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혼여에 너무 행복한데 어디 말할데도 없어서ㅎㅎ 저의 오랜 친구 82에 올린 글(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901176)
에 많은 분들이 좋은 댓글 남겨주시고 또 제주 혼여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정보 공유를 요청하셔서 별 것 없는 제 소소한 발자취를 올려봅니다. 한 분이라도 참고가 되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가격은 제가 예약한 기준이고, 날짜따라 다를겁니다.
경제적으로 크게 부유하지 않은 월급쟁이 가정의, 가성비가 제일 중요했던 아줌마 기준입니다ㅎ 여유 있으신 분들은 좋은 호텔 다니시면 당연히 더 좋은 선택이 되실겁니다!^^
언급하는 혼여호텔들은 저렴한 대신 굉장히 좁고 심플합니다. 삼만원 오만원짜리 보다는 십만원짜리가 당연히 더 좋지요. 그냥 예산에 맞추어 선택하시면 되는겁니다.
만족도는 항상 케바케구요.
제 기준은 이 정도 가격이면 침대와 청결도만 중타 이상이면 된다는 주의이니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음식점은 네이버보다 구글평점을 더 믿기에 구글 지도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식당은 개인취향이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요.
첫날은 밤 비행기로 도착해서 공항 근처 탑동에 휘슬락 베스트웨스턴 계열 호텔에 묵었습니다(8만원. 오래된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입니다) 여기가 자리가 참 좋아요. 동문시장도 걸어갈 정도로 가깝고 탑동광장 앞의 바다를 바로 끼고 있어 사람들이 많아 밤바다 보러 나가도 무섭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방파제 끝쪽 등대까지 산책하기 정말 좋았습니다.
도착한 첫날 저녁은 고기를 먹겠다고 구글에 찾다가 평점이 좋길래 호텔 바로 앞 공상이라는 고깃집에 갔는데 횟집이 즐비한 거리에 있는 카페같이 생긴 깔끔한 고깃집이었고 제주도식 김치라며 보리가 들어간 물김치가 있는데 이게 별미더라구요. 고기는 구워주셔서 편하구요. 가브리살+된장술밥 조합이 좋3았습니다. 건강상의 이슈로 맥주를 못마셔서 그게 좀 슬펐네요.
둘쨋날은 지인을 만나 서귀포에서 1박을 했구요
(지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서귀포에 있는 혼여호텔 케니스테이에서 묵으려고 했었어요. 여기도 올레시장 근처라 위치도 좋고 나름 평도 가격도 좋습니다. 가격은 3만~5만원 정도였던것 같아요. 서귀포까진 레이를 렌트해서 48시간 썼습니다. 카모아 앱에서 가격비교 하고 선택, 4만원정도였어요.) 케니스테이는 두군데 있는걸로 알아요. 네이버에 검색하시면 감 잡으실 겁니다.
서귀포 산방산 근처에 맛집이 많아요. 전 서귀포에 가면 비스트로낭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꼭 갑니다. 사장님 한 분이 슈퍼맨처럼 예약전화, 손님응대, 주문 및 계산, 맛있는 요리에 서빙까지 척척 해내는 1인 레스토랑이었는데 입소문이 나서 이젠 직원도 두고 매장도 넓혔더라구요. 고소하고 쫄깃한 뇨끼와 상큼한 토마토 샐러드에 탄산수 한잔 들이키니 극락이었습니다ㅎ
아, 그리고 들깨와 한정식풍 슴슴한 맛을 좋아하신다면 한라산아래첫마을의 비비작작면 추천드려요.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한 맛인데 절대 싱겁지 않고 거피하지 않은 들깨와 아작아작한 오이절임과 메밀면 등이 입안에서 섞이면서 재밌는 맛을 냅니다. 비주얼도 아주 멋져요ㅎㅎ
네이버에서 사진 찾아보셔요^^
셋째날 성산으로 출발해서 지인은 렌트카 반납하라고 보내고 다시 뚜벅이 혼여 시작.
혼여호텔 플레이스캠프(3만원)에 체크인 하고 성산에선 어두워지면 혼자 다니기 무서우니까 해지기 전에 밥 먹고 돌아와야 하므로 광치기 해변에 가서 사진 백장 찍고 구글맵 켜고 숙소 근처 동네 탐방하다가 동네 밥집에서 간단히 된장찌개로 요기하고 돌아왔네요.
광치기 해변 가는길에 무인 귤 판매대에서 귤 5개정도 든 봉지 천원에 사서 밤에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딩굴거리며 까먹었구요.(방에 TV 없습니다ㅎ)
플레이스캠프 안에 혼술 가능한 위로?라는 이자카야도 있고 펍도 있어서 밤에 심심하시면 가볍게 한잔 하시기도 좋아요.
아침은 역시 플레이스캠프 안에 있는 도렐이라는 카페에서 베이글에 오메기 스프레드 발라서 커피와 먹었구요. 이 카페는 시그니처 커피로 유명해져서 서울 강남쪽에 분점을 낸 유명한 카페라고 하네요. 제 기준 우와 엄청 맛있다는 아니지만 한번쯤은 먹어볼만 했어요.
아침 먹고 호텔에 2시ㅡ4시 섭지코지로 가는 왕복셔틀 예약하고 나가서는 광치기 해변에서 부터 성산 일출봉까지 해안길로 걸어가며 그 멋진 경치에 또 우와 우와 거리다가 서서 사진 백장 찍고 또 우와우와를 반복하니 성산일출봉이더라구요.
오래 걸었으니 굳이 올라가진 않고ㅎㅎ 주차장쪽까지 올라가 높은 지대에서 바람 맞으며 해변쪽을 실컷 감상했습니다.
점심은 찾다보니 근처에 블루리본 3개 받은 칼국수집에 사람들이 꽤 있어서 들어가 성게보말죽을 한그릇 했습니다. 해산물 가게는 회전율이 좋아야 재료가 신선하다고 생각해서 선택의 기준으로 잡는편인데 역시 깔끔해서 좋았어요.(성산일출봉 손칼국수)
돌아오는 해안가에 프릳츠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체인이지만 바닐라라떼가 정말 맛있었다고 추천받아서 들렀어요. 달갈 샌드위치가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보말죽먹고 나와 바로 빵도 먹은건 안비밀ㅎ) 뷰도 기가 막히고 매장도 깔끔합니다.
오후엔 미리 예약한 호텔 셔틀타고 휘닉스아일랜드 입구까지 가서 다시 유민미술관 앞까지 가는 귀여운 셔틀로 갈아타고 섭지코지로 들어갔어요. 두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섭지코지 천천히 둘러보고 글라스하우스 앞 그네도 타보고 바람 실컷 맞으며 변화무쌍한 제주 하늘과 바다 사진 또 백장 찍고 다시 유민미술관으로 왔어요. 미술품보다는 미술관 설계로 유명한 곳이죠. 한 번쯤 가볼만 합니다. 호텔 고객은 50프로 할인해서 칠천얼마이니 꼭 가보세요. 멋있습니다.
너무 바람이 불어 뜨거운 음료 생각이 간절해서 글라스하우스 민트카페에서 차 한잔 받아 나와 성산일출봉쪽 바다 바라보며 마시고 셔틀 시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 날 정말 좋았어요. 제주는 날씨가 반 이상인듯 한데 날씨가 응원해줬네요.
이른 저녁은 광치기해변 앞 백기해녀의 집에서 먹었어요. 어느님이 말씀하신 고등어김치쌈밥집 옆인데 담백하게 삶은 해산물이 먹고 싶었거든요.(건강상 이슈로 회를 못먹습니다) 소라숙회와 문어숙회 섞어서 한접시 가능하냐고 여쭈었는데 해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히 먹었습니다. 부드럽고 맛있어서 순삭했어요.
맥주가 간절했는데 역시 패스ㅠ
다 먹고 해지는 광치기 해변(진짜 끝내줍니다! 저녁에 꼭 가세요)에서 또 사진 백장 찍고 놀다가 들어왔어요.
다음날은 구좌로 이동, 세화5일장 근처에 있는 숙소로 갔어요. 혼여족을 위한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인데 '그리고세화' 라는 곳이에요. 1인실이 5만원 안쪽이었던것 같고 이 가격에 뜨끈한 한식 아침밥도 주십니다. 바닷가에서도 걸어서 10분? 멀지 않아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어요.(얼른 자라고 11시 소등한답니다ㅎㅎ)
근데 이곳이 근처에 2호점이 있거든요? 2호점은 해변가 바로 앞에 있어서 창가 뷰가 한폭의 그림이더라구요. 그동안 계속 걸었으니 하루는 편히 쉬면서 예쁜 세화 바다를 실컷 보고싶어서 2호점으로 예약했어요(9~10만)
침대에 누워서 예쁜 바다가 보이니 카페값도 절약되고 이정도 투자하자 생각해서 결정했는데 결론적으로 참 좋았네요. 펜션은 안좋아하는데 깔끔하고 편안했어요.
해일경보가 뜰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서 색깔 예쁜 바다는 못보고 왔지만요^^
세화5일장은 5, 10으로 끝나는 날짜에 열립니다. 운좋게 장이 열린 날 가서 구경도 하고 요즘 제철인 제주산 레드키위도 사먹었어요. 과일가게가 가격도 인심도 좋으니 꼭 가보셔요.
마지막날 아침에 일어나서 바닷가 산책겸 유명한 명진전복 솥밥을 먹어볼까 하고 해안가를 30분 걸어서 문열자마자 먹고 30분 걸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ㅎ
솥밥은 양념을 하지않고 그냥 쓱 퍼서 반찬이랑 먹는데도 맛있었고 반찬으로 바짝 구운 고등어구이도 주세요. 물 부은 누룽지도 별미였구요. 왜 유명한지 알겠더라구요.
비행기가 오후라 오전시간엔 명진전복 가는길에 봐둔 바이크 렌탈샵에서 자전거를 빌렸어요.(2시간에 만원) 해안 자전거 도로를 바람맞으며 달리다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고 재밌었어요.
몰랐는데 숙소 주변이 맛집이 많더라구요ㅎㅎ
바로 옆에 구글평점 최고인집이 있길래 마지막 식사는 여기서 하고 공항 가야지 생각했다가 들렀어요.
달치즈라는 가게인데 화덕에 바로 구운 터키식 빵과 카이막을 파는 집이에요.
터키식으로 반죽해서 만든 빵 안에 치즈를 넣어 구운 치즈달빵을 먹느냐 아님 터키식 빵인 피데에 카이막을 발라 먹느냐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치즈달빵을 선택했는데 와 여기 뭐죠? 아침에 육천보 걷고 자전거 두시간 타다 먹어서 그런지 미친듯이 들어가더라구요ㅎㅎ
뜨끈한 빵이 쫀득하게 쫙 찢어지는데 안에는 짜지 않은 치즈가 넉넉히 녹아있고 거기에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베리 등을 올려 같이 먹는건데 맛나요 맛나ㅎㅎ 거기에 풋귤에이드였던가 그거 쭉 들이키면 극락..
다음에 오면 카이막을 먹어보는걸로..
그렇게 잘 먹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잘 돌아왔습니다.
혼여가 떠나기 전엔 막막한 감이 있는데 이렇게 자유의 맛이 달콤한줄 몰랐네요. 처음 가는 길이어도 네이버 길찾기 이용하면 내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차편과 시간까지.. 못갈 곳이 없어요. 다니면서 보이는 좋은곳 예쁜곳 있으면 그냥 툭툭 들어가면 되고 경치가 너무 좋으면 주저앉아 내맘대로 시간 보내면 되니.. 나 자신만을 위한 무계획의 여행이니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어요.
가성비+심플한 숙소위주로 다니니 대학시절도 생각나고.. 참 오래전 기억들이 되어버렸네요.
아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깨달은건데 여행하는 동안 아이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더라구요. 서로 연락도 안했구요. 어쨌든 이제 성인으로 키워놨으니 나 자신을 옭아맸던 책임감에서 그만큼 자유로워젔나봐요. 아프고 나니 이젠 남은시간은 나에게 집중해야겠다는 결심도 한몫 한 것 같구요.. 아 그리고 이렇게 혼자여행에 돈을 썼네 싶은 미안함도 잠시, 생각해보니 고등때 아이 한달 과외값에도 크게 못미치는 예산이었더라구요.. 참 웃프죠..?ㅎ
소소하고 영양가 별로 없는데 엄청 긴 글이 되었네요.ㅎㅎ
근처 가시는분들 중 필요한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혼여 생각하시는 동지분들께도 용기낼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떠나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