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화가 오는 걸 너무 싫어해요. 저 스스로 약간 정신적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거든요.
인간 관계에서 저는 공감능력도 좋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편인데요.
그러다 보니 힘들거나 얘기하고 싶을 때 저를 찾는 사람들이 늘 있는데,
항상 그런게 싫은건 아니거든요. 전화를 잘 받고, 얘기도 잘 들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분도 전혀 지장받지 않고 그런 시기가 있어요. 돌아보면 주로 인간관계를 맺는 초창기에는 제가 전화받는걸 덜 싫어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전화오는게 너무 싫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아마도 상대가 저를 일정 선을 넘어서 의지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것 같아요. 뭔가 감정의 허함을 메우기 위해서, 혹은 자기 감정을 쏟을 사람이 필요해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전화 받는게 너무 싫고, 그 정도가 심해져서 전화하는 상대까지 싫어지는 마음이 들어요.
전 아주 오랫동안 친한 친구들,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런 친구들도 전화를 자주 한다 싶으면 싫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만나서 얘기하는 걸로 충분하거든요. 콜백을 잘 안한다는 원성도 듣는 편인데, 저는 전혀 통화하고 싶지 않은데 부재중 전화가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통화를 해야 한다는 자체가 싫어요. 대신 저는 연락해서 카톡답이 늦거나 콜백 안 오거나 해도 전혀 신경을 안 써요. 물론 제가 통화하는 걸 싫어하다보니 전화하는 일이 잘 없긴 해요. 지금은 친구들이 제 성향을 알다보니 전화를 자주 하는 친구들은 없고 주로 카톡으로 연락해요. 전 자주 전화하는 친구에게는 저는 자주 통화하는 걸 싫어하니 일주일에 2번 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어요.
그나마 친구들에게는 이 정도인데 엄마가 전화오면 제가 폭발할 때가 있어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그냥 제가 주기적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는데요. 통화하고 싶지 않을 때 전화오는게 너무 싫거든요. 엄마는 이런 제 성격이 너무 평범하지 않다고 그러시죠.
저도 가끔은 이런 제가 왜 이러나 싶은데... 정신적인 그릇의 크키가 그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저는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 때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구요. 그나마 유일한 예외는 남편이네요. 남편이 너무 다정한 사람이라 워낙 자주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외로움을 덜 느껴서 그런것도 있구요. 이런 남편에게조차 연애할 때는 자주 통화하는 걸 싫어한다고 얘기해서 하루에 한 번만 통화해서 남편이 서운해했었어요. 요즘은 저같은 사람들도 꽤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콜백이 안 온다는게 전화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받는 사람의 심리적 특성일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도 왜 이렇게 전화오는게 싫고 스트레스 받는지 저 스스로의 그릇이 작다 싶을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