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에 아이들이 졸라서 키우기 시작했던 강아지.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는 강아지에게 유별난 애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배고프지 않고, 춥거나 덥지 않고,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게 키우는 정도였습니다.
강아지도 배변만 잘 가리고, 짖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서만 처음부터 신경을 썼어요.
옷을 입히거나 손 달라는 훈련 같은 것도 거의 안 했어요.
강아지도 가족들과 거의 비슷한 성격으로 동화되었고 잘 지냈어요.
배변도 잘 가리고, 짖지도 않고, 사람은 아무나 다 좋아하고, 잘 까불고, 특별히 아프지도 않았고, 최근까지도 건강해서 스무 살이 넘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급격하게 쇠잔해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이틀을 누워만 있더군요.
지붕이 있는 굴 속 같은 자기 집에서요.
마지막일 것 같아 꺼내서 방석 위에 눕혀놓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쇠약한 힘으로 굳이 일어나 굴속같은 자기 집으로 기어가더니 픽 쓰러져서 몇 시간 후에 떠났습니다.
거기가 가장 편하구나 싶어서 그대로 가만히 두었어요.
그렇게 딱 이틀을 누워있다 떠났네요.
한결같이 착한 강아지였고
강아지에게 덤덤한 저였지만 아직은 강아지의 빈 집을 보면 허전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갈 거면
먹고 싶은 거 그냥 먹게 해줄걸.
더 많이 놀아줄걸.
가족들은 저마다의 회한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와서 불행한 견생은 아니었었기를..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