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밤의 포고령

ㄱㄴ 조회수 : 464
작성일 : 2024-12-10 09:17:26

야밤의 포고령

너희는 나를 통제할 수 없다. 나를 검열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 초입이겠다. 나는 품속에 여름의 햇볕을 숨겨서 겨울의 삼엄한 경계를 통과할 것이고,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서 찬란한 이 나라 산하의 봄을 맞을 것이다. 나는 태양의 검열만 받겠다. 

 

 

너희는 나를 처단할 수 없다. 나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은사시나무나 상수리나무 숲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숨과 쉼을 얻었고 양식을 얻었고 불을 얻었고 그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살게 했고 꽃 피게 했고 키워냈으니 내 목숨을 처분하고 결단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른 녹음뿐이다. 지구의 나무만이 나를 처벌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체포할 수 없다. 나를 수색하고 구금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태어나 기본권으로 획득한 나의 자유뿐이다. 나의 자유가 나의 나태를 수색할 수 있고, 나의 자유가 나의 방종을 구금할 수 있고, 나의 자유만이 나의 불의를 체포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사랑할 권리가 있고, 어디든 갈 자유가 있고, 언제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영장 없이 무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은 너희의 망상이고 광기뿐이다. 

 

 

나는 반국가세력이다. 아침에 뉴스공장 방송을 청취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점심에 친구를 만나 나라를 걱정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저녁에 슬픈 시를 써서 유포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다. 오천백만 송이의 진달래가 산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대설이 북녘에서 밀려오는데 그것들을 영장도 없이 죄다 잡아들여 가둘 것인가. 대체 너희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는 너희가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시를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희가 사람에 가깝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너희가 모국어를 공부했기 바란다. 포고문일지라도 너희의 부모와 너희의 자녀가 읽고, 후세의 역사가 대대로 기록해 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천백만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문을 포고한 너희가 석고대죄를 알겠느냐.

 

림태주 시인

IP : 210.222.xxx.25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0884 남자 샴푸 1 블루커피 2024/12/16 466
    1660883 새우젓이 넘 맛있어요. 8 별명할머니 2024/12/16 2,102
    1660882 한동훈은 이낙연당 입당하면 최고일텐데 10 .. 2024/12/16 1,530
    1660881 40대 결혼 잘한 사람들 보니 이쁘네요 13 .. 2024/12/16 6,059
    1660880 조국혁신당 김준형의원 우방국제보 나도 받았다 3 00 2024/12/16 2,543
    1660879 고현정 입말인데요 13 2024/12/16 6,076
    1660878 오세훈의 여의도 압구정 재건축 고층 완화 난항 20 2024/12/16 2,655
    1660877 환율 아예 못막나 12 .... 2024/12/16 3,350
    1660876 윤석열이 계엄을 준비해왔고 일으킨 이유를 알 것 같아요 3 ㅇㅇ 2024/12/16 2,229
    1660875 셔먼의 말 23 탄핵축하 2024/12/16 3,497
    1660874 살림 안하는 남편 때문에 짜증나요. 27 ... 2024/12/16 3,934
    1660873 강일원 전 헌재재판관 , 굥 변호계획 없어 jpg/펌 5 그래요? 2024/12/16 2,287
    1660872 연차가 올라갈수록 직장 생활이 어렵네요 6 중간 2024/12/16 1,616
    1660871 펌) 이유가 있는 음주운전 21 바로알기 2024/12/16 2,619
    1660870 오메가3랑 철분제 같이 먹어도 되나요? 2 같이 2024/12/16 483
    1660869 봄동 어떤가요 2 2024/12/16 820
    1660868 광주 5.18 유공자 생계지원금 전액 삭감 27 광주 2024/12/16 3,744
    1660867 한준호가 이준석에게 11 ㄱㄴ 2024/12/16 3,970
    1660866 응급실 뺑뺑이는 가짜뉴스가 맞네요. 7 맞네 2024/12/16 3,532
    1660865 계명대 의대와 강원대 의대 어디가 더 낫나요? 11 ㅇㅇ 2024/12/16 1,704
    1660864 중기장과 롱패딩 둘 중 하나만 산다면 9 겨울 2024/12/16 1,799
    1660863 뮤지컬은 연예인이나 몇몇 터줏대감들만 돌야가며 주연하는느낌 8 .. 2024/12/16 1,583
    1660862 중학생인데 일품 블라 풀어야 되나요 4 레베 2024/12/16 884
    1660861 성시경이 욕쳐먹어야 할 점은요. 선택적 소신발언 이런게 아니라 42 저기 2024/12/16 6,561
    1660860 국힘은 일본인들인인가 6 .... 2024/12/16 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