집단이네요.
검찰,기재부..다 갈아 엎어야할텐데..
(첫줄에 배우이름 주영우 아니고 '추'영우인데 오타 내셨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