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스팔트위에서

겨울 조회수 : 1,120
작성일 : 2024-12-15 00:37:30

여의도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해서 빨리 갈 수 없었어요.

천천히 걸어서 가보니 이미 앉을 자리가 없어서 위화도 회군을해서 뒤로뒤로 가 겨우 앉았습니다.

화면은 보이지도 않고 대신 엄청 많은 엠프를 크레인에 걸어서 소리는 잘 들렸어요.

천재같음요.

왜냐하면 길에 엠프를 놓으면 근처에 있는

사람은 심장까지 울리는데 (경험했)

공중에 떠있으니 피해가 덜 갔어요.

대신 엔진을 켜 놓아야했는지 배기가스 냄새가 계속 났지만...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앉고 보니 앞에 앉은 여학생이 종이만 깔고 앉았길래 핫팩 깔고 앉으라 주고.

소시노래 한 음만 나왔는데 애들은 반응을 하더군요.(신기했음)

근데 임을위한 행진곡은 잘 모르는 듯했어요.

계속 초조해서 시간만 보는데 

어느덧 우원식 의장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숨도 안쉬고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조용해 졌어요.

 

우리가 아는 결말이 나오는 순간 

마법이 풀린듯 터져나오는 함성이 와~

모두 일어나 떼창을 부르고

위에는 드론이 낮게 날아 우리를 찍고

우리는 벅차 드론을 향해 야광봉을 흔들었어요.

건물 위에서도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어떤 기자는 바닥에 앉아

급하게 사진과 글을 전송하더라구요.

 

저희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라를 구한듯 기쁜 마음으로 걸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거예요.

 

인터넷이 안 되니 지도도 볼 수가 없고

사람들이 가는 방향에 의지해 걸을 뿐이였어요.

걷다 보니 모두 길이 아닌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어떤 젊은이가 사람들이 갈 수 있게

나무를 잡고 있지 뭐예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데 

이번에는 스텐으로 된 안전대를 넘어야 했어요. 

앞에를 이렇게 보니 아저씨가 아줌마를 

잡아서 넘겨 주길래 남편인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넘어가게 

계속 잡아서 넘겨 주시더군요. 하....

경찰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민들이 하고 계셨어요.

그 곳을 나오니 웬 고속버스가 그렇게 많은지.

걸어걸어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집에 왔습니다. 

팬티스타킹에 양말을 덧신고

롱패딩까지 입으니 지하철에서는 땀이나고

밖에서는 춥고.

 

오늘 하루 추웠지만 

반칙을 원칙으로 이긴 날이여습니다.

 

조국사건때 어느 82님이

반칙을 원칙으로 이기려면 몇 배의 힘이 들까요, 하는 글을 봤는데

2년 반이 걸렸습니다.

시청에서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속상했는데

청년들이 많이 오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거라는 희망이 들어 들떴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

 

 

 

IP : 14.38.xxx.22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24.12.15 1:03 AM (211.234.xxx.133) - 삭제된댓글

    '조국사건때 어느 82님이

    반칙을 원칙으로 이기려면 몇 배의 힘이 들까요, 하는 글을 봤는데

    2년 반이 걸렸습니다.'


    저도 그 때 서초동 갔었어요. 검찰공화국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서초동 가서 그렇게 외쳤었는데 결국 윤석열이
    대통령까지 되는 거 보고 절망했었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반칙을 원칙으로 이긴 날!
    우리 국민들 저력에 문통님도 매우 감격스러우실텐데
    마음껏 표현 못 하시는 것 같아 그 마음이 헤아려져
    마음 한편이 아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원글님.

  • 2. 원글입니다.
    '24.12.15 1:30 AM (14.38.xxx.229)

    이번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힘들었겠다, 했어요.
    그래서 스티브잡스와 연구자들에게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의 발전이란 참 좋은거구나~ 싶은.

  • 3. ㅇㅇ
    '24.12.15 2:02 AM (61.39.xxx.168)

    원글님 한마디한마디 다 공감가서 눈물나요 ㅠㅠ

  • 4. ..
    '24.12.15 8:29 AM (210.91.xxx.218)

    고생많으셨어요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미래가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집회 나가본적 없는데
    이번엔 그러면 안되겠더라구요ㅜㅜ
    국민대통합을 이루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5851 이금규 변호사의 최종변론 3 .. 2025/02/26 1,481
1685850 며칠 전에 어떤 분이 줴이미 본명 재득이일것 같다고 했는데ᆢ 청순마녀 2025/02/26 1,686
1685849 아후 축구 또 연장가네요 U20 2025/02/26 753
1685848 팔방미인 아이 14 대학생 2025/02/26 3,853
1685847 마당냥이 중성화 tnr 질문이요(줌인아웃 사진) 13 헤야한다올봄.. 2025/02/26 733
1685846 극우들..윤탄핵인용,민주당 유리한쪽으로 선거운동 해주는 거죠. 1 인용 2025/02/26 1,000
1685845 전세만기인데요… 7 강냉이 2025/02/26 1,734
1685844 급)겉절이로 김치찌개 괜찮나요? 4 ... 2025/02/26 1,574
1685843 한가인 하다하다 명품신발 자랑..... 59 한가인 2025/02/26 36,145
1685842 마취 덜 된채로 스킨보톡스? 6 넘 아파요 2025/02/26 2,322
1685841 수원대 미대랑 고려대 세종 글로벌학과 중 4 2025/02/26 1,592
1685840 맘에 드는 티를 샀는데 다른거하나 더 사려고하니, 마지막 .. 2025/02/26 1,303
1685839 애들 수강신청 하는데 전공이 1초만에 마감되었대요. 25 황당해요 2025/02/26 3,805
1685838 (급질) 고기를 사면 들어있는 납작한 핏물 제거제요 1 2025/02/26 2,272
1685837 이주호 “의대생 복귀 약속하면 정원원점으로 동결” 36 ... 2025/02/26 4,657
1685836 이대앞에서 집회하는 극우유튜브들 7 이뻐 2025/02/26 1,306
1685835 이거 사지마시길 권해요.. 45 물욕쟁이할매.. 2025/02/26 30,200
1685834 애브리봇 쓰리스핀 물걸레 청소기요 12 살까요? 2025/02/26 2,493
1685833 배고파서 오는 두통.. 14 ㅇㅇ 2025/02/26 2,116
1685832 된장 담그기 7 된장 2025/02/26 1,103
1685831 어제 장순욱 변호사 5 풍경 2025/02/26 3,215
1685830 증여상속관련 인터넷,전화상담 궁금 2025/02/26 510
1685829 드라이브 좋아하세요? 4 ,, 2025/02/26 1,021
1685828 장미꽃 어떤 색깔 좋아하세요 13 2025/02/26 1,681
1685827 뮤지컬 '천개의 파랑' 올려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6 .. 2025/02/26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