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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무진 사람은 좋겠다.

조회수 : 4,534
작성일 : 2024-10-26 00:36:39

입주청소알바, 집정리정돈 알바,  식판세척알바, 사무실에서의 사무알바,

게스트룸알바,등등의 여러 알바들을 해보았어요.

고정적으로 오랫동안 일해보고 싶었지만,

얼마안가 그곳들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어요.

제가 제일 편안해했던 알바는 게스트룸알바였어요.

5개의 방마다 놓여있던 침대와 혹은 이층침대.

그리고 거실과 부엌, 화장실의 가구들을 닦고, 정리하는

혼자만의 시간과 정적을 좋아했어요.

그 빈건물의 시공간엔 오로지 저밖엔 없었어요.

뒷마당에서 봉지를 거꾸로 들어 콜라캔이나, 사이다캔을 정리할때

가끔 몇개가 땅바닥을 굴러가는 명랑한 소리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의 공기와 커텐사이로 비쳐든 오후의 햇빛이

길게 뻗은 직선으로 벽어딘가에 와닿은 모습을 좋아했어요.

그곳은 오래다니고 싶었는데 전기세체납스티커가 자주 붙어 불안하더니.

결국 사장님이 정리하셨지요.

 

부엌의 스텐국자도 음표를 떠올리며 좋아했는데.그 시간들은 사라지고

두번다시 오지않았어요.

엊그제, 당근에서 짬뽕집에 지원했더니, 11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합격했지요.

배우러 오라고 해서, 버스를 타고 가봤더니, 키오스크와 배민과 요기요를 

이용해서 배달,포장및, 홀손님까지 전부 혼자서 해야 했어요.

어린 아가씨가  빗자루질을 하고 있었고 저는 물걸레질을 하고 냅킨을 챙기고

식탁들을 닦고, 양파및 반찬들을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10시부터 손님들이 홀안에 가득차고, 배민과 요기요도 쉴새없이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어린아가씨가 알려주는 대로, 머릿속에 입력을 해가며 

냉장고에서 단무지나 샐러드를 꺼내기도 하고 짜장소스를 볶음밥에

덧입히기도 하고, 만두를 쪄 내기도 하고, 그릇도 세척하고

물도 채웠으나, 

주방의 사장님은 간혹 주문서의 음식들을 읽어내며 머뭇대는 제게

짜증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아가씨는 너무 일을 잘해서 수월하게 잘도 하더군요.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상냥하고 친절하며 음식도 척척.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고 나니, 퇴근하라는 아가씨의 말대로 

사장님께 인사하고 나가는데 제 등뒤에서 아까 놀러온 애랑 셋이 육개장이랑 짬뽕

먹자고 사장님이 말씀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런 말은 이렇게 분명하게 안들려도 되는데..

30분째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채용확정되었다는 빵빠레가 폰에 떴고

오후 9시가 되어도 알바비가 들어오질않아 사장님께 문자를 드리니

482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나가는 건데, 세금을 공제했다고하는데

사전에 고지를 받지못하였으므로 기분이 상해서 전 곧바로 일할수 없을듯하다고 

답장을 보냈고 제 채용도 다시 취소가 되었어요.

그 아가씨, 참 야무지긴 합니다.

저녁엔 밀가루를 반죽해서 붕어빵을 판다고 하니, 앞으로도 잘될듯한 예감이.

저는 늘 야무지지못해 조금더 고민좀 해봐야겠어요.

우리애들 다그치지말고 나부터 잘해야겠어요..

 

IP : 58.29.xxx.41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을 잘쓰시네요
    '24.10.26 1:29 AM (211.51.xxx.178)

    시간당 만원에 세금을 제했다는건가요? 원래 그러나요? 박한 곳이네요.
    좋은 알바 찾으시길 바래요.
    그리고 저보다 백배 야무지십니다^^

  • 2.
    '24.10.26 2:05 AM (118.235.xxx.198)

    야무지면 야무진대로 고달픔이 있어요
    글이 되게 잘 읽혀요
    관찰력도 좋으신가본데 정적인 일이 맞으실 것 같아요

  • 3. 캔디
    '24.10.26 2:09 AM (59.15.xxx.172)

    글 읽으면서 엄청 야무지고 성실한 분이라 생각했어요
    육체노동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50대에 재취업해서 기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상황이 된다면 컴퓨터 활용능력이나 itq자격증 따서 사무직 취업도 고려해 보세요

    글도 이해가게 표현을 잘 하시는거 보니 여러가지 민첩하게 잘 해 내실분 같아요
    우리 같이 홧팅해요^^

  • 4. 제주도
    '24.10.26 2:14 AM (210.178.xxx.242)

    제주도에 계신가요?
    왠지 그리 읽혀져서
    제주는 찜질방 자리( 알바)도 많다도 들었어요.
    나가는 사람 뒤통수에 대고 점심 메뉴 읊는 곳
    재계약 안하기 잘하셨어요~
    맞춤한 일이 곧 생길거예요

  • 5. ㅇㅇㅇ
    '24.10.26 2:44 AM (118.235.xxx.46) - 삭제된댓글

    근데 요즘 아가씨리는 표현 쓰면 욕먹어요

    계속 사회생활하실 분인 듯 하여 말씀드립니다

    직접 호칭안한다 해도 언어습관이 되니까요

  • 6. --
    '24.10.26 5:08 AM (125.185.xxx.27) - 삭제된댓글

    다 나가고나서 해도 될 말을
    뒤통수에다 대고..지들끼리 메뉴 얘기하며 말하는 ..그런 비인간적인 곳 ...세금제한 알바비가 문제가 아니라..........그런곳 가지마세요.
    참 정 없다 인간들...토닥토닥
    일힘든건 참아도 저런 말 한마디 뒤통수에 들으면 영원히 안입혀지는ㄴ데....
    밥 한그릇 먹여 보내면 안되나......

    점심도 안먹고 그 시간 일한거에요? 점심시간이 끼여있는데.......ㅠ

  • 7. --
    '24.10.26 5:09 AM (125.185.xxx.27) - 삭제된댓글

    다 나가고나서 해도 될 말을
    뒤통수에다 대고..지들끼리 메뉴 얘기하며 말하는 ..그런 비인간적인 곳 ...세금제한 알바비가 문제가 아니라..........그런곳 가지마세요.
    참 정 없다 인간들...토닥토닥
    일힘든건 참아도 저런 말 한마디 뒤통수에 들으면 영원히 안입혀지는ㄴ데....
    밥 한그릇 먹여 보내면 안되나......
    그 자리에 없는..아까놀러온 애는 일부러 불러서 먹이고?? ㅎㅎㅎ

    점심도 안먹고 그 시간 일한거에요? 점심시간이 끼여있는데.......ㅠ

  • 8. --
    '24.10.26 5:11 AM (125.185.xxx.27)

    다 나가고나서 해도 될 말을
    뒤통수에다 대고..지들끼리 메뉴 얘기하며 말하는 ..그런 비인간적인 곳 ...세금제한 알바비가 문제가 아니라..........그런곳 가지마세요.
    참 정 없다 인간들...토닥토닥
    일힘든건 참아도 저런 말 한마디 뒤통수에 들으면 영원히 안입혀지는ㄴ데....
    밥 한그릇 먹여 보내면 안되나......
    그 자리에 없는..아까놀러온 애는 일부러 불러서 먹이고?? ㅎㅎㅎ

    점심도 안먹고 그 시간 일한거에요? 점심시간이 끼여있는데.......ㅠ



    세금내는거 증거 있냐 말하세요.....신고 안할거같은데.....
    그런집은 일주일내 해도 주휴수당도 안줄 집이네요.
    노동부 전화해보세요......제하고 그 돈 받았는데....그집 신고한거 있냐고...
    가만앉아서 카운트만 봐도 그 돈 받는데...

    그집은 주방에 사장 혼잔가요? 설거지도 사장이 하고요?
    어떻게 셋이 밥먹어요?놀러온 애 합쳐서 세명이라니

  • 9. 제주도
    '24.10.26 5:34 AM (59.8.xxx.68)

    이런 일자리 많아요

  • 10. 원글
    '24.10.26 7:02 AM (58.29.xxx.41)

    저도 세금 공제했다는 신고내역을
    믿을수가 없고 당황해서 못간다고했어요^^
    제주도는 바람부터가 다르다는데
    그 곳에 사시는 분들의 삶이 궁금해지네요.
    음ᆢ 이제 50까지 왔는데. 토끼띠들.
    어떻게 잘 살고있나요.^^

  • 11. 원글
    '24.10.26 7:09 AM (58.29.xxx.41)

    주방에 사장님 혼자일하고
    홀은 혼자. 담당해요,
    셀프반납이라 카운터까지 온 식기는
    중간중간 옆의 싱크대에서 제가 씻어
    두었다가주방으로 보내고.
    떠난 식탁도 행주로 닦고. 휴지통도 비우고
    배민과 요기요도 놓치지않고 주문서대로
    포장해두어야해요,키오스크도 순서대로
    주방에 걸어두고 거기에 맞게. 부수적인 준비를 끝내
    야하는데. 키오스크와. 배민을 머리속에서 잘 정리해야해요^^

  • 12. ㅇㅇ
    '24.10.26 8:11 AM (49.1.xxx.90)

    부엌의 스텐국자들 보고 음표 떠올리며 즐거워했다는 문장 보고 제 마음이 즐거워졌어요.

  • 13. ...
    '24.10.26 8:41 AM (221.140.xxx.68)

    멋지십니다~~~

  • 14. 반갑
    '24.10.26 9:05 AM (14.39.xxx.64)

    친구하고 싶네요.
    저랑 비슷하신 듯;;

  • 15. 10
    '24.10.26 9:39 AM (118.235.xxx.187)

    글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분 같습니다. 멋진 분! 응원합니다~

  • 16. 원글님
    '24.10.26 9:48 AM (175.114.xxx.222)

    수필 한편 읽은것같은 기분이에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야무지신것 같아요
    그 사장님 참 야박하고 별로네요
    원글님같은 직원 제대로 알아보는 사장을 못만나서 그래요
    앞으로 승승장구하시길 바라요!

  • 17. ㅇㅇ
    '24.10.26 10:23 AM (116.41.xxx.157)

    원글님 글을 정말 잔잔히 잘 쓰시네요. 글의 묘사가 편안하고 따뜻해서 진짜 수필가의 글 같아요.
    게스트룸 알바같은 자리가 다시 찾아와서 원글님이 평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날들이 찾아오길 바래봅니다 ^^

  • 18. 쓸개코
    '24.10.26 10:39 AM (175.194.xxx.121)

    글도 담백하게 잘 쓰셔서 잘 읽었어요.
    그리고 답장 잘 보내셨어요.
    원글님이 벽에 걸린 국자 보고 음표를 떠올리듯 그렇게 맘 편하게 오래 일할 곳 생길겁니다.

  • 19.
    '24.10.26 12:52 PM (118.36.xxx.104)

    요기요 .배민까지 같이 하는 곳은
    더 바쁜데
    고마움을 모르는 곳이네요

  • 20. 그게
    '24.10.26 4:29 PM (211.206.xxx.191)

    서로 수준이 맞아야 오래 함께 갈 수 있어요.
    그곳의 인연은 하루로 끝~
    원글님에게 맞는 좋은 일자리 얼른 생겼으면 좋겠네요.

  • 21. ...
    '24.10.26 5:24 PM (123.215.xxx.145)

    저는 원글님이 젤 야무진 분 같아요.
    글도 예쁘게 잘 쓰시고

  • 22. mm
    '24.10.26 9:09 PM (125.185.xxx.27)

    홀은 그 아가씨가 하는데 왜 식탁까지 행주로 닦아주나요
    님은 주문받고 포장준비만 해도 바쁘겠는데...
    홀이 훠러 쉽죠...그분이 설거지도 해야할거같은데
    대체 몇인역을 하고 온거에요? 짜다짜

  • 23. 원글
    '24.10.26 9:12 PM (58.29.xxx.41)

    저보고 야무지다하시니.
    감사합니다^^
    인간에게 진실로 위대한일은
    나무통에 우유를 받고
    까슬까슬한 밀이삭을 거두는 일이고
    이른아침 따뜻한 달걀을 가져오는일이라고
    시를 쓴 프란시스 잠의 뜻을 댓글을 보면서
    알거같아요^^

  • 24. 원글
    '24.10.26 9:24 PM (58.29.xxx.41)

    그게요,그 아가씨가 일주일에 한번은 안나오는데
    제가 그날동안 혼자일해야하는데
    그전에 배워야하니 나오라고 해서
    간거였거든요.
    그런데 밤9시가 되어도 입금이 안되길래
    배운다고 나가서 그 아가씨와 함께 일한건
    돈을 안받는건가 하다가, 정신차리고
    사장님께 입금문자를 드렸더니 48200원이 입금되고 세금공제 한거라고 하셔서
    사전에 공지가 없이 일방적통고에 가까우셔서
    저도 그 일자리를 포기한거지요,
    저의 못남을 이리 야무지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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