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시 장수생일 때 일이었어요(같은 학교 CC였음).
학교에서 고시생들에게 준 고시실에 가보면 맨날 없고
무슨 일 있나, 어디 있나 맨날 나만 걱정했는데...
스터디실에 없으면 십중팔구 아직 안일어나서 자고 있거나,
일어났으면 당구장, 아님 축구하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고시생들)하고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
결혼하고도 공부하면서 저걸 바꾸는데 내가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
결국 합격을 하기는 했는데요.
원래 그 사람은 1년 내내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닥치면 엄청나게 몰아쳐서 하는 스타일.
나처럼 평범한 모범생일 2년 내내 해야 겨우 할까말까하는 걸
그 사람은 길어야 6개월, 아니면 3개월이면 했던 것을
그 3개월조차도 안하고 빈둥거렸던 것ㅠㅠ.
오늘 막내아들때문에 갑자기 그 시절 기억 소환ㅠㅠ.
과외 첫 날부터 시간 몰라서 가라 가라 해서 겨우 가더니 30분 지각(1시간 반 수업).
두 번째인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맞춰 간다고 하더니 가야 하는 시간에 안와서
피씨방 가서 겨우 찾아와 코꿰서 차태워서 데리고 가는데
갑자기 무슨 데자뷰처럼 고시실에 없던 남편을 찾아 헤매던 옛날 기억이 소환됨.
사춘기인지 뭔지 몇 년을 말 되게 안 듣고 지 맘대로 하는데
하면 집중력은 좋은데 집중을 안함.
아빠처럼 장수생이 되려는건지... 아이고 내 팔자야.
결국 나같은 부인을 만나서 엄청난 잔소리로 바꿔놔야 할 것 같은데
그 전에 내가 속썩어서 죽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