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고기와 생선을 전혀 못 먹었어요.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이 계란 하나였어요.
누군가 생선 집은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었을 때 나는 약한 비린내에도 먹다가 토할 정도였어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고
돈까스나 치킨은 먹을 수 있고
(고기보다는 튀김옷만 주로 먹지만)
갈비구이도 몇 점은 먹을 수 있습니다.
구은 생선은 잘 먹어요.
고깃집에 가면 고기는 안 먹고 반찬에 밥만 먹어요.
가족들 말고는 제가 고기를 싫어한다는 걸 아무도 모릅니다.
식당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이것저것 잘 먹으니까요.
그러나 국물이 있는 건 정말 입에도 못 대겠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니까 매일 고기 요리를 합니다.
자주 쉽게 할 수 있는 게 그냥 구워주는 것. 이건 정말 최고의 고기 요리 같아요.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다 만족하는.
요즘은 제가 고기 요리를 자주 하는데
제가 간을 못 보니까 맛을 몰라요.
그래서 항상 밥상을 차려 놓고 가족들에게 묻습니다.
짜냐 싱겁냐, 맛이 있냐 없냐.
맛이 없으면 다시 만들지 말고 맛있으면 다음에 또 하려구요.
그런데 고기 요리를 하는 게 즐거워요.
나는 비록 못 먹는 거지만.
이런 게 사랑이라고 우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