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어 곁에 남은 몇 안되는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이니 절친이죠. 한 명은 봄에 한 명은 얼마 전에 우울증 진단 받고 병원 다니고 있어요.
봄부터 병원 다닌 친구는 그 무렵에, 만사 귀찮아져서 자기가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니 자기 옆에 이제 나만 남았다고 하다 어느날인가 자기가 좀 좋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한 후 일년 가까이 연락이 없어요. 중간에 제 생일 선물과 카드는 보내고요.
얼마전부터 병원 다닌 친구는 가을부터 거의 매일 전화를 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라고요. 문 밖 나가기도 두렵다, 자다가 숨이 안쉬어진다, 잠을 못잔다, 나는 몸이 약해 일도 못하는데 남편이 퇴직할 것 같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다, 너는 건강하고 체력이 좋아 계속 일하니 부럽다(다른 건 그러려니 했는데 이 부분은...ㅠㅠ 그 친구는 감기가 오래 가서 힘들어한 거고-검사해도 독감, 코로나 아님-, 저는 몇 년 전에 큰 수술하고 정기 검진받으며 살아요. 체력은 어릴 때부터 저질 체력인 거 그 친구도 잘 알아요. 원래 내 상처가 제일 아프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기대,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감정들 다 부질없다 느낀지 오래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관계를 다 끊고 살 순 없으니 저 둘은 가끔 연락하고 만나고 그랬는데 이 관계도 이제 끝나가나 봅니다. 두번째 친구는 연락 오면 1시간 이상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러는데 다음 통화 때 똑같은 말을 반복하니 좀 지치네요. 우울증이 원래 그런 거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