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태도
서초동을 출입하며 느낀 점. '판사 검사들은 정치를 쉽게 보고, 여의도 정치인들은 판사와 검사를 우습게 본다'는 것.
정치하는 분들은 여론을 조성해 압박을 하면 판사가 굴복할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정치부 출입을 오래한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조, 특히 법원 출입을 오래 해 보면 '장외변론'이나 '언론플레이'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종종 체감한다. '재판받는 태도'는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물론 이상한 판사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선출된 권력'이 사법절차를 위협하는 행동에 대해선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는다. 형사재판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하거나 재판 결과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매우 나쁜 양형 요소로 작용한다. 이것은 판사의 권위주의같은 게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속적으로 장외에서 변론을 펼쳤고, 이 사건을 '조작'으로 규정했다. 의회 일정이나, 단식투쟁 혹은 국정감사를 사유로 재판을 연기하거나 불출석하는 일도 있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은 10시30분에 시작한다. 다른 일반 재판은 모두 10시면 10시지, 10시반 재판은 거의 없다. 일반인이 이런 태도였으면 구속됐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 집행유예가 지나치다 생각되면, 고개를 들어 허경영을 보라. 아무도 믿지 않을 '이병철 양아들설'을 주장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반면 이 대표는 백현동과 대장동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고, 실제로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거짓말을 벌하는 윤리규범이 아니라, 선거라는 국가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장치다.
지난 국정감사 때,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법원장을 앉혀놓고 노골적으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3권 분립을 정해놓은 시스템을 망가트리는 행위다. 그 중엔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표 변호인이었던 박균택 의원도 있었다. 보통사람은 꿈도 못꿀, 일종의 사법방해 시도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서초동 판사들을 쉽게 본다. 하지만 착각이다. 피고인이 선출된 권력의 힘을 발판삼아 법대를 찍어 누르려고 하는 건, 오히려 형 가중요소가 될 뿐이다.
정상적인 변호인들은 의뢰인이 재판 받는 도중에 재판부를 장외에서 비난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뢰인을 위해서다. 서초동에선 일종의 상식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1심 재판부를 조리돌림하며 법원을 손보겠다고 나서는 건, 이 대표 재판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이 대표가 정말 감형을 받고 싶다면, 당내 인사들을 자제시켜야 하고 본인도 재판을 성실히 잘 받아야 한다. 물론 장외에서 조작사건이라고 유표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애초에 이렇게 했다면 벌금형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100만원을 넘으면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