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달라졌을까....

IIIII 조회수 : 683
작성일 : 2024-10-13 11:37:53

초등때 학폭을 징하게 겪었어요.

4학년때부터 졸업때까지.

말거는 아이들이 없는건 너무나 당연하고

가방에 뭐가 있는지 도시락 반찬이 뭔지

특별한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놀리고

교과서와 준비물은 버려놓고 무릅꿇고 빌면 알려주겠다

숙제한 노트는 찢어놓고 억울하면 샘께 알려라

알리면 샘은 오히려 그들 편이었죠.

부모님 한번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빈손으로 가셨거든요.

혹은 기대에 미치지 않은 액수였거나.

 

엄마는 애들 그럴 수도 있다고, 졸업때까지 

그냥 다니라고 

.

.

.

 

돌아가신 엄마를 원망하진 않지만.... 

기억을 떠올리니 그냥 눈물이 나요

 

 

하교때

교실문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가면 계단 아래서 돌을 던져서 누가 나를 맞추나 내기하던 아이들이 무서웠고

저희 집까지 쫓아와서 돌던지는 애들이 무서워서 

일부러 늦게늦게 하교했어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해질녘까지 기다리다 아무도 없는 교정이 안심되면 그제야 집으로 갈 준비를 한게

아직도 해질녘의 하늘을 보면 이유도 없이 그냥 서글프고 안심이 되네요.

 

초등때 글짓기와 그림을 잘했어요. 지금은 관련없이 살고 있지만 말이죠.

시를 써오는게 숙제였는데 주동자 아이가 내 숙제노트를 찢는 바람에 나는 숙제 안해온 벌을 받았고

그 다음날까지 다시 시를 써야 했어요.

정확한 조사, 줄임말, 따옴표까지.. 아주 똑같이 쓰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시가 안되었어요. 마음에 안들었죠.

그래서 새로 썼어요. 열시 넘어서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다 단념하고 새로 써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으니

아마 밤새웠을거예요. 

새로 쓴 시가 더 마음에 들었고 숙제로 낼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몽롱한 발걸음으로 등교하면서 어쩌면 발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을 가졌을지도.....

아이들이 때리던 침을 뱉던 그날 아침은 뭐든 다 괜챦았어요. 국어시간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은 제 숙제를 읽었고 저는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어요. 

봐바 얘들아, 내 실력이 이정도야.

니들에게 내 머리는 잡아당기고 침을 뱉고 돌맹이로 맞추는게 다였겠지만 

나는 그 머리안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날카로우며 따뜻한 언어로 숨어서 춤추고 있단다

 

선생님까지 칭찬해 주시면 니들이 더이상 못 놀릴거야, 못 괴롭힐거야, 어쩌면...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그러셨어요.

너희들 표절. 이란게 뭔 줄 아니?

???

??

?

 

선생님은 어떤 시를 베꼈는지 물었어요. 속으로 대답했죠.

선생님, 그질문은 지금까지 제가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예요. 그걸 아시면 그 시의 제목을 알려주시고 얼마나 똑같은지 알려주세요, 제발.

저를 따로 불러서 추궁하시는 선생님의 눈을 보면서 결심했어요. 두번 다시 시란 걸 쓰지 않을거야. 평생.

정답은 뭔지 모르지만 걍 잘못했다고 베꼈다고만 하면 면피되는 자리였지만..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은 건 잘한 것 같아요. 당신이 뺏은 것도 있지만 뺏기지 않은 것도 있어요. 

.

.

.

 

근데

정말 그런가?..... 그랬을까?

요즘 불쑥불쑥 그 때의 내가 아쉬워요 

그 시절이 불쌍하고 답답하고 미워요.

억울함도 미움도 고집도 버리고 나니

왜 바보같았던 나만 보이는지.

그 어릴 적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달라졌을까,

나는 누구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누구의 나는 지금쯤 행복하고 있을까

내가 바랬던 인생이 아님을 알았을 때

그 때 생각이 불쑥 나는건 왜일까요..

 

 

 

 

IP : 108.63.xxx.1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24.10.13 11:47 AM (124.65.xxx.158)

    아...원글님...ㅠㅜ
    맘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거 같아요...ㅠㅜ
    제 가슴에 꼬옥 안고 그 힘든 세월을 잘 견뎌 내셔서 자랑스럽다고 수고 했다고 사랑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발 다시 시를 적어 주세요.
    원글님의 시를 읽게 해주세요. 제발...

  • 2. ㅠㅠ
    '24.10.13 11:57 AM (1.216.xxx.186) - 삭제된댓글

    저도 초등학교때 생각 나요.
    제 숙제 동시가 교실뒤 게시판에 붙었는데
    애들이 베껴 쓴 거라고 수근대서
    어린 마음에 너무 속상해 제 글을 떼어버렸어요.
    그런데 옆에 붙은 다른 아이 동시가 베껴쓴 것.
    엷게 웃고있던 그 아이 얼굴이 선하네요.
    떳떳한데 왜 그걸 스스로 떼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어요.

  • 3. bee
    '24.10.13 11:57 AM (222.120.xxx.217)

    허...올 해 읽은 글 중 제일 가슴 아프고 슬픈 글이에요

  • 4. 잘했어요
    '24.10.13 12:32 PM (116.41.xxx.141)

    그냥 참기를
    아니면 지금 원글님은 더 큰 트라우마에 시달릴지도 몰라요
    인간 내면이란게 왜 있을까요
    이런저런 억울한일 고이고이 담으라고 인간들이 진화에서 발명한거라봐요
    담아두고 한번씩 꺼내보고
    참 그인간들은 이런거 생각조차못하고 넘어갔겠지
    생각해보고 ...ㅜㅜ

  • 5. 선맘
    '24.10.13 2:34 PM (118.44.xxx.51)

    어휴.. 진짜 너무너무 이 무거운 글을 끝까지 읽기도 힘들었는데..원글님 마음을 짖누르는 무거운 돌덩이는 몇개나 있는건가요?
    그중 가장 작은 돌덩이 꺼내서 살짝 말씀하신건가요ㅠㅠ
    너무너무 그시절의 원글님옆에 있어주고 싶네요..
    여기에나.. 아님 일기장에 이렇게 너덜너덜 짖이겨진 마음조각을 써 보셔요. 그때 시를 안쓰시겠다고 했지만, 원글님을 위해서 산문이든, 시, 수필.. 훈계.. 약속.. 그 모든걸 써보세요.
    원글님께서 이겨내신 그 세월안에 원글님은 잘 살아내신거예요. 그 인간들로인해서 아팠던 시간들보다.. 아무나 이겨낼 수 없었던 사건들을 이겨낸 원글님을 칭찬해주시고 촛점을 어린 원글님께 맞춰보세요.
    미치광이들.. 못된것들은 남이 이미 벌 줬을거예요.
    그들은 기필코 그 벌을 받았고 받을거예요.
    원글님 마음을 미치광이들로 더럽히지마시고요.
    그 반짝이던 섬세한 글 잘 쓰던 소녀를 자꾸 들여다보세요.
    이미 잘 지나오신거니 매일 상을 주세요.
    기쁨과 감사로요. 이렇게 기특한 자신을 감사하고 그런 못된 인간들과 같지않음을 기뻐하셔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5116 공염불 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2 나라걱정 2024/10/13 649
1635115 안 봐도 전국노래자랑 틀어놔야 일요일 같아요. 13 2024/10/13 1,580
1635114 내 마음 속에 독기를 빼고 3 .. 2024/10/13 1,237
1635113 다음에서 한강 검색하니까 16 ㅎㅎㅎ 2024/10/13 2,575
1635112 글포인트가 -5 레벨7인데 4 글포인트 2024/10/13 466
1635111 한강 소설과 함께한 주말. 6 독자 2024/10/13 1,100
1635110 식구들이 1 책 읽기 2024/10/13 412
1635109 스메그 인덕션 어떤가요? 1 에공ㅇ 2024/10/13 590
1635108 갱년기 아닌데 복부가 두꺼워지네요 7 ........ 2024/10/13 2,118
1635107 헤어 스타일은 볼륨이 반이상 차지하네요 8 1 1 1 2024/10/13 2,848
1635106 원룸 건물 사서 세받고 싶은데요.. 19 원룸 2024/10/13 3,664
1635105 장자의 망신과 윤석열 6 투덜이 2024/10/13 1,562
1635104 나이드니까 목이 굵어지네요 7 2024/10/13 1,580
1635103 치실하기가 어려워요 11 ... 2024/10/13 1,330
1635102 디카페인 커피가 더 안좋은가요? 9 커피 2024/10/13 2,614
1635101 인덕션 또는 가스레인지 선택 4 .... 2024/10/13 701
1635100 요즘은 사위는 아들처럼 되고 며느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남.. 46 ... 2024/10/13 5,362
1635099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호남출신이네요. 28 깜볼 2024/10/13 2,540
1635098 주말이 더 바쁘네요 1 오솔길따라 2024/10/13 740
1635097 제 말 귀담아듣는 남편이요 3 제일 좋음 2024/10/13 1,102
1635096 발레보고 왔어요 3 가을날 2024/10/13 974
1635095 부산사시는분들 18 부산 2024/10/13 1,905
1635094 값비싼 트렌치랑 홈쇼핑전용 트렌치랑 품질 차이날까요? 9 초코라떼 2024/10/13 1,742
1635093 공지글 어디있나요? 8 하나 2024/10/13 522
1635092 라떼용 액상 에스프레소 추천좀 해주셔요 3 라떼 2024/10/13 530